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콩·보리 농사짓는 강수성 씨
올해로 농사 경력 8년 차인 강수성 씨는 이론과 현장을 겸비한 청년 농업경영인이다. 논둑에 상사화를 심는 친환경 농법을 개발한 데 이어 경관농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고향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농사는 기본, 사람들이 모이는 활기찬 농촌 만드는 게 꿈”
‘꿈을 좇는 삶’만큼 행복한 것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8년 차 청년 농부 강수성 씨(30)는 행복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현재 그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서 아버지와 함께 24만 7500㎡(7만 5000평) 규모로 쌀과 콩·보리 농사를 지으며 뜻한 바를 실천하고 있어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농부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아버지 영향이 컸어요. 7세 무렵 아버지가 고향인 영광군 묘량면으로 귀농하면서 졸지에 ‘농부의 아들’이 됐지요. 이후 자연스럽게 농업에 사명감을 갖게 된 거 같아요.” 충남 홍성의 풍무농업고등기술학교를 졸업한 강씨는 이후 한국농수산대학교 식량작물학과에 진학해 2019년 학업을 마쳤다. 묘량면으로 돌아온 강씨는 유기농 벼농사를 위한 ‘상사화 농법’을 개발하는가 하면 2023년엔 ‘묘량청춘촌파티’를 기획해 도시민을 불러들여 직접 수확한 농산물과 이를 활용한 요리를 나누며 도농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그는 단순히 농사를 짓는 것에서 벗어나 ‘사람이 다시 오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논 경관을 활용한 테마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
[농수산대 졸업 후 귀농…상사화 농법도 개발] 강씨는 그 누구보다 아버지 강정원 씨(57)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성장했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철학, 농촌 공동체 의식,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소망까지 아버지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귀농 후 아버지는 유기농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고 강대인 명인의 교육을 접하고 친환경농업을 실천하셨어요. 또 성공 사례로 꼽히는 묘량중앙초등학교의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에도 적극 참여하셨고요. 이런 모습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기 때문에 이를 잇겠다는 생각을 키웠어요.” 대학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온 강씨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6차 산업, 즉 ‘경관농업’을 실천하기로 했다. 이때 떠오른 것이 묘량면에서 멀지 않은 불갑사에서 매년 9월 열리는 ‘상사화축제’였다.
“처음부터 대단한 것을 하기보단 논둑에 상사화를 심어 예쁘게 꾸며보자는 거였어요. 사비로 시작한 것이라 한꺼번에 많이 심지는 못하고 매년 심는 면적을 늘려갔죠. 그러다 상사화가 단순한 경관식물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어요.” 강씨에 따르면 논둑에 심은 상사화는 뜻하지 않은 효과를 발휘했다. 상사화는 구근성 다년초로 밀식하면 지표면을 덮어 다른 잡초의 발아 공간을 차단한다. 그 결과 논둑 제초 횟수가 감소하고 예초 노동력도 덜 수 있다. 또 상사화 구근이 토양을 단단히 고정해 논둑 수리 관리가 현저히 줄었다. 이 밖에도 상사화 구근의 ‘리코린’은 드렁허리·뱀 등의 침입을 막아 두둑의 붕괴를 방지하고, 토양 해충이 기피하는 방제 효과도 있다.
이러한 상사화 농법으로 2022년 ‘전라남도 청년 4-H 과제공모전’에 ‘상사화 쌀 특화단지 조성 사업’으로 응모해 수상도 했다. 이때 받은 5000만 원의 상금 대부분은 상사화를 추가로 심는 데 썼다. 이를 계기로 2023년부터 인근에 있는 76㏊ 규모의 ‘운당친환경단지’에까지 상사화를 심게 됐다. 상사화 농법은 물론 경관농업으로서의 가치가 입증돼 영광군이 지원했기 때문이다.
[벼농사에 유기농·저탄소 농법 실천] 현재 강씨는 벼 18만 1500㎡(5만 5000평)와 콩·보리(2작기) 6만 6000㎡(2만 평) 등 총 24만 7500㎡의 농사를 짓고 있다. 벼농사의 반은 유기농법으로 나머지는 관행농법으로 농사짓는다. 또 콩·보리 농사의 반은 논에서, 나머지는 밭에서 경작하는데 백태는 <선풍>, 서리태는 <청자5호> 품종을 심는다.
“콩은 5월 말~6월 초순에 기계 파종을 한 후 11월에 수확해요. 이후 바로 보리를 심어 이듬해 6월에 수확하는 작기죠. 벼농사는 4월 말 볍씨를 모판에 파종한 후 25~30일간 길러 5월 말에 모내기해요. 10월 말 벼를 수확할 때까지 물관리와 병해충 방제에 집중하죠.” 강씨는 2024년부터 벼농사에 저탄소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논물 관리, 바이오차 투입, 가을갈이 등이 핵심 농법이다. 벼를 논에서 재배할 때 사용하는 비료나 유기물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메탄이라는 온실가스온실가스가 발생하는데 이를 줄이는 영농 활동이다.
“모내기 이후 2주 이상 용수 공급을 중단하는 ‘중간 물떼기’, 8~9월에 ‘논물 얕게 걸러대기(2~3㎝)’와 같이 논물 관리를 통해 논바닥을 말리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어요. 또 바이오차, 즉 목재·왕겨 등을 고온에서 열분해한 탄소 덩어리를 투입하면 쉽게 분해되지 않고 오랫동안 땅속에 탄소를 가둬 배출을 감축하죠. 벼 수확 후 볏짚을 갈아엎어 넣는 ‘가을갈이’도 메탄을 감축하는 데 도움이 되고요.” 강씨는 유기농 벼농사에 우렁이 농법을 실천하고, 녹비작물로 헤어리베치를 재배한다. 모내기 후 우렁이를 방사함으로써 약제를 사용하지 않고 제초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660㎡(200평)당 3㎏ 전후의 우렁이를 사용한다. 또 헤어리베치는 화학비료를 100% 대체할 수 있는 녹비작물로, 토양을 개량하는 데다 토양 유실도 방지한다. 파종은 가을갈이 후 10~11월에 한다.
[최종 목표는 경관농업, 전남의 명소 되고파] 강씨는 지금까지 경관농업 실현을 위한 단계를 밟아왔다. 2019년부터 시작된 상사화 심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올봄엔 수선화도 새롭게 심었다. 같은 구근류로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데다 개화 시기가 3~4월로, 상사화 개화기인 9월과 함께 1년에 두 번 꽃구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강씨는 꽃구경 온 방문객이 즐길 수 있는 행사의 일환으로 2023년과 2024년 ‘묘량청춘촌파티’를 개최한 이래 2025년엔 지역 주민과 함께 ‘가을걷이 큰잔치’를 개최했다. 지난해 결혼한 강씨는 아내와 함께 ‘라이스포유’라는 친환경 쌀 베이커리도 열었다.
“방문객이 상사화 앞에서 사진만 찍다 돌아가는 게 아니라 재밌는 이벤트에 참여하고 맛있는 쌀 구움과자도 먹는 등 다양한 ?험을 할 수 있게 했어요. 이를 위해 4년전 너량나량유기테마파크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기반을 마련했지요. 또 생산한 잡곡과 쌀을 사갈 수 있도록 소포장 상품도 개발했고요.” 강씨의 최종 목표는 전북 고창의 상하농장이나 학원농장 같은 경관농업을 실현하는 것이다. 고창에 놀러온 방문객이 멀지 않는 거리에 있는 묘량면까지 들렀다 갈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하고 재밌는 이벤트도 많이 만들 생각이다. 물론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지역 공동체와 함께 묘량면을 가꿔갈 것이다.
출처 농민신문 글 이소형 | 사진 남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