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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대사 쓰기

작성자그것은태양과어울린바다라오.|작성시간04.03.07|조회수3,521 목록 댓글 16
<대사연구>

「코메디의 대사 」
- 군더더기 대사 - 비유와 놀이의 정신-
마쓰끼 히로시

옛날, 아직 여드름 투성이의 시절.
보러 간 영화가, 비록 하품만 나는 엉터리 작품이더라도, 그 자막 속에
반짝하고 조그맣게 빛나는 멋있는 대사를 하나라도 발견하면 어쩐지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대사 기호(嗜好)의
경향은 그 때부터 있었는지도 모른다.
* * *
드라마가 인간의 몸이라면 대사는 "호흡"과 같은 것이다. 엄청나게 되풀이하는 호흡의 리듬과 템포가 쾌적하다면 틀림없이 건강체다. 거칠고 불안정한
호흡은 병든 몸, 그리고 숨어 있으면 육체는 사멸한다.
호흡은 생명의 증거다.

각본에서는 대사가 생명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쓸데없이 나레이션이 많은 TV드라마 같은 것을 보게 되면 좋고 나쁘고 를 별문제로 하고 화가 나고
만다. 드라마의 배경이나 등장인물의 심정을 나레이터에게 설명시킬 바엔 소설을 쓰고 있으면 좋을 것이다.
우연히 나도 최근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나레이션을 썼으나 한 시간 드라마에 2,3회로 되도록 억제했다
사용한 이유는 주인공이 개였기 때문이다.
옛날, 나를 즐겁게 했던 영화의 대사는, 주로 양화, 특히 코메디에 많았다. 루비치나 케플러나 크룰이나 좀 뒤의 빌리 와일더 등의 영화에는 반짝반짝하는 대사가 잔뜩 나온다. 점잖게 말하자면 "에스프리"라고나 할까? 사람 됨됨이가 너절한 나이기 때문에 더욱 감격했을 것이다. 나는 코메디를 쓰겠다고 불손하게도 결심을 했다.

흔히 평론가들이 칭찬하는 말 중에 "군더더기가 없는 대사"라는 것이 나오는데 코메디에는 그 군더더기가 필요한 것이다.
비유와 놀이의 정신이 없으면 우선 코메디는 쓸 수 없다.
시리어스 드라마면 한 줄로 끝날 대사를 때로는 뒤집어 까고 두들겨 늘이고, 부풀려서 수십 행을 늘인다. 그것이 이 작업의 즐거움이자 괴로움이다.
예를 들면....
"그런 거 묻는 게 아냐. 대답할 수 없다구."
이것으로 대사는 끝나고 마는데 이것으로는 재미도 없고 웃기지도 않는다. 그래서 적절한 비유를 어떻게든 생각해 내서 뒤에 보태려고 없는 지혜를 짜면서 생각한다. 누구에게 무엇인가 질문을 받고 난처할 때는 어느 때인가,
"그런 거 묻는 거 아냐. 여자한테,나 미인가요? 하고 질문을 받을 때와 같단 말야., 대답할 수 없다구"
아마 이런 것일 것이다.
귀가 밝은 여자가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인종이다.
"그 여자, 머리 속에 레이더를 감추고 있다구."
이런 것은 비유가 다소 상식적이다. 좀도 극단적으로 부풀려서,
"누가 아프리카에서 재채기를 한대두 그 여자한테 즉각 전해진다구,"
생각날 때까지 두 시간 걸리는 수도 있다.
그런 때일수록 녹화 뒤 디렉터로부터 전화,
"전체가 길어서 그 대사 짤랐습니다. 본 줄기완 관계 없잖아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군더더기를 생략하는 것은 일본인의 커다란 미풍의
하나니까...

35세의 홀아비 아버지와 그의 어린 딸과의 대화.
딸은 조숙해서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딸 "아빠 결혼하면 어때요?"
아빠 " 아직 그런 생각 없다."

군더더기를 빼면 이것만으로 충분한 대화지만 맛도 소금기도 없다.
그래서 좀 말주변을 바꿔서 장난을 해 본다. 야구로 말하면 직구에서 변화구가 되는 셈이다.

딸 "아빠, 결혼하기라면 지금일 거예요. 벌써 서른 다섯 아녜요?"
아빠 "아직 서른 다섯...이라고 말해 줬음 좋겠다."

이것으로 다소 분위기는 나오지만 아직 무엇인가 미진하다.
그래서 지식이 얕은 나는 서가에서 음악가의 열전을 끄집어 내서 착착 들춘다. 그리고 그 안의 한 페이지....같은 35세로 죽은 작곡가 이름을 발견하고
무릎을 쳤다. 그 후는 이 신을 써내는데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딸 "아빠 결혼 하실 거라면 지금이에요. 벌써 서른 다섯 아녜요?"
아빠 "아직 서른 다섯..이라고 말해 줬음 좋겠다."
딸 "모짤트 알고 게세요?"
아빠 "...들은 적 있는데."
딸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작고간 데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명곡
을 남겼다구요. 모르셨어요?"
아빠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딸 "35세예요. 모짤트가 죽은 것은...."
아빠 "....? 뭘 말하고 싶은 거니 넌?"
딸 "아뇨. 별로.. 그것 뿐예요."
아빠 "......(딸을 흘겨본다)
* * *
오늘도 책상 앞에 앉아서 나는 부지런히 군더더기를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 군더더기의 산 속에서,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좋다.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대사를 낳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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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insomnia | 작성시간 09.02.27 정말 대사 하나로 남을 웃긴다는 건 힘들 것 같아요 그 많은 사람들의 코드를 맞춰야한다는건..^^
  • 작성자맘마미야 | 작성시간 09.04.29 모든 장르가 어렵겠지만 코메디는 어느장면어느순간이든 코메디라는 이름앞에 웃겨야한다는 사명감에 생각 또 생각해야하는 어려움이 ㅠㅠ
  • 작성자오타낫네 | 작성시간 09.06.18 왠지 대단하신거 같아요!! 톡톡튀는 대사 하나가 명대사나 유행어를 만들 잖아요? 역시 양보단 질이겠죠?
  • 작성자프러 | 작성시간 11.02.14 나이..;
  • 작성자푸쓩 | 작성시간 12.01.02 코미디가 제일 어려운것 같음. 후아.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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