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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닫힌 정원과 열린 내부가 만드는 여유로운 제주의 시선

작성자합강|작성시간26.06.15|조회수45 목록 댓글 0

닫힌 정원과 열린 내부가 만드는 여유로운 제주의 시선

잠시머문집_ 선너머섬

평범한 일상 속 마음 한구석에 남을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 공간. 집을 짓기 전 가볼 만한 숙소, 이번에 소개할 주인공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에 위치한 ‘선너머섬’이다.

제주 한경면 판포리의 조용한 마을을 지나, 도로에서 깊숙이 들어간 곳에 비로소 대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변 마을과는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쉽게 드러나 있지 않은 땅의 형상은, 처음 마주하는 이에게 묘한 고립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계획 과정에서 이 필연적인 고립을 감추기보다 오히려 건축적인 장치로 활용하고자 했다. 진입 과정에서 정서적인 환기가 일어나길 원했던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방문자가 맨 먼저 마주하는 것은 무언가를 둘러싸고 있는 높은 담장이다. 정원은 제주까지 찾아오는 긴 여정의 번잡함을 털어내고 비로소 ‘어딘가에 들어왔음’을 느낄 수 있도록 의도되었다. 높은 담장은 시선이 밖으로 흩어지는 것을 막아 정원을 단순히 조경의 대상이 아닌 ‘외부에 있는 하나의 방’으로 기능하게 한다. 담장 안의 정적인 마당은 외부로부터의 불안을 차단하고 방문자를 단단히 감싸며, 이곳이 알 수 없는 외부로부터 보호받는 안전한 장소임을 인지하게 한다. 방문자는 이곳에서 제주의 질감을 보다 편안한 거리에서 마주한다.


정원을 지나 집의 내부로 들어서면, 앞서 경험한 폐쇄감과는 대조적으로 홀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시선이 뻗어 나가는 원심적 흐름을 마주하게 된다. 단순히 기능에 따라 방을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홀을 중심으로 바닥의 높낮이와 천장의 높이, 그리고 창문의 종류가 적절하게 조절된 방들이 배치된다. 입식 거실은 테라스를 통해 수평적으로 확장되며 제주의 개방감을 드러내고, 주방은 바닥을 낮추어 서 있는 시선에서 멀리 한라산의 능선과 오름의 실루엣을 마주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반면 바닥을 높인 좌식 거실은 우리 몸에 조금 더 익숙한 편안함을 통해 가까운 풍경 속에서 보다 사적이고 정적인 휴식을 가능케 한다.


‘선너머섬’은 안으로 수렴하는 정원의 감각과 밖으로 펼쳐지는 내부의 시선이 순차적으로 교차하며 완성되는 장소이다. 요새처럼 방문자를 든든하게 보호하는 동시에, 자신이 제주에 머물고 있음을 문득 깨닫게 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머무는 이의 감각이 안팎으로 유연하게 흐르는 이곳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섬 같은 집이다.

떠다니는 시선을 막아주는 담장 높은 정원.

계단을 올라 주위를 조망할 수 있다.

메인 홀을 중심으로 오픈된 공간과 닫힌 공간이 원심적 흐름을 가지며 배치되었다. 중앙으로 솟는 천장 중앙에는 사각형의 천창이 있어 시간에 따라 달리 펼쳐지는 빛을 담는다.

공용 공간은 바닥의 높낮이가 서로 달라 공간별로 특유의 전망과 감상을 느낄 수 있다.

창 앞 테라스로 확장되는 입식 거실.

 

HOUSE PLAN
대지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판포중길 33-89번지
대지면적 : 1026㎡(310.37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건축면적 : 125.92㎡(38.09평)
연면적 : 117.5㎡(35.54평)
건폐율 : 12.27%
용적률 : 11.45%
주차대수 : 2대
외부마감재 : 노출콘크리트, 콘크리트 치핑
내부마감재 : 벽 – 미장 노출 / 바닥 – 콘크리트 폴리싱 / 천장 – 합판 위 수성스테인
욕실 및 주방 타일 : 윤현상재 모자이크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체리원목 현장제작
거실 가구 : 소파 – 도이치가구 / 좌식테이블 – 체리원목 현장제작
조명 : 대광조명
현관문 : 룩스
방문 : 강질합판 현장제작
데크제 : 콘크리트 폴리싱
조경석 : 현무암 자연석
조경 : 보림조경
전기·기계 : 라니
설비 : 주식회사영건
구조설계(내진) : F1ENG
시공 : 건축사사무소 코이오크, GEGH PRESS ROOM, 직영공사
설계 : 건축사사무소 코이오크, GEGH PRESS ROOM

두 개의 침실은 각기 다른 구조로 가구를 배치하였다. 공용 공간과 마찬가지로 미장 마감과 합판의 단조로운 조합을 통해 편안한 휴식 분위기를 만든다.

INTERVIEW :
심은희 선너머섬 대표

제주에 스테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계기는?
저는 25년 동안 부산에서 아동의류 도소매 브랜드를 운영하며 아이들 옷을 만들고 매장 인테리어와 가게 오픈을 도와주는 일을 해왔습니다. 2년 전 이 일을 정리한 뒤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스테이를 준비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여행을 좋아했고, 특히 바다를 좋아해서 지중해 연안이나 카리브해의 작은 섬들을 자주 여행했습니다. 여행지뿐 아니라 어떤 공간에서 머무는지도 중요했기에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를 여행의 일부로 여겼습니다. 그 시간이 쌓이면서 언젠가는 제가 좋아하는 감각과 분위기를 담은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 시기에 제주를 자주 찾게 되었고, 제주만의 풍광에 깊이 끌려 스테이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숙소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게 여행은 ‘떠남’의 감정인데, 그 감정을 가장 선명하게 느끼게 해주는 단어가 바로 ‘섬’이었습니다. ‘섬’은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다른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선’은 일상의 경계를 의미합니다.
반복되는 생활과 익숙한 시간을 벗어나, 자기만의 호흡으로 천천히 쉬어갈 수 있는 곳의 경계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숙소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어떻게 되나요?
숙소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는 ‘비워진 감각’이었습니다. 공간을 무엇으로 가득 채우기보다는 여백과 고요함이 느껴지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가구나 오브제도 최대한 절제했고, 사람이 머물렀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자연을 조망하는 시선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도록 흔한 펜던트 조명 하나도 허용하지 않은 점 역시 공간의 포인트입니다.

숙소에서 가장 공들인 포인트 요소는 무엇인가요?
가장 공들인 공간은 메인 홀입니다. 메인 홀은 선너머섬의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높은 천장 구조를 따라 각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시간에 따라 들어오는 빛의 방향과 깊이가 계속 달라집니다. 아침에는 부드러운 빛이 공간 전체를 채우고, 오후에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면서 또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메인 홀은 부엌과 거실, 좌식 공간이 하나로 개방되어 있습니다. 함께 여행을 와도 각자 흩어져 있기 쉬운데, 선너머섬에서는 같은 공간 안에서 시선과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스테이 속 숨겨진 애장품이 있다면?
제가 가장 애정하는 오브제는 임스 하우스 버드 블랙과 피그 실버 오브제입니다. 두 제품 모두 여행 중 직접 구매했던 물건들인데, 제 여행의 기억과 시간이 담겨 있는 물건들입니다. 오랫동안 함께하며 애정했던 물건들이라 자연스럽게 선너머섬에 두게 되었습니다.

공사를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중정에 녹나무를 심었던 날입니다. 나무를 심은 바로 다음 날 제주에 강한 바람이 불었는데, 혹시 나무가 버티지 못할까 밤새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그 나무가 자리를 잘 잡고 바람 속에서 단단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괜히 애착이 갑니다.

방문객들이 어떤 시간을 보내길 바라시나요?
선너머섬에서는 무언가를 많이 하기보다 잠시 속도를 늦추고 자연 속에서 머무는 시간을 보내셨으면 합니다. 머무시는 분들이 아침에 일어나 새들의 지저귐에 귀를 기울이거나 창밖 풍경을 바라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쉬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해가 움직이며 공간의 그림자가 달라지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는 건만으로도 충분한 시간 되었으면 합니다.

 

글&자료_ 송병철 소장 : 건축사사무소 코이오크(COIIOC)
시공_ 강창수 소장 : GEGH PRESS ROOM

건축사사무소 코이오크는 건축만이 구현할 수 있는 영역과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하나의 ‘사적인 기념비’로서, 상황에 따른 고유한 질서와 형식을 세워가는 치열한 작업들을 통해 건축이 스스로 드러나는 순간을 지향하고 있다. 현재 서일대학교 실내디자인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실무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coiioc@coiioc.co.kr
강창수 소장은 제주도를 기반으로 공간기획과 시공까지 전반적인 업무에 참가하고 있다. Instagram @_GE_GH

취재_ 조재희 | 사진_ 이병근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6년 6월호 / Vol. 328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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