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 성인은 초대 교회의 사도들이 뽑은 부제이다. 식탁 봉사를 위한 일곱 봉사자의 하나로 뽑힌 그는 가난한 이들에게 식량을 나누어 주는 일뿐 아니라 사도들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면서 진리를 증언하는 일도 소홀히 여기지 않았다. 또한 유다인들과 벌인 논쟁에서도 “은총과 능력이 충만한”(사도 6,8) 스테파노는 지혜로운 언변으로 그들을 물리쳤다. 유다인들은 스테파노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음을 알고 그가 하느님을 모독했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결국 그는 돌에 맞아 순교함으로써 교회의 첫 순교자가 되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사도 7,59-60).
[복 음]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0,17-22)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이 너희를 의회에 넘기고 회당에서 채찍질할 것이다. 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묵 상]
오늘은 스테파노 성인의 축일입니다.
스테파노는 그리스도교 최초의 순교자입니다.
예수 성탄 대축일의 다음 날인 오늘 교회의 첫 순교자를 기념한다는 것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제는 탄생을 경축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순교를 기념합니다.
어제는 생명을 노래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죽음을 묵상합니다.
어제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신 분을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땅에서 하늘로 가신 분을 생각합니다.
우리의 눈으로 볼 때 이처럼 대비되고 대조를 이루는 어제와 오늘입니다.
그러나 신앙의 신비 안에서 두 날을 되새겨 볼 때 우리는 참으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곧, 탄생과 순교가, 생명과 죽음이 서로 깊은 연관 속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이 두 날 사이에는 ‘죽는 것이 곧 사는 것이다.’라는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먼저 예수님의 탄생을 생각해 봅시다.
영원한 생명이신 그분께서 유한한 인간이 되셨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순교입니다.
돌아가시지 않아도 되시는 분이 죽을 운명을 지닌 인간의 생명을 얻으셨다는 것은, 죽음을 선택하셨음을 뜻합니다.
스테파노의 순교는 어떠합니까?
그는 순교로써 하늘 나라에서 새롭게 탄생하였습니다.
그가 죽었다는 것은 영원한 생명을 얻었음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그의 순교는 신앙 안에서의 새로운 탄생이며, 새 생명입니다.
이처럼 탄생과 순교가, 생명과 죽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역설적으로 예수님의 탄생 안에서 순교와 죽음을,
스테파노의 순교 안에서 생명과 탄생을 보아야 합니다.
교회는 성탄 시기를 보내면서 우리의 ‘성탄’, 곧 죽음을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는 데에 힘을 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을 기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