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녹용 기자의 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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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녹용
- 프리미엄뉴스부 기자
- E-mail : jny@chosun.com
- 1999년 기자생활을 시작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에서 일..
- 1999년 기자생활을 시작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에서 일했습니다. 정치부에 10년 정도 있었고, 주로 국회와 정당을 담당했습니다. 한국일보에 있다 2013년 10월 조선일보로 옮겼습니다. 정치부에 좀 있다 보니 정치 현상을 보고 읽는 눈이 조금은 생긴 것 같습니다. 그걸 최대한 잘 전달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기자는 팩트(fact)에 충실하고 끊임없이 팩트를 확인하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사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 뵙겠습니다.
- 서울대 국문학과 졸업
- 프리미엄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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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01 15:59 | 수정 : 2014.01.01 16:20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줬다" vs. "대통령의 원칙 관철을 무산시켰다"
‘박근혜 살리기’인가 ‘박근혜 죽이기’인가
철도노조 파업 철회 합의를 주도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을 두고 이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김 의원의 타협 행위가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도움이 됐는지 아닌지를 두고 정반대의 시각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의 타협이 박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쪽과 오히려 상황을 어정쩡하게 마무리해 박 대통령의 ‘원칙’이 빛을 바래게 했다는 쪽의 대립이다.
철도노조 파업 철회 합의를 주도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을 두고 이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김 의원의 타협 행위가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도움이 됐는지 아닌지를 두고 정반대의 시각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의 타협이 박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쪽과 오히려 상황을 어정쩡하게 마무리해 박 대통령의 ‘원칙’이 빛을 바래게 했다는 쪽의 대립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우선 김 의원과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이 나서 철도노조 파업 철회를 이끌어낸 것은 정치권이 오랜만에 제 역할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타협의 정치력을 보여줬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김 의원의 타협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철도노조 파업이 해를 넘겨 계속됐다면 집권 2년차를 맞는 박 대통령으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국민 불편과 피로감이 커지는 것도 박 대통령과 정부로선 역시 부담이었다. 김 의원이 나서 박 대통령이 직접 풀기 힘든 매듭을 풀어줌으로써 박 대통령의 고민 한 가지를 해소해줬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시기적으로 연말인데다 예산 국회가 첨예하게 대립해 있었다.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으로 인한 국민 불편 등 악영향도 많았다. 그런 시점에서 정치권이 나서서 중재 역할을 통해 갈등을 해소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에서도 이런 시각이 나왔다. 민주당 3선 의원인 설훈 의원은 지난달 30일 여야와 철도노조 합의안이 발표된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철도파업이 계속갔다면) 여론은 (여권에서) 떨어져 나가고 정부, 여당이 치명타를 입게 됐을 것이다. 더 끌고 가면 새누리당이 치명타를 입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떨어져 이를 수습해야 한다는 말이 여권 내에서 나왔다. 그래서 정치적 감각이 있는 김무성 의원이 앞장서서 수습을 한 것이다. 이 판단은 정확했다. 따라서 지금 상황은 김무성 의원 등 여권 내부에서 ‘박근혜 구하기’에 나선 행보의 일환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동의했다”
철도노조와의 합의안에 대해 청와대가 동의했다는 주장도 이런 논리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김 의원과 박기춘 의원이 전한 후일담에 따르면 김 의원은 협상을 진행하며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청와대와 조율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조 수석한테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도 얘기가 됐고, 대통령도 동의하시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도 최종 합의내용을 승인한 셈이라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협상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뒷얘기를 전하면서 “손 놓고 있으면 철도파업은 내년까지 가고, 그러면 예산안 연내 처리는 어렵게 된다고 청와대를 설득했다”고 했다. 청와대와 충분히 얘기한 만큼 박 대통령의 뜻과 다른 합의를 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왼쪽)이 지난달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여야 및 철도노조의 파업철회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 의원 오른쪽은 민주당의 박기춘 사무총장.
반면 김 의원의 개입이 박 대통령의 ‘원칙 대응’을 훼손했고,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엄존한다. 이는 김 의원의 타협 행위가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으로 연결된다.
논리는 대체로 이렇다. 철도노조는 이미 파업동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조합원들의 현장 복귀율이 30%에 육박하고 있었고 국민 여론도 ‘파업 반대’가 훨씬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개입해 위기를 맞은 노조의 퇴로(退路)만 열어준 꼴이다. 타협을 하지 않아도 조금만 있었으면 철도노조는 ‘백기투항’ 했을 것이다. ‘불법파업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경 원칙론’이 빛을 발하려던 순간 김 의원이 나서 ‘숟가락’만 얹어 일이 이상해졌다. 불법파업 관행을 뿌리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김 의원이 어렵게 만들었다….
새누리당 내에서부터 이런 시각이 공개적으로 나온다. 주로 친박(親朴·친박근혜) 핵심 주류가 진원지다. 친박계인 유기준 최고위원은 “철도파업이 마무리되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김 의원이 끼어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타협할 필요가 없었다”며 “국회에 철도산업발전 소위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공방의 장을 연장한 것 밖에 더 되나”라고 했다.
유 최고위원은 이번 타협이 박 대통령에게 도움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번 파업을 원칙대로 해결해 공기업 개혁의 신호탄으로 삼으려 했는데 그 모양이 엉클어졌다. 파업 문제가 온전히 해결된 것도 아니고 또다시 일거리를 남긴 미완(未完)의 상태가 돼버렸다”고 했다.
“대통령이 원하던 그림 아니었다”
청와대 내부에서 김 의원에 대해 불쾌한 기류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의원이 박 대통령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자기 정치’를 위해 ‘독자 행동’을 했다는 시각이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박 대통령으로선 김 의원이 파업을 끝낼 수 있다고 가져온 합의안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고 봐야 한다. 박 대통령이 원하던 그림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밖에서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김 의원의 타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무성이 철도노조의 불법파업 거짓선동 막는데, 힘 하나 보탠 것 있나요. 이걸 왜 김한길과 둘이서 곶감 빼서 나눠먹습니까”라고 했다. 김 의원 홈페이지에는 김 의원의 타협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왜 범법자와 합의를 하나” “공기업 개혁을 망쳤다” “정말 실망이다”부터 시작해 ‘배신자’ ‘간신배’ 등의 막말까지 비난 글이 수백개 올라왔다.
- 2010년 4월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의원. 김 의원이 박 대통령을 쳐다보고 있다. 이 시기는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두 사람이 의견차이를 보일 때다.
박 대통령과 김 의원 사이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김 의원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친박 좌장’으로 박 대통령을 도왔다. 하지만 김 의원은 2010년 초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싸고 박 대통령과 충돌하면서 멀어졌다. 당시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는 박 대통령의 한마디는 유명했다. ‘김 의원이 파문(破門)당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 때 김 의원이 탈박(脫朴)한 이후 두 사람 관계는 계속 어색했다. 김 의원이 2010년 5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이명박정부 여당 원내대표를 하며 두 사람은 더 멀어졌다. 박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치른 2012년 총선에서 김 의원은 공천을 받지 못한다. 김 의원이 탈당해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그는 탈당하지 않았다. 이후 2012년 대선에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박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김 의원은 차기 새누리당 대표 자리를 노리고 있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도 꼽힌다. 이번 일이 박 대통령과 김 의원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부에선 벌써 “이번 일로 박 대통령과 김 의원 사이가 더 멀어질 것 같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김 의원의 타협이 향후 그의 정치적 행보에 약(藥)이 될지 독(毒)이 될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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