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하늘색일까
김주경
아이는 하늘색을 인정할 수 없는데
엄마는 하늘색을 증명할 수 없는데
창밖은 하늘 땅 구분 없는 우울한 봄날인데
황망한 낯빛으로 붉은 눈만 껌벅이는
하늘이 하늘색일 확률은 얼마일까
불변의 명제 앞에서 옹색해진 하늘색
아이는 하늘색을 찾을 수가 없어서
엄마는 하늘색을 버릴 수가 없어서
일곱 살, 반 접힌 도화지엔
그리다 만 봄, 봄
시간의 뒤편을 읽다
김주경
볕살이 절절 끓는 광장을 등에지고
연식도 품목도 구별 없는 잡동사니
떠돌던 내력은 함구한 채
햇무리로 앉았다
통기타 삼천리자전거 LP판에 재봉틀
재산목록에도 올랐을 한때의 영화榮華들이
시간의 뒤편을 걸어와
신화를 쏟아낸다
오가는 걸음들은 미로 속 보물찾기
사연을 얹어가다 추억도 당겨보는
한물간 아나키스트
모처럼 파안이다
비행운
김주경
하늘의 이마가 유리처럼 투명한 날
처음 본 바람과도 눈인사를 나누는 날
하늘을 하늘색이라 불러도 걸림 없어 가벼운 날
징검돌 하나 없이 가을을 건너다가
풀피리 오물거리는 양 떼를 만난다면
뜻밖의 도반을 만난 듯
환호성이 터지겠지
발돋움이 못 미치면 손차양을 올리고
앞서 끌던 목동이 점 하나로 가뭇해도
한 음보 흩어짐 없는
양 떼는 다 읽어야 해
-《가히》(2025 .겨울호)
ㅡ김주경ㅡ
경남 밀양 출생. 2013년 《경남신문》신춘문예 당선. 《서정과 현실》신인상을 수상하며 활동 시작. 시조집 『은밀한 수다』, 『난각번호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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