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가꾸며 시행착오 끝에 피어난 부부의 여주 정원이야기
천천히 성장하는 가드너와 정원 ‘서가徐家’
목공하는 남편과 가드닝하는 아내는 함께 느긋하게 정원을 만들어 나갔다. 누군가의 이끎이 아닌, 한발 한발 스스로 내딛는 그들의 정원은 가끔 돌아가거나 길을 잃어도 걱정보다는 기대를 품고 나아간다. 그 끝에 정원이 주는 행복과 안식이 있다는 것을 믿기에.
아파트 생활이 주류인 현대인에게 정원은 동경의 대상이면서, 쉽게 나서기 어려운 도전이다. 경기도 여주 산자락에 자리 잡은 ‘서가(徐家)’는 서명주, 유광옥 씨 부부가 그런 동경을 끊임없는 도전으로 현실 세계에 풀어낸 전원주택이자 정원이다.
사실 부부의 집은 이미 본지에 소개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남편 유광옥 씨의 손재주가 돋보이는 공방 공간이 주목받았다면, 이번에는 그 집을 포근하게 감싸 안은 정원이 주인공이다. 정원이자 집의 이름인 ‘서가’에는 천천히 걷는 정원이라는 뜻과 함께, 아내 서명주 씨의 성(姓)이 담겨 있다. 오직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가며 부부의 페이스대로 느긋하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궈내고 키워냈다.
물론 지금의 평화로운 풍경에 이르기까지 풍파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전원생활이나 가드닝을 전혀 해본 적 없던 부부에게 정원을 만드는 처음 2년은 그야말로 고난과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한번은 애써 심은 꽃들이 시들시들해졌는데, 알고 보니 집을 지을 때 대형 트럭들이 오가면서 원래 밭이었던 땅이 단단하게 다져졌고, 물 빠짐이 불량해진 게 원인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부는 200평의 넓은 땅을 곡괭이 하나로 직접 파헤쳐 흙을 털어내고 퇴비와 부엽토를 섞었다. 가장 힘든 기억으로 꼽는 사건이었는데, 그 결과 식물이 살기 좋은 건강한 땅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더해, 객토를 위해 옮겨온 25톤 흙 속 수많은 크고 작은 돌을 며칠에 걸쳐 일일이 골라내기도 했다. 정원 한편의 자연석 산책로는 처치 곤란했던 돌무더기와의 투쟁의 산물이면서 아이디어의 흔적이다.
정성 가득한 노력 덕분일까. 올해 들어 부부는 조금은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요즘 정원에서 버바스쿰, 차가프록스, 정향풀, 올라야, 델피늄, 네모필라의 싱그러움을 즐긴다. 부부는 이른 아침, 전날 사 온 화초를 심거나 잡초를 뽑는 등의 일과를 보내는데, 노동 속에서 머릿속의 복잡한 잡념들을 하얗게 비워내며 정원 속 평온함과 행복을 느낀다고.
서명주 씨는 정원을 꿈꾸는 일반인들에게 ‘일단 심고 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똑같은 꽃이라도 집마다 혹은 마당의 위치에 따라 생육 상태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세 번의 도전 끝에 겨우 자리를 잡은 부르네라처럼,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스스로 터득하는 과정 자체가 가드닝의 묘미일 것이다.
이제 단단해진 숙근초 정원을 뒤로하고, 부부는 올해 1년생 화초들로 정원에 다채로운 색을 입히는 작업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목공을 하는 남편이 올해 안에 지어주기로 약속한 작은 월동용 온실이 정원에 어떤 새로운 풍경을 더해줄지, 천천히 걷는 정원 ‘서가’의 다음 계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위, 아래)‘서가’의 정원 모습. 집과 정원을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200평 규모의 땅은 쉽게 찾기 어려워 여러 부지를 수소문하고 또 기다려야 했다.
곳곳에 야외가구를 적절히 두어 정원 그 자체를 즐기기 좋다.
남편 유광옥 씨가 구슬땀을 흘리는 목공방은 정원뷰를 가장 잘 담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내 서명주 씨가 내심 부러워한다고.
가드닝을 위한 작업대. 남편이 직접 만들었다.
파이어피트 주변으로 개비온과 벤치를 두었다. 개비온은 완성품으로 정원에 설치하기 곤란해 망과 돌을 따로 구매해 현장에서 직접 제작했다.
‘서가’의 요즘을 빛내는 식물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알리움, 오데마리, 정향풀, 밥티시아.
GARDENER'S SCENES
PROCESS
SITE
건축설계_ 바이핸드 건축사사무소 http://by-hand.co.kr
취재협조_ 여주 서가 www.instagram.com/yeojuseoga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6년 6월호 / Vol. 328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