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탑을 세우다
김석이
생김새 다 달라도 같은 이름 가졌다
기우는 부분에다 작은 돌 끼워 넣고
방향을 돌려가면서 평평함을 찾는다
서로를 받치면서 한결같이 견딘 힘은
바람길을 열어둔 틈들의 호흡일까
간절한 바람 모으며 쌓아 올린 정성일까
흔들리지 않으려고 버텨왔던 푸른 길목
지나온 걸음들이 가을빛에 물이 든다
조금씩 비워가란다 틈을 여는 무게중심
스마트한, 폰에게
배인숙
화면을 터치하면 밤낮을 안 가리고
반짝 눈을 뜨는 오롯한 나의 세계
반가이 응답하는 네가
사랑방이 되었다
누구를 밎고 사나, 가슴이 먹먹한 날
텅 빈 내 벌판에서 가만 나를 열어본다
숨결이 따스히 핀다
혈육보다 진한 내 편
빈집, 새들의
조성문
뭉텅 노루 꼬리만 한 하루에도 제집 가고
박새 욋골
직박구리 안골
물까치 못골
갈까마귀 뒷골
마실방 잠자리 펴는 소리굿 왜자하다
적요는 고요를 낳고
소리 먼저 소리 데불고
입김 숨결 끊긴 빈집
주저앉고 막 무너지고
별떨기 나그네새 하나
대밭 두고 못 돌아오고
우두커니로
최영효
느닷없이 밀어닥친 시간 앞에 뺨을 맞고
죄 없이 풍문에 업혀 길바닥에 나자빠져
가다가 되올 수 없어 낭패 만난 가랑잎 하나
땅 한 번 하늘 한 번 우두커니로 그대 그리며
비루하게 억울하게 가을 억새만 흔들면
우리는 어디로 가나, 갈 길은 하나뿐인데
강물이 흘러가다 물끄러미 조약돌을 보는
해질녘 빈 땅에 고인 그림자의 적막이여
우리가 다시 만나서 마주 볼 수 있을까
-《좋은시조》(2025,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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