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마라톤
신필영
돌려받을 생각 없이 비 보내고 햇살 내려
들녘은 땀 흘리며 한 철을 완주한다
결승선 지나고 나서야 올려다 볼 저 하늘
먼 걸음 찾아와준 해오라비 눈인사도
박수치며 뛰어드는 개구리들 물장구도
청중이 되어주느라 대대손손 동행이다
인생 깍두기
신필영
모난 것은 맞지만 못난 것은 아니라서
제 스스로 지켜내는 맵고도 달큰한 맛
한 그릇 설렁탕 옆에 소담히 놓여있다
이편저편 갈라놓고 깍두기가 되라 하네
한쪽이 좀 기울 때 더러 힘이 될 수 있는
없는 듯 나서지 않아도 꼭 필요한 너 같은
어떤 궁수
신필영
표적을 외면한 듯 명중은 번외의 일
애당초 겨눌 생각 없었는지도 몰라
한바탕 춤으로 당긴 처용의 솜씨를 봐
알고도 못 가는 길 화살의 짙은 울음
그 무슨 곡진한 말 시위에 얹어 봐도
마음은 찢어진 달빛 과녁 밖에 꽂힌다
-《정형시학》(2025 .겨울호) ,5인의 에스프리
ㅡ신필영ㅡ
경북 안동 출생.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조집 『쥐기의 낮잠』,『누님 동행』,『둥근 집』,『서있는 시』,『우회도로입니다』 외. 이호우시조문학상 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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