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추억을 품은 프리패브 목조주택
4代에 걸친 가족의 기억을 품은 집
1912년에 상량된 초가집과 집터는 70대 후반 노부부에게 중요한 추억의 장소였다. 대지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며 새롭게 지어진 집에는 옛집의 흔적과 기억이 함께 담겨 있다.
집의 터는 1912년에 상량된 초가집과 함께 현재까지 4代에 걸친 가족의 기억을 품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옛집의 모습을 잃었고, 낡아서 추위와 더위를 견디기 힘들었다. 집은 가족들에게, 특히 노부부에게는 중요한 추억의 장소였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지점은 긴 시간 가족들의 보금자리를 지켜준 땅에 대한 존중과 가족의 서사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것이었다.
부부는 멋 부리지 않은 단순한 집, 그리고 따스한 느낌의 집을 원했다. 공간은 책을 쓰는 남편의 서재, 아침에 커피를 직접 내리고 시 한 편 적을 수 있도록 볕이 잘 드는 다이닝룸, 책을 읽을 수 있는 거실, 부부 침실을 요청했다.
집은 새로 짓지만, 집터의 원형은 그대로 보존하고 풍경을 해치지 않음으로써 오랫동안 집을 보호해 준 대지에 대한 존중을 표했다. 대지의 높이차, 담장, 그리고 집의 이름이 된 우물은 그대로 두고 새로운 집을 앉혔다.
대지가 도심에서 다소 먼 거리에 위치해 예산 문제와 더불어 숙련된 전문가를 섭외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정된 예산에서는 정확한 공장 제작과 짧은 현장 시공이 공사비 절감의 중요한 부분이기에 프리패브 공법으로 경골목구조 시공을 결정하였다. 공장 제작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조명, 스위치, 콘센트 등의 위치·높이, 설비 배관의 위치까지 세밀하게 설계를 진행하였다.
건물의 형태는 산자락의 높은 수목선 앞에 여러 개의 박공지붕 매스가 낮게 앉아있는 모습이다. 지붕의 크기는 과거 한옥이 그랬듯이 높이를 낮추고 크기를 쪼개어 중첩해 주변 자연 풍경의 결을 따르고자 했다. 시간의 흐름을 고요히 담아낼 부드러운 목재, 시간의 흔적을 품고 있는 단단한 자연석의 대비와 조화를 통해 자연과 인공, 전통성과 현대성의 공존을 담고자 했다.
목재 단일 재료로 외벽과 지붕까지 건물 전체를 마감했음에도 완성도와 세련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의 디테일이 중요했다. 외장 목재 설치 시 주로 사용하는 피스와 타카 핀은 스테인리스 제품을 사용한다 해도 오염의 주요인이 되어 결국에는 나무의 무늬결보다 진해지고 표면은 지저분해진다. 이에 나무의 무늬와 패턴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클립 시공 방식을 선택했다. 또한 자연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3가지의 다른 목재 폭을 불규칙하게 적용하였고, 지붕부터 벽까지 목재 폭이 연속되도록 디자인해 정제된 매스를 구현했다. 그러나 3가지 다른 폭의 목재를 지붕부터 벽까지 정확히 맞추고자 했던 의지는 현장의 시공성으로 해결하기 어려웠고, 결국 아연 강판에 레이저 마킹한 지그(jig)를 제작해 목수에게 전달하고서야 완벽한 시공이 가능했다. 약 15,600장의 목재로 경사 지붕, 처마, 벽까지 정렬시켜 완성했다.
내부는 ‘ㄷ’자 평면으로 구성되었다. 할아버지는 거실과 서재에서 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동쪽 창 너머 포도밭과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할아버지가 귀하게 생각하는 큰 소나무가 보이도록 공간을 배치했다. 주방은 할머니의 시 쓰기 공간이다. 밝은 남향 앞마당을 바라볼 수 있도록 공간과 가구를 배치했다. 이처럼 부부의 활동 공간이 서로 달라도 창을 통해 시선이 닿을 수 있도록 계획했다.
박공지붕과 담장의 높낮이가 산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주방에서 내다보이는 앞마당. 데크에는 이전 한옥에서 나온 판재들을 활용해 포인트를 주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화성시
대지면적 : 2,010㎡(608.03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거주인원 : 2명(부부)
건축면적 : 199.46㎡(60.34평)
연면적 : 199.46㎡(60.34평)
건폐율 : 9.92%
용적률 : 9.92%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5.1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경골목구조
단열재 : 비드법단열재 2종
외부마감재 : 외벽 – 적삼목 탄화목재사이딩, 화강석 잔다듬, 호피석
담장재 : 호피석
창호재 : 윈센시스템창호
내부마감재 : 바닥 – 원목마루(좋은집 좋은나무)
수전 등 욕실기기 : 제이바스
주방 가구·붙박이장 : MMK
거실 가구 : 건축사사무소 LIM(디자인), 운담 임병호 명장(제작)
조명 : 창해라이팅
현관문 : 글로리도어
중문 : 운담 임병호 명장
방문 : 예림도어
커튼 : 세진디자인 홍진영
에너지원 : LPG
조경 : 에드워드 오
전기·기계·설비 : ㈜지엠엔지니어링
구조설계(내진) : 주식회사 전우구조
시공 : 직영공사 + 에스종합건설 최필곤
설계 : 건축사사무소 엘아이엠(LIM)
PLAN & SECTION
할머니의 주 생활 공간인 주방. 요리하면서 북측 넓은 창을 통해 중정의 꽃나무를 볼 수 있고, 거실에 있는 할아버지와 시선을 주고받을 수 있다.
할아버지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거실과 서재 공간.
Point. 기억을 연결하는 매개체, 고재(古材)
한옥의 부재들은 가족의 지난 100년의 서사를 현재의 시간에서 추억하게 하고, 또 그 이야기를 미래에 전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대문, 지붕을 받치고 있던 서까래, 대청마루의 판재 중 사용이 가능한 것들을 떼어 새집의 일부분으로 가져왔다. 오래된 결, 손때, 자연스러운 뒤틀림과 옹이가 있는 고재는 실내외 마감재, 공간의 장식 요소, 가구, 문 등 집 안팎 곳곳에 새로운 기능으로 자리하며 가족들의 시간과 감정을 담는다.
글&자료_ 건축가 노영자 : 건축사사무소 엘아이엠
노영자는 2012년 건축사사무소 엘아이엠(LIM)을 개소하고 건축, 도시, 디자인 등 다양한 작업들을 이어가고 있다. 건축을 우리가 사는 환경의 일부로 인식하며, 건축의 공공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이는 건축이 주변 환경, 프로그램, 사람과 맺는 관계의 다변화에 주목하게 하여, 건축물만의 완결성을 추구하기 보다는 건축과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요소들과의 관계에 대한 깊은 관찰과 질문으로부터 건축의 의미를 찾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공공건축가, 서울시건축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신진건축대상 최우수상(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우수상(2022), 경기도건축문화상 특별상(2025),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우수상(2025) 등을 수상하였다. 주요 작업으로는 K-factory, 트랜서핑 사옥, 샘솟는 집과 능동 어린이집, 삼양동 복합커뮤니티시설, 곰소 염전 스마트복합쉼터, 불광천 은평하원 등의 공공프로젝트가 있다. www.limarchitects.com
구성_ 조재희 | 사진_ 김승렬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6년 6월호 / Vol. 328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