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날
이지수
티튜브 호흡기를 스카프처럼 두르고
어슬녘에 실려 온 초로의 금자씨
두려움 애써 감추며
뻐끔뻐끔 말을 건다
소리가 되지 못하는 하고 싶은 말들을
절절한 눈빛 섞어 입모양으로 전하는데
기어이 오게 된 사연이
틈 사이로 자꾸 샌다
따뜻한 곳이지만 또 어쩌면 막다른 곳
끌고 온 짐보따리 미처 풀지 못한 ㅐ
식구들 짐 덜어주려는지
사날 묵고 떠나셨다
몬스테라*
장남숙
진초록의 잎새들 몸집을 부풀릴 때
제 살 찢어 길을 여는 거룩한 네가 있다
아슬한 생의 길목에 숨구멍을 여는 아침
열두 갈래 꿈 쫓다 튀어 나온 공중뿌리
가슴 닫고 빛 한줄기 건네지 못한 시간
촘촘히 되짚어보는 봄 바람길이 뭉클하다
* 외떡잎식물, 천남성목 천남성과의 상록 덩굴식물이다.
新백자철화끈무늬병
강영임
목 휘감은 S자로 몸통 타고 내려간
흑갈색 끈 한 가닥 희망이란 이름으로
저마다 꿈의 조각들 허리춤에 동여맨다
형체 없어 잴 수 없는 열정의 스펙 뭉치
희망과 실망 사이 보굿처럼 달라붙어
오늘도 직선 아닌 그 길
술 취한 듯 비틀거린다
좁게 뚫린 주둥이 날 때부터 천형天刑인 듯
울다 지친 문양은 휘었다 둘둘 말려
청춘들
끈 하나 부여잡고
걷고, 또 걸어간다
-《정형시학》(202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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