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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조]]신神 짚기 외 3편 / 최보윤 외

작성자안해나|작성시간26.06.11|조회수76 목록 댓글 0

 짚기

최보윤

대신칼 푸르러니 홍비단 나부끼네

백수한산白首寒山 심불로心佛老 도화처럼 노시었나

혀뿌리 붉어지실랑 공수를 하지마소

달이 뜬다 꽃이 진다 개같은 넋이로다

뱉은 말 업이 되고 삼킨 말 명이 되니

몸 짚고 오신 길 따라 천리를 피시겠네

 

 

 

남한산성 블루스

 

최성진

 

 

아내의 얼굴에 가을빛이 어립니다

마주 앉은 탁자에 낙엽 몇 장 합석하고

어둠이 내려오는 소리,

조명 불빛 눈을 뜹니다

 

올드 팝송 멜로디에 소녀 시절을 회상하며

주막집 분위기에 흠뻑 취한 내 사랑은

사진을 이리저리 찍으며

미소도 지어봅니다

 

파전에 막걸리 같은 살림도 때론 버거워

잎 지듯 눈물짓던 그런 날 잠시 잊고

오늘은 가을 여인이 되어

달빛을 품었습니다

 

 

 

당부

 

최양숙

 

 

얘야, 눈앞에 자꾸 벌레가 날아다녀야

자식들 분가시키고 이만큼 살았으면

그 세월 다한 것이라

원도 한도 없지야

 

천장에 에어컨이 나를 꼭 닮았구나

다 썩은 속을 누가, 싹 빼간 것처럼

자루만 남은 가슴이

덜컥덜컥 하잖냐

 

봄 한철 병상에서 너와 함깨 지내니

너를 낳은 것이 참말로 잘한 일이더라

한 고비 넘길 적에도

천천히 가라 천천히

 

 

 

박주가리

 

최정희

 

 

가지 끝 얇은 자궁이 환하게 비어 있다

여문 햇살 가득 품고 빈집처럼 조용한

꿈꾸던 어린 씨앗들

날개 달고 날아갔다

 

탯줄을 타고 흐르던 뿌리 속 물큰한 초유

푸른 젖을 흠뻑 물린 초록의 시간들이

빛바랜 지난 날 접고 잎새처럼 반짝인다

 

새싹을 피워 올릴 지상의 길을 찾아

허공으로 날아오를 내 어린 홀씨들

눈부신 바람의 깃을 가슴마다 새겨 넣었다

 

조도 낯춘 저녁놀이 지평선에 모로 눕고

하현달 말 없는 미소 동쪽 하늘에 걸리면

자궁 속 가득한 바람

차지만은 않았다

 

 

-《오늘의 시조》(2025 .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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