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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조]]불면의 바다 외 3편 / 장영춘 외

작성자안해나|작성시간26.06.09|조회수77 목록 댓글 0

불면의 바다

장영춘

폭풍우 휘말리던 그 배는 어디 갔나

수평선도 무너진 하늬바람 코지에서

한담동 장한철 생가 불을 끄지 못하네

 

 

 

택배

 

장은수

 

 

새벽부터 까치 떼가 대문 앞에서 우짖는다

참깨, 팥, 찹쌀 같은 봉지들을 품은 박스

주소도 술에 취했는지 괴발개발 흘림체다

 

알싸한 대기 뚫고 가슴께 퍼지는 햇살

눈사람 눈물방울 온몸으로 번지듯이

창백한 그믐달 한 채 고향으로 가고 있다

 

 

 

파도를 읽다

 

전영임

 

 

물결을 잡으려고 바다와 마주섰다 

철썩인 파편들은 날 선 듯 보이지만 

느리게 톺아서 보면 

순한 구름 닮았다

 

수평선 저 끝에서 까치발로 뛰어오다 

하얗게 일어서서 찰나로 피었다가 

하르르 낙화하는데 

그 꽃잎, 다 눈물이다 

 

투명한 눈을 열어 포말을 낚는 앵글 

예각의 동공으로 한 생이 들어서면 

검지는 날쌔게 잡아 

그 슬픔을 새긴다

 

 

 

파킨슨 씨 왕림 후

정상미

한 번도 중심이 되어 살아본 적 없는데*

뒤늦게 즐기는 것 춤추는 일인데

하나씩 놓아버리는 남자가 있었다.

파트너가 한 명씩 떨어져 나갔다.

구두를 던져버리고 염색을 놓아버리고

사는 게 그런 거라고 갈 때가 되었다고

시든 호박잎처럼 늘어져 있는 아버지

파킨슨 씨 데리고 가지 않은 길을 간다.

모든 게 슬로비디오 느릿느릿 검은 길을

​​

* 정상미 시조 「페이스메이커」에서 변용.

 

 

 

-《오늘의 시조》(2025 .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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