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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창작의 길잡이(5) - 대사

작성자오즈의섭|작성시간03.09.05|조회수1,262 목록 댓글 6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점이 되어야 할 것은 당연히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다.
“어떤 이야기”라 함은 상황설정과 배경지문이 될 테고 “어떻게” 보여 주는가는 대사의 힘이라 봐도 무리가 없다. 물론 이 세 가지의 역할은 분담이 아닌 유기적인 연결이지만 이 중 이야기를 가장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대사라 볼 수 있다. 단 한마디의 힘있는 대사, 둘셋의 캐릭터가 주고받는 대화, 나아가 캐릭터의 내면을 보여주는 나레이션까지 대사의 힘은 이야기를 이끌고 에피소드를 새롭게 창조해 낸다.

그렇다면 좋은 대사는 어떤 것일까?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가?
이 물음에 똑 소리 나는 대답을 해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것은 작가 스스로가 익히고 느끼며 쌓아가야 할 숙제와도 같다. 단지 유의해야 할 점들은 몇 가지 숙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나, 불필요한 대사를 피하라.
우선 불필요한 대사가 뭔지 알아보자. 이야기와 상관없는 대사 특히나 밥상 앞에서 오고가는 대화들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반찬 맛있다!” , “이건 어디 특산물이야?” “맛이 어쩌구저쩌구…” 이런 대화들은 드라마엔 어울릴지 모른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야기와 상관없는 이런 대화들은 기피 1호다. 이 밖에도 상대방의 외모를 토론(?)하는 대사 – “머리 이쁘다”, “그 옷 어디서 샀어?” 등등 꼭 필요하지 않은 일상적인 대사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혹 이런 대사들이 나올 때는 도입부에 캐릭터의 성격이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한 정도의 사용이면 족하다. 그나마 이 방법 또한 요즘엔 진부하고 구차해 보인다.

둘, 고전동화 같은 대사는 자제하라.
고전동화 같은 대사들은 특히나 멜로,SF,호러 장르의 시나리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 “당신”이란 단어는 상대방을 깔아 볼 때, 혹은 연극에서나 나올법한 단어다. 대한민국 어느 누구도 사랑 고백할 때 당신이란 단어는 쓰지 않는다.
“~ 습니까?” , “ ~ 랍니다” , “~ 이지요”, “~않나요?” 같은 어미가 붙는 대사들… 읽을 땐 별 불편 없지만 듣기엔 거북한 대사들이다. 이 것의 사용이 문제가 안 된다고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영화 속에서 이런 대사들은 십중팔구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 물론 필요할 때가 있다. 위에 언급한데로 자제의 의미다.

셋, 상황을 대사를 통해 설명하지 말라.
영화는 일차적으로 시각적인 예술이다. 배우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눈으로 확인 할 수있다. 그것을 억지로 대화들로 확인 사살할 필요가 없다. 또 다시 밥을 예로 들자.
“밥 먹자!” 이 한마디면 다음 씬엔 식사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혹은 쌀 씯는 장면 다음엔 당연히 “식사를 하겠구나” 란 예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굳이 “너는 쌀을 씯어 난 국을 끓일게” 할 필요는 없다.
또 하나의 예를 보자.
주인공이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버스는 마지막 손님을 태우고 출발한다.
이 다음에 주인공이 버스를 잡기 위해 더 빨리 달리면 끝이다. “아저씨 차 세워 주세요!” “ 저 이 버스 못 타면 지각해요!” 라고 소리 지를 이유가 없다. 다음 씬에 상사에게 혼나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이런 예가 아니더라도 대사를 통해 일일이 설명하는 것은 안 좋은 습관이다.

넷, 웃음과 눈물을 강요하지 마라.
작가는 글을 쓰는 동안 이미 한편의 영화를 본 것과 같다. 자신의 머리 속에서 이미 첫회 상영을 한 것이다. 이 것의 문제는 작가 스스로 만족할 만한 상황과 연기를 이미 그려냈다는 것이다. 때론 음악까지…
남이 보았을 때도 같은 결과라면 좋은 작품이 나오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웃음거리가 된다. 그 것의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보는 이는 지루한 대화가 캐릭터들 상호간에 깔깔대며 웃는 대사들이거나 전혀 안 슬픈 상황에서 캐릭터들은 계속 울먹이며 나누는 대사들의 경우다.
또한 “깔깔깔 웃는 주인공과 여자” 이런 건 관객들도 그들이 왜 웃는지 알아야 한다. 작가 혼자만 그들이 웃는 이유를 알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한가지 덛붙이자면 작가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경험을 가질 필요가 있다. 웃음과 눈물을 자신의 기준에 놓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다섯, 배우도 사람이다.
배우도 사람이다. 숨을 쉬어야 한단 얘기다.

“ 내가 너처럼 어릴적엔 장난감 로보트와 컴퓨터 게임 대신에 흙 바닥에 줄을 긋고 돌맹이 하나를 판판하게 갈아 만들어 세워놓고는 다른 아이들과 서로 그것을 맞추는 일명 망까기라는 놀이를 하며 해가 저물 때까지 놀았었어”

이런 대사가 있다고 치자. 읽기엔 그다지 무리가 없다. 그러나 배우가 이 대사를 말하다간 숨넘어가 죽는다. 숨쉴 틈을 주어야 한다. 목적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배우의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 밖에 한가지, 송능한 감독의 “넘버3”이후 한국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사실적인 대사…그런데 그 의미를 잘못 캣취한 감독 또는 작가들이 있다.
반드시 욕이 들어간다고 혹은 사투리가 들어간다고 해서 사실적인 대사는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네발가락”과 “성냥팔이소녀의 재림”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위에 적어 본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다수의 작품을 보며 느낀 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쓰여진 글이다. 혹시나 오해 없길 바라며 무엇보다 좋은 대사를 쓰기 위해서는 작가 스스로가 느끼고 쌓아가는 방법 밖에 없음을 거듭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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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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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지후 | 작성시간 03.09.06 감사해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 작성자감 기 | 작성시간 03.10.15 저기.. 위에 숨 넘어갈 듯한 대사요. 속으로 따라해보면서 입으로 읽었었는데요. 정말 숨 막히네요..^^;;;
  • 작성자포토스텔라 | 작성시간 04.01.06 감사합니다.
  • 작성자워아이니 | 작성시간 07.03.13 퍼가요
  • 작성자뮤희 | 작성시간 08.09.06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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