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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조]]사람요, 사람요! 외 3편 / 한분옥 외

작성자안해나|작성시간26.06.12|조회수74 목록 댓글 0

사람요, 사람요!

 

한분옥

 

 

손 귀한 집으로 시집온 지 삼십 년에

이제사 말문 여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그 사람 앞산에 가면, 뒷산 보고 사람요!

 

이름 하나 품지 못한 제 속을 저도 몰라

솥단지에 물 붓다가 울컥 쏟아진 울음

어머니 왜 날 보내셨소, 사람요, 사람요!

 

질경이도 씨를 맺고 뱁새도 새끼 치는데

꽃이든가 풀이든가 헛이름 헛꽃으로

해 질 녘 들 끝에 서서 그림자만 오래 길다

 

 

 

아령이니까

한승남

말을 하지 못해서 한 덩어리 뒤처진 종

쇠붙이 질량보다 더 묵직한 상상으로

당신의 숨소리 맞춰 단단히 울어댄다

리듬을 맞춰가도 가끔은 균형이 떨려

온 힘 다해 잡으면 당신 힘줄 돋아나

가벼운 말을 던져도 손은 놓지 않는다

종지가 숙명처럼 탑에서 떠날 수 없어

접었다 펼 때마다 그 마음 근육 되어

중력을 거스를수록 우리 사이 단단하다

 

 

 

적과摘果의 대화

 

한희정

 

 

1

'초록은 동색'이라 얼굴 한번 못 붉혔어

 

평균치 밑돈다 해도 내 속도는 최선이야

 

눈과 손 모아질 때면

멍울처럼 아팠어

 

2

열 식구 한 이불 덮던, 몸싸움은 추억일 뿐

 

저 출생 저밀도에 익숙해진 세대잖아

 

눈치전 술래에 잡혀

별똥별 떨어진다

 

 

 

어떤 다비

 

황영숙

 

 

잠시 와 쉬는 중이라 스스로 다독이며

붙잡힌 장어 몇 마리 짚단 위에 누웠다

하루가 저만치 가고 불씨 살아난 항구

 

휘어진 등을 따라 달라붙은 지푸라기

서슴없이 타오르다 이내 사그라지고

서둘러, 익은 것들을 검은 손이 거둬 갔다

 

최면에 빠졌는지 두려움을 잊은 순간

되돌아가고 싶은 그 갯가 때찔레가

반 남은 잔불 속에서 환히 웃고 있었다

 

 

 

-《오늘의 시조》(2025 .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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