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
정두섭
일배盃 이배排 자정 지나 막내딸 팔베개한다
당기면 달아나고 덮어주면 걷어차서
한숨도 못 잤다 하니까
헐랭방구, 혀를 찬다
도망가면 당기고 툭 치면 보듬어 안고
어찌나 코를 골더니 뜬눈으로 샜다 한다
탕국에 밥 말아 먹는데
소지 같은 눈이 내린다
죽음竹音
정두섭
속엣말 못 뱉어서 귀라도 기울이려
당나귀 파묻어 둔 폐사지에 들었으나
들을 말
더 없다는 듯
귀를 지운 석물 두엇
대숲은 어데 가고 근질근질 마른풀들
바람도 비켜 가서 비밀처럼 조용한데
발아래
하마터면 밟을 뻔
놓쳐 버린 그림자
마음을 달다
이말라
너를 위해 내가 손해 보지 못해서
미안타 미안하다 이런 마음을 가졌었다
착해서 가벼운 걸까 못나서 무거운 걸까
하릴없이 0을 가리키는 저울의 눈을 본다
자리를 지키는 제 몫의 눈금 위에
덜어낼 말의 의미와 채워야 할 정을 얹는다
무력하고 의미 없고 기만한 말 대신
단단한 침묵을 말이라 여겼었다
마음이 껍질만 남아 무게가 되고 있다
미몽迷夢
강인순
꽃길을 걷고 있는 딸을 보다 울컥했다
어제를 돌아보면 애증이 저만큼인데
떠나는 지금에서야 한때의 꿈만 같다
-《정형시학》(202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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