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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일 외 3편 / 정두섭 외

작성자안해나|작성시간26.06.16|조회수69 목록 댓글 0

기일

정두섭

일배盃 이배 자정 지나 막내딸 팔베개한다

당기면 달아나고 덮어주면 걷어차서

한숨도 못 잤다 하니까

헐랭방구, 혀를 찬다

도망가면 당기고 툭 치면 보듬어 안고

어찌나 코를 골더니 뜬눈으로 샜다 한다

탕국에 밥 말아 먹는데

소지 같은 눈이 내린다

 

죽음竹音

정두섭

속엣말 못 뱉어서 귀라도 기울이려

당나귀 파묻어 둔 폐사지에 들었으나

들을 말

더 없다는 듯

귀를 지운 석물 두엇

대숲은 어데 가고 근질근질 마른풀들

바람도 비켜 가서 비밀처럼 조용한데

발아래

하마터면 밟을 뻔

놓쳐 버린 그림자

 

 

 

마음을 달다

 

이말라

 

 

너를 위해 내가 손해 보지 못해서

미안타 미안하다 이런 마음을 가졌었다

착해서 가벼운 걸까 못나서 무거운 걸까

 

하릴없이 0을 가리키는 저울의 눈을 본다

자리를 지키는 제 몫의 눈금 위에

덜어낼 말의 의미와 채워야 할 정을 얹는다

 

무력하고 의미 없고 기만한 말 대신

단단한 침묵을 말이라 여겼었다

마음이 껍질만 남아 무게가 되고 있다

 

 

 

미몽迷夢

강인순

꽃길을 걷고 있는 딸을 보다 울컥했다

어제를 돌아보면 애증이 저만큼인데

떠나는 지금에서야 한때의 꿈만 같다

 

-《정형시학》(202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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