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 농가] 단감 재배하는 박정훈 씨
경남 김해에서 단감을 재배하는 박정훈 씨는 기후변화와 시장 흐름에 맞춰 재배 관리를 개선하고 있다. 해마다 달라지는 기상 여건에 따라 농작업 시기를 조절하고 녹비작물별 특성을 활용해 토양 개량과 수세 유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완숙과 중심의 고품질 단감을 생산하며 직거래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신초 제거·수확 늦춰 고품질 단감 생산
경남 김해시 진영읍 일대는 단감 재배 100년의 역사를 지닌 주산지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진영 단감은 주로 산비탈 과원에서 재배된다. 가을철 서리 피해가 비교적 적고 일교차가 커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올해로 10년째 진영 단감을 생산하는 박정훈 씨(50)는 부모의 과원 일을 도우며 단감 농사를 시작했다. 이후 5년 만에 농산물우수관리(GAP)·저탄소농산? 인증을 받을 정도로 재배 기술을 빠르게 축적해왔다.
박씨는 경험에만 의존하는 농사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기후변화에 대응한 재배법과 관리 노하우를 쌓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점점 급격해지는 기후변화는 30년 차 농업인에게도, 10년 차 농업인에게도 처음 겪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신초 제거 늦추는 등 기후에 맞춰 농작업 재설계] “단감 재배 초반에는 2월까지 밑거름 시비와 가지치기, 조피 작업, 월동 병해충 방제를 진행하고 3월부터 과원 내 제초 작업을 했습니다. 5월부터 단감 적뢰, 즉 꽃봉오리 솎기? 하면서 병해충 방제를 시작해 9월 초순까지 이어갔고요. 수확은 11월 한 달간 진행하며 30%는 저장하고 70%는 시장에 출하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올해 작업만 봐도 변화가 뚜렷하다. 예전에는 5월 5일 무렵 하던 꽃봉오리 솎기 작업이 최근 들어 5월 1일로 당겨졌고 올해는 4월 말부터 시작됐다. 3월 말부터 평년 대비 높은 기온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비가 오는 시기와 양상도 달라졌다. 강우 시기가 앞당겨지고 간격도 불규칙해지면서 6월 초부터 진행하는 신초 정리 시기도 영향을 받고 있다. 박씨는 최근 신초 제거 시점을 이전보다 늦추고 있다. 신초가 올라와서 녹색을 띨 때 바로 절단하지 않고 가지가 갈색으로 경화된 뒤 제거하는 방식이다.
“녹색 상태의 신초는 탄저병에 감염되면 방제가 어렵습니다. 감염된 뒤에는 빗물을 타고 나무 전체로 빠르게 확산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신초가 갈색으로 변한 뒤에는 이런 확산 가능성이 크게 줄어듭니다. 방제도 비교적 잘되고요.” 또한 신초를 일찍 제거하면 잎이 사라져 열매에 그늘을 만들어주지 못한다. 요즘처럼 늦더위가 잦아진 상황에서는 햇볕데임(일소)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불과 2년 전에도 9월 말까지 고온이 지속되면서 단감은 물론 사과·배 만생종에서도 햇볕데임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그는 관행 재배에 의존하지 않고 그해의 기후 상황에 맞춰 시비와 방제, 수확기 판단과 저장까지 전 과정을 조정하고 있다.
“올해 초 교육에서 들으니 겨울철 과습이 심해지면서 곶감의 곰팡이병 발생이 늘고 상품 비율이 떨어졌다고 해요. 곶감 깎는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재배 관리뿐 아니라 수확 후 작업에서도 기후에 맞춘 시기 조절이 필수입니다.” [헤어리베치·호밀 교차 재배해 탄저병 등 예방] 박씨의 과원 규모는 2만 1450㎡(6500평) 정도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규모를 줄였지만 농작업은 오히려 늘었다. 특히 방제 작업이 그렇다. 최근 농가 평균보다는 적지만, 연간 5회 수준이던 방제 횟수는 최근 9회까지 늘었다. 고온이 길어지고 비가 불규칙해지면서 생리장해와 병 발생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양분 유실도 이전보다 심해졌다. 그렇다고 비료 사용량을 늘리지는 않는다. 양분이 과다하면 오히려 병에 취약해질 수 있어서다. 대신 그는 양분이 뿌리까지 잘 도달하도록 토양 환경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다.
“똑같이 관수·관비를 해도 뿌리에 도달하는 속도와 정도에는 차이가 납니다. 이를 높이려면 녹비작물을 활용한 초생재배로 토양 투수성과 통기성을 개선해야 합니다. 3년 정도 헤어리베치를 심어 질소를 보충한 뒤 호밀을 심어 뿌리가 깊게 내리도록 해서 비료 흡수 효율을 높이고 있어요.” 이 방법이 가능한 데는 과원의 입지도 한몫한다. 그에 따르면 현재 단감 재배지 중에는 기후 특성 탓에 10월 말까지 수확을 마쳐야 하는 지역도 있다. 이런 지역에서는 수확 전까지 필요한 양분을 집중적으로 공급해야 하므로 비료 투입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나무가 연약해지고 탄저병 등 병 발생 위험이 커진다. 반면 그의 과원은 11월 중순 이후까지도 수확이 가능하다. 비료 효과가 2주 정도 늦게 나타나도 큰 문제가 없다.
“여름철에 비 오는 양상이 달라지면서 약제 방제가 어려워진 부분도 있습니다. 이전에는 7~8월에 비가 올 때도 며칠 소강 상태를 보여 중간에 약제 방제가 가능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작물 표면의 물기가 마르거나 과원에 방제기가 들어갈 만큼 땅이 마르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방제 가능한 시점을 최대한 놓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서리·언 피해 흐름 읽으며 완숙과만 수확·출하] 박씨가 생산하는 단감은 연간 60t 이상이다. 그중 40% 정도는 지역농협의 단감 공동선별을 거쳐 농협 공판장에 출하하고 나머지는 소비자 직거래로 판매한다. e-경남몰·가야뜰·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을 두루 활용하며 판매처를 다각화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 직거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크기보다 맛을 중시하는 직거래가 늘어난 배경에는 완숙과만 수확한다는 박씨의 원칙이 있다.
“완숙과만 골라서 약 한 달에 걸쳐 순차적으로 수확해요. 이때 서리나 언 피해 발생 가능성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작업할 나무 위치를 바꿔가며 수확합니다.” 그는 서리와 언 피해가 나타나는 위치와 흐름을 살피며 수확 순서를 정한다. 서리는 지표면과 가까운 과원 하부에서 시작되고 언 피해는 고도가 높은 과원 상부에서부터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이른 아침 지면에 나타나는 서리가 위쪽으로 올라가는 조짐이 보이면 과원 하단부의 단감부터 수확한다. 과원 상단부에서 언 피해 조짐이 보이면 위쪽 나무의 단감을 수확하는 식이다. 수확 시점과 지점을 세심하게 조정하며 10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완?과를 수확한다.
수확 후 관리는 부인 유선희 씨(51)가 맡는다. 단감은 습기에 취약하다. 물방울이 하나라도 맺혀 있으면 수확 작업을 할 수 없다. 선별과 저장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유씨는 선별기에 물기가 맺힐 거라 판단되면 그날은 선별 작업을 하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관리한다. 선별 후에는 그해의 전체적인 기상 상황과 품질 상태를 소비자에게 상세히 설명하며 판매로 연결한다. 온라인 직거래도 3월까지만 진행한다. 몇 상자를 더 판매하는 것보다 소비자에게 매해 일정한 품질의 단감을 제공하고 신뢰를 지키는 것이 더 ?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전문 기술과 선도 농가 정보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매년 경영성과 분석과 기후 대응 결과를 바탕으로 저만의 노하우를 쌓으려 합니다. 그렇게 단감 농사의 완성도를 높여갈 생각입니다.”
출처 농민신문 글 김산들 | 사진 남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