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업인 자립의 발판 ‘양구 임대형 스마트팜’
강원 최북단 비무장지대(DMZ)와 맞닿은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마을 한가운데 첨단 스마트팜 단지가 들어서 있다. 양구군이 200억 원을 들여 조성한 4만㎡(1만 2000평) 규모의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이다. 이곳에서는 전북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교육생 출신 전인호 씨를 비롯한 청년 농부 3명이 딸기 재배에 도전하며 창농의 꿈을 키우고 있다.
행잉베드·데이터로 키운 딸기 실전 경험 쌓으며 ‘창농 꿈’ 키워
강원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Punch Bowl)’ 마을에 4㏊규모의 대형 온실이 자리 잡고 있다. 양구군이 지난해조성한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이다.임대형 스마트팜은 청년 농업인에게 최대 3년간 온실을 빌려주는 형태로 운영된다. 한 팀당 임대 면적은 약4575㎡(1380평)이며 연간 임대료는 3000만~3200만원(매출 연동 3% 추가) 수준이다. 현재 딸기 농가 3팀(A구역)과 토마토 농가 3팀(B구역) 등 6개 팀의 청년 농부가 입주해 실전 농업 경험을 쌓고 있다.1.83㏊ 규모의 딸기 재배 온실에는 5월 초에도 빨갛게익은 딸기가 가득하다. 전북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교육생 출신 전인호(42·레오팜 대표)·김재현(29·시바딸기 대표) 씨와 양구 출신 전국희 씨(32·오마이갓 딸기대표)는 이곳에서 <설향>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20개월 동안 스마트팜 교육을 받은 전인호 씨는 지난해 9월 16일 딸기 모종 6만2000포기를 아주심기한 뒤 올해 5월까지 6화방 수확을이어갔다. 그는 서울 강서시장 서부청과와 가락시장에딸기를 출하해 여러 차례 최고가를 기록했다.서울 출신인 김재현 씨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출신을우선 선발해 양구에 오게 됐다”며 “기후 온난화로 농사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강원 지역은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아 딸기 재배에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농사 경험이 없던 전국희 씨는 전국의 이름난 딸기 명인과 선도 농가 20여 곳을 찾아다니며 재배 기술을 배운 뒤 임대형 스마트팜에 뛰어들었다. 그는 “스마트팜교육을 받은 두 청년 농부의 도움 덕분? 기대 이상의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행잉베드·산광경질필름…첨단 시설이 경쟁력] 딸기 농사 초보임에도 도매시장에서 최고가를 받을 수있었던 비결에 대해 전인호 씨는 “첨단 스마트팜 시설의 도움을 크게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관행 농법으로 시작했다면 시행착오를 훨씬 많이 겪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실패 가능성을 줄이면서실전 농업을 배울 수 있어요. 임대형 스마트팜은 청년농의 실패 부담을 줄이고 자립 기반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스마트팜 전문기업 ㈜그린플러스가 설계·시공한 이곳 스마트팜의 가장 큰 특징은 최첨단 행잉베드 시스템이다.연제경 양구군 농업정책과 스마트농업팀 주무관은 “행잉베드는 설치 비용은 높지만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해 같은면적에서도 딸기 생산량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고설재배는 사람이 다닐 통로를 항상 확보해야 하지만 행잉베드는 베드 높이를 조절해 통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공간 활용도가 높아지는 것이죠.”행잉베드는 특히 꽃·열매 솎기, 딸기 수확 작업 등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작업에서 효과가 크다. 딸기 5만 3000포기를 재배하는 김재현 ?는 “작업자의 신체 조건에 맞춰 베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어 농작업 효율이 크게높아진다”고 말했다.이곳 온실 외관은 유리온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산광경질필름(불소수지 필름)이 사용됐다. 그린플러스 관계자에 따르면 이 필름은 햇빛 투과율이 93~95%로 높고 빛이 온실 내부에 고르게 분산돼 딸기 생육에 유리하다. 유리온실은 먼지가 붙어 일사량이 감소하기 쉬우므로 주기적인 청소가 필요하지만 불소수지 필름은 비점착성 소재여서 먼지가 잘 달라붙지 않는다. 눈이나 강풍등 외부 충격에 강하고 유지·관리도 편리하다.
[?열 냉난방으로 에너지 비용 절감] 지열을 활용한 냉난방 시스템도 이곳 스마트팜의 강점이다.전인호 씨는 “이 정도 규모의 딸기 농사를 지으면 11월~이듬해 1월 겨울철 난방비만 1000만 원 정도 들 수 있는데, 지열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난방비가 300만~400만원 수준까지 줄었다”고 강조했다.연 주무관은 “이곳 스마트팜은 에너지 절감과 저탄소농업 실천을 위해 지열을 활용한 냉난방 시스템을 갖췄다”며 “설비 고장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 경유 보일러도 설치했지만 아직 한 번도 가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이 밖에도 온실에는 온삽도 자동 환경제어 시스템, 양액시설, 통합제어기, 배액량 측정 센서, 지열 냉난방 제어장치 등이 구축돼 있다.같은 스마트팜 시설 안에서도 세 청년 농부의 딸기 재배방식은 서로 다르다. 전국희 씨와 김재현 씨는 여러 개의포트가 연결된 ‘멀티컵 베드’를 사용하고, 전인호 씨는상자형 베드를 활용한다. 상자형 베드는 딸기를 많이 심을 수 있고 상토량이 많아 장기 재배에 유리하다. 반면 토양 전염병 등 병이 발생하면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멀티컵 방식은 상토 사용량이 적고 병해 관리에 유리하지만 장기 재배 시 온습도와 양수분 관리가 까다롭다.같은 시기에 아주심기했더라도 화방 전환 시기와 출하시점은 농가마다 차이가 있었다. 딸기는 환경제어와 양액 관리에 따라 생육 상태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전인호 씨는 양액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식으로양액을 관리했다. “딸기는 겨울철 급액 관리가 중요합니다. 양액 농도 편차가 커지면 뿌리가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전도도(EC)를1dS/m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며 급액 관리를 했어요.”특히 그는 일사량에 따라 자동으로 양액을 공급하는‘일사비례 급액제어’를 적용해 생산성과 양액 효율을높였?. 이는 햇빛이 강한 날에는 급액 횟수가 늘어나고 흐린 날에는 줄어드는 방식으로, 작물의 생육 상태에 맞춰 정밀한 양수분 관리가 가능하다.
[데이터 기반 농사로 생산성 높여…‘창농 꿈’ 키운다] 이들은 온습도·이산화탄소(CO2)·일사량·뿌리 부위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데이터 기반 딸기 농사를 짓고 있다. 전인호 씨는 “데이터 기반 농업의 가장큰 장점은 딸기 재배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추적하고 피드백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예전에는 숙련자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센서 ?이터와 작물 상태를 함께 보면서 판단합니다. 데이터중심 농업이 딸기 품질과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이죠.”실제로 그는 2화방 전환 시기가 길어졌던 문제를 온습도와 급액 데이터 분석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정상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마트팜 창농이 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부는 보조를 받았지만 초기 모종값과 양액, 각종 농자재비용 등을 포함하면 1억 원이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첫출하 후 시세가 좋던 시기에는 세 농가 모두 일주일에2000만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1월 이후 딸기 출하량 증가로 시세가 하락하면서 목표매출액에는 다소 못 미치는 상황이다.청년 농부들은 “첨단 스마트팜에서 품질 좋은 딸기 생산에는 성공했지만 판로 확보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입을 모았다. 이들은 다음 작기부터 도매시장과 로컬푸드 판매장 외에 온라인 판매와 택배 직거래 판매를 확 대할 계획이다. 또 올해부터 자체적으로 꺾꽂이(삽목)육묘를 통해 우량 딸기 모종도 직접 생산할 예정이다.청년 농부들의 최종 목표는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경험과 자본을 쌓아 자신만의 농장을 꾸리는 것이다.
출처 농민신문 글 이진랑 | 사진 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