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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시학]]개기일식 외 2편 / 이달균

작성자안해나|작성시간26.06.13|조회수79 목록 댓글 0

개기일식

이달균

집요한 생각에 칼로 금을 긋고

위성의 경계에서 주먹을 쥐어본다

언젠가 단 한 번만이라도 태양을 삼키리라

굽이치던 두 강물 잠시 멈춰 설 때

단전에서 발아하는 욕망의 공격성

뭇 새들 날아오르고 진통이 시작된다

뿌리에서 물관으로 차오르는 달항아리

빛의 시간은 멎고 누가 신화를 쓴다

캄캄한 마구간에서 한 아이 태어난다

곡예사

이달균

구름에 발을 묻고 오래 서 있었어

내려갈 사다리는 어디에도 없었지

신에게 길을 묻다가 설핏 잠이 들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성벽을 허무는 꿈

외줄을 끊었다 무너진 나의 우주

그 순간 안락의자처럼 허공이 편안해졌어

이제 움켜쥔 것을 놓을 때가 되었다

막막한 하늘에 걸린 사선斜線의 동아줄

마침내 줄을 끊어내고 내게로 돌아가자

잠에서 깨어나 머리칼을 잘랐어

부푼 생각들이 조금씩 가라앉을 때

길잃은 별들이 찾아와 빈방을 채워주었지

 

 

호박을 노래함

 

이달균

 

 

호박 하나를 위해 노을이 내려온다

 

온전히 제빛을 이전하는 황혼은

 

어두운 서산 그늘을 탓하지 않는다

 

초저녁 눈썹달은 그윽이 실눈을 떠

 

노지의 흙냄새를 몸피에 받들어

 

안으로 단맛 가두는 몸짓을 지켜본다

 

넝쿨 휘어질 때 운율 살아나듯

 

"푸를 청!"  하다가  "누를 황!" 하니

 

동편제 한 자락 속에 성큼 입동이 온다

 

-《정형시학》(2025 .겨울호)

 

 

 

 

 

 

 

 

ㅡ이달균ㅡ
함안 출생. 1987년 시집 『남해행』과 무크 《지평》으로 문단 활동 시작. 시집『달아공원에 달아는 없고』외 9권. 중앙시조대상, 이호우 . 이영도 시조문학상 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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