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정형시학]]그 먼 곳이 다가온다 외 3편 / 우아지 외

작성자안해나|작성시간26.06.16|조회수72 목록 댓글 0

그 먼 곳이 다가온다

우아지

소리 내 가을, 가을 부르며 걸어간다

산문에 들어서면 탑을 쌓는 돌무더기

기도도 오르다 숨차

햇살 감아 내린 듯

맞잡은 두 손 사이 올라서면 전망 좋은

평생 모은 잔걸음이 어디론가 날아간다

길이란 문장에 잡힌

푸른 하늘 툭툭 튕기며

있었다, 긴 의자에 주인처럼 앉은 그늘

모퉁이 휘돌아 대추나무 곁을 지나

적막에 귀 열어놓은

모서리가 둥글어진다

 

 

 

애월涯月

이교상

세상 오래 겉돌다 아득해진 생이지만

우연히 제주에서 달의 고향을 보았다

고요가 일렁거리는 밝고 푸른 밤중에

바라는 것 없어도 휘영청 솟구쳐올라

그림자만 남은 생 어루만진 시편같이

역마살 외로운 생각 윤슬에 잇대놓은

그동안 너무 자주 감감하게 저물었던

내 몸의 해안선을 하얗게 떠올려놓고

유년 그 굴렁쇠처럼 안단테로 흐르는

 

 

어떤 처방

이분헌

대대로 터를 지킨 선산의 고목 하나

제 가진 천성처럼 내공 깊은 옹이로

조상묘 굽어살피던

심지 굳은 나무였다

태풍 한때 스쳐 간 검붉은 후유증

눈 질끈 감아봐도 관절통은 깊어져

저 홀로 생으로 앓다

묏등에 쓰러졌다

흙더미 속 뒤엉키고 모로 꺾인 곁가지

다독여 도려내고 걷어낸 처방에

날숨을 길게 뿜는다

푸른 눈물 그렁한 채

 

 

칼, 칼

- 잎의 말

김태경

스쳤을 뿐이라도

칼날같이 예리하게

당신 손등에 구멍 뚫고

목 끼운 채 칼을 쓰고

비녀장 지른 뒤에야

속죄도 형틀인 것을

 

-《정형시학》(2025 .겨울호)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신고 센터로 신고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