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 짚기
최보윤
대신칼 푸르러니 홍비단 나부끼네
백수한산白首寒山 심불로心佛老 도화처럼 노시었나
혀뿌리 붉어지실랑 공수를 하지마소
달이 뜬다 꽃이 진다 개같은 넋이로다
뱉은 말 업이 되고 삼킨 말 명이 되니
몸 짚고 오신 길 따라 천리를 피시겠네
남한산성 블루스
최성진
아내의 얼굴에 가을빛이 어립니다
마주 앉은 탁자에 낙엽 몇 장 합석하고
어둠이 내려오는 소리,
조명 불빛 눈을 뜹니다
올드 팝송 멜로디에 소녀 시절을 회상하며
주막집 분위기에 흠뻑 취한 내 사랑은
사진을 이리저리 찍으며
미소도 지어봅니다
파전에 막걸리 같은 살림도 때론 버거워
잎 지듯 눈물짓던 그런 날 잠시 잊고
오늘은 가을 여인이 되어
달빛을 품었습니다
당부
최양숙
얘야, 눈앞에 자꾸 벌레가 날아다녀야
자식들 분가시키고 이만큼 살았으면
그 세월 다한 것이라
원도 한도 없지야
천장에 에어컨이 나를 꼭 닮았구나
다 썩은 속을 누가, 싹 빼간 것처럼
자루만 남은 가슴이
덜컥덜컥 하잖냐
봄 한철 병상에서 너와 함깨 지내니
너를 낳은 것이 참말로 잘한 일이더라
한 고비 넘길 적에도
천천히 가라 천천히
박주가리
최정희
가지 끝 얇은 자궁이 환하게 비어 있다
여문 햇살 가득 품고 빈집처럼 조용한
꿈꾸던 어린 씨앗들
날개 달고 날아갔다
탯줄을 타고 흐르던 뿌리 속 물큰한 초유
푸른 젖을 흠뻑 물린 초록의 시간들이
빛바랜 지난 날 접고 잎새처럼 반짝인다
새싹을 피워 올릴 지상의 길을 찾아
허공으로 날아오를 내 어린 홀씨들
눈부신 바람의 깃을 가슴마다 새겨 넣었다
조도 낯춘 저녁놀이 지평선에 모로 눕고
하현달 말 없는 미소 동쪽 하늘에 걸리면
자궁 속 가득한 바람
차지만은 않았다
-《오늘의 시조》(2025 .하반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