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따온 신선함’을 전하는 이종현 방울따옴농장 대표
은행 정보기술(IT) 기획부에서 일하던 청년이 농사꾼이 됐다. 아내와 함께 농협청년농부사관학교 문을 두드린 것이 시작이었다. 농업을 다른 산업에 없는 블루오션으로 판단한 두 사람은 경기 여주에 2640㎡ 스마트팜을 짓고, 4년째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다.
은행원에서 스마트팜 청년 농부로 변신
[농업에서 블루오션을 발견하다] 이종현 방울따옴농장 대표(33)는 지역은행 IT 기획부에서 사회·경제적 흐름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어느 순간 언론을 통해 농업에 눈을 떴고, 분석가의 감각으로 농업의 미래가치를 발견했다. 청년 농업인이 다른 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사회도 청년농을원하는 흐름이 분명해 농업에 뛰어들면 기회가 있겠다슴 확신이 들었다.결심이 서자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2021년, 4년 동안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퇴사했다. 아내 오한솔 씨(32)도같은 마음이었다. 결혼 후 사업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던두 사람은 함께 농협청년농부사관학교에 지원했다.“아직 젊으니 농업에 직접 부딪혀보고, 맞지 않으면 다른 직업을 찾아도 늦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있었습니다.하지만 지금은 그 선택이 맞았다고 확신합니다.” [철저한 조사와 발품으로 선택한 방울토마토] 농협청년농부사관학교에서 6개월 교육을 받으면서 재배 작물을 방울토마토로 굳혔다. 교육 과정쟀 농가 실습을 방울토마토 농장에서 진행한 것이 계기였다. 딸기와 방울토마토를 놓고 고민했지만, 딸기는 주변에 재배 농가가 너무 많았다. 경기 여주 지역에 방울토마토 농가가적다는 점도 직거래 판로 개척에 유리하다고 봤다.작물을 정한 뒤에는 전국을 누볐다. 방울토마토 주산지인강원 춘천을 비롯해 성공한 스마트팜을 돌며 베드 간격,높이, 환경제어 방식의 장단점을 꼼꼼히 기록했다. 농협청년농부사관학교 교수들과 동기들의 조언도 빠짐없이담았다. 그 정보가 지금 여주 농장 설계의 뼈대가 됐다.“소비자에게 ‘맛있다’는 후기를 끌어낼 수 있는 작물을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잎채소류는 몸에 좋을 수 있지만‘맛있다’는 직관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잖아요. 방울토마토는 그 기준에 딱 맞습니다.” [지역 분석으로 찾은 여주 그리고 과감한 투자] 입지 선정에도 직업에서 익힌 분석 습관이 발휘됐다. 처음에는 최근 인구가 늘고 있는 경기 화성을 선택하려했지만 땅값이 너무 비쌌다. 차선책으로 서울 유통과 현지 직거래가 가능하면서 땅값이 합리적인 지역을 찾다가 여주로 결정했다. 마을 주민의 소개로 지금의 땅을 선택했다. 연고가 전혀 없는 지역이라 걱정했지만, 텃세도 없었고 주민들은 젊은 초보 농부에게 편하고 친근하게 대해줬다.
이 대표는 2023년, 3300㎡(1000평)의 농지를 2억 원에 구입했다. 4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2억 원을 투입했다. 그 위에 2640㎡(800평) 규모의 스마트팜을 설치하는 데 5억 원이 추가로 들었다. 전체 7억 원의 투자비가 들어간 셈이다. 이 가운데 시설비 3억 원은 청년 창업농으로 선정돼 정부의 저리 융자를 받아 보충했다. 그해 스마트팜이 완공되자 곧바로 9월에 방울토마토를 심어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했다.
[일하기 편한 공간, 나만의 농장 설계] 농장을 설계할 때 가장 먼저 세운 원칙은 ‘편하게 일할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였다. 대부분 농장이 베드를 빽빽하게 채우는 것과 달리, 그는 베드 간격을 1.7m로 넓게 잡았다.
“사람에게 쾌적한 공간이 작물에도 생산성 높은 공간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당시에는 공간을 낭비한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생산량과 당도뿐 아니라 작업 환경 등을 비교해봐도 잘했다는 판단이 들어요.” 스마트팜 높이도 평균보다 높게 설계했다. 동고 기준 8.3m로, 방울토마토가 높이 자라는 작물임을 감안해 생장 공간을 충분히 확보했다. 난방비가 더 드는 단점이 있지만, 공기 완충이 커서 한겨울에도 언 피해 발생이 적고 환기 성능이 뛰어나다.
[당일 수확·발송으로 소비자 신뢰 확보] 점차 농장 경영이 안정되며 농협창업농지원센터(센터장 서종경)의 컨설팅으로 브랜드 ‘방울따옴’을 개발했다. ‘농장에서 갓 따온 방울토마토를 소비자에게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이름에 담았다. 당일 수확한 방울토마토를 당일 택배로 발송하는 원칙도 이 철학에서 비롯됐다.
소비자 반응도 서서히 나타났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는 ‘방금 따온 것 같다’ ‘꼭지가 살아 있다’슴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재구매하는 비율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스마트스토어·농협몰·토스·마켓경기 등 온라인 채널과 지역 피자집 2곳에 방울토마토를 납품하고 있다.
[나만의 노하우 -방울토마토 스마트팜 창업, 이것만은 꼭 챙겨라] <1. 공간을 넓게 쓸수록 작물이 건강해진다> 베드 간격 1.7m는 주변 농장의 1m 초반 간격에 비하면 낭비처럼 보인다. 그러나 햇빛을 받는 잎 면적이 충분히 확보돼야 광합성이 좋아지고 당도가 오른다. 간격이 좁으면 습도 관리가 어려워지고 병해충 발생이 늘어난다. 리프트카가 편하게 지나갈 수 있는 여유 공간은 수확 작업 속도와도 직결된다. 온실 높이 동고 8.3m도 같은 논리다. 난방비 부담은 있지만 공기 완충이 커 한겨울에도 언 피해 발생을 최소화하고, 환기 성능이 뛰어나 병해충이 줄어든다.
<2. 모종은 비용보다 안전을, 품종은 저항성을 먼저> 건강해 보이는 모종도 생육 과정에서 병해가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체 공급이 가능한 규모를 갖춘 육묘장의 모종을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품종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은 바이러스 저항?이다. 한 번 발생하면 다른 모종으로 확산하기 때문에 저항성 품종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고당도 품종은 착과율과 생산량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중간 당도의 저항성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초보 농부에게 좋다.
<3. 비상 전력 장비는 시설 단계에 반드시 갖춰라> 태풍으로 전봇대가 쓰러져 전기가 끊기는 사고를 실제로 겪었다. 양액 공급이 멈추자 양액을 직접 타서 농장을 돌며 일일이 공급하는 비상 대응에 나서야 했다. 스마트팜은 자동화가 무기지만, 전기가 끊기는 순간 멈춘다. 보조 발전기와 비상 대응 매뉴얼은 초기 시설 단?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난방도 마찬가지다. 전기 난방만으로 설계했지만, 한겨울 추위는 예상보다 혹독했다. 결국 등유 난방기를 병행하고 있다. 난방 방식 다변화와 재해보험 가입은 필수다.
[전문가컨설팅 - 직거래 중심 판로 전환] 방울토마토는 생산량이 많아 전량을 직거래로 소화하기 어렵다. 생산 초기에 서울 가락시장 경매 의존도가 80%에 달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경매는 가격 결정권이 농가에 없다.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이 크게 흔들리는 구조에서 장기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브랜드를 키우고 직거래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 (현장 컨설팅 양동철 농협창업농지원센터 교수) 첫 번째 과제는 브랜드(이름)다. 농협창업농지원센터는 소비자가 농장을 기억하게 만드는 언어를 찾는 데 집중했다. ‘방울따옴’이라는 이름은 그 작업의 결과물이다. 포장지 디자인과 마케팅 전략까지 패키지로 지원하며, ‘당일 수확·당일 배송’이라는 운영 원칙을 브랜드 약속으로 명문화했다. 약속이 반복되면 신뢰가 쌓이고, 신뢰는 재구매로 이어진다.
스마트스토어·농협몰·토스·마켓경기 등 여러 플랫폼에 동시에 입점하며 소비자와의 온라인 접점을 넓혔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신규 고객을 유입하고 재구매로 연결하는 흐름도 갖췄다. 여기에 라이브 커머스로 농장 현장을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방식도 활용해야 한다. 약속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소비자의 신뢰는 한 단계 올라가고, 그것이 채널의 충성 고객을 만드는 힘이 된다.
온라인 판매만으로는 생산량을 감당할 수 없다. 지역 거래처를 반드시 넓혀야 한다. ?역의 대형 유통매장과 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을 중심으로 고정 수요를 확보해야 한다. 경매와 온라인, 지역 직거래의 삼각 구조가 완성되면 경기 침체나 플랫폼 정책 변화 같은 외부 리스크를 완충하는 안전망이 생긴다. 단일 채널에 기대는 순간, 농장은 시장의 변수에 그대로 노출된다.
출처 농민신문 글·사진 김용기(한국치유농업진흥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