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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첫사랑 달개비꽃 외 3편 / 박연옥 외

작성자안해나|작성시간26.06.21|조회수73 목록 댓글 0

첫사랑 달개비꽃

 

박연옥

 

 

달개비꽃 마중 나온 시골 버스 정거장

사람은 떠나가고 그림자만 남은 자리

등 뒤에 남은 표정이 마음속 얼룩 같은

 

버리자 버리자 해도 버리지 못한 시간들

한때는 넘치는 사랑 뜨겁던 좌절도

어둠 속 불을 켠 듯한 이름으로 서 있고

 

낮은 집들 사이로 서성이던 생각에

키 작은 뒷모습만 오래도록 남는다

꽃상여 떠난 정거장 약속 같은 달개비꽃

 

 

 

봄날이 온다

 

송정란

 

 

봄여름 가을겨울 시절 없이 봄날이 오네

가슴 끝 낭떠러지에 철쭉꽃 피어나고

꽃 꺾어 바칠 이 없어도 봄날이 온다 온다네

 

벼랑 끝에 섰던 마음 깎아지른 욕됨이었네

흉이 진 삶의 속살 여태 덧나 아려올 때

홑치마 뒤집어쓰고 낙화落花하고만 싶었네

 

쉼 없이 굽이치는 구절양장 세월을 돌아

뼛속 깊이 사무친 질긴 오욕도 눅눅히 삭아

제 홀로 으르고 달래어 잘 썩힌 거름 같았네

 

연분홍 치마 입고 떠나간 설운 봄날아*

벼랑 진 가슴골마다 꽃분홍 치마 휘날리네

꽃 지던 자리 지르밟으며 봄날이 온다 왔다네

 

* 백설희 노래 <봄날은 간다> 차용.

 

-《가히》(2025, 겨울호)

 

 

 

11월

이애자

높아져 공허한가

하늘이 밑밥을 까네

푸르다고 다 같은가

그렇게 내외하더니

낚였네,

모슬포 바다

햇살 덥석 물었네

가을도 늦가을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저 혼자 출렁출렁

리듬을 타더니

들켰네,

모슬포뿐이

오갈 데가

없단 걸

 

 

 

당귀꽃 꺾이다

윤채영

어젯밤 매운 비에 고개 꺾인 당귀꽃을

버리기에 미안해서 병에 골라 꽂았더니

꼿꼿이 고개 들고서 웃고 있네 갸웃이

꽃 아래 내려앉은 자잘하고 고운 것들

여기가 어디라고 씨앗을 떨구다니…

오늘이 세사世事의 끝임, 던져주네 명언을

 

 

-《시와문화》(202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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