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썸딩

작성자검은괭이|작성시간03.10.15|조회수442 목록 댓글 1
영화를 보면서 내내 아쉬움이 있었던지라, 그 생각은 잠시 잊으려고 했지만 읽는 내내 은하언니의 목소리와 한석규의 깊이없는 무표정연기(용서를~ 개인적으로 한석규 시러함)들이 새삼 떠올라 집중이 어려웠다.


하지만, 개봉 전 텔미썸딩 시나리오를 반 정도 읽으면서 '우와~재밌다'환호하며 보았던 기억도 살아올라 다시 한장 한장 넘겼다.


음, 워낙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라 특별히 꼬집을 것은 없어보인다. 왜냐하면 개봉중 논란의 부분 역시 영화자체라기 보다는 구성(시나라오)상의 문제였던 것 같았고 그로 인한 헷갈림이었기 때문인데...

아마도, <원초적 본능> 개봉시 혹은 아직도 감이 느린 사람들은 범인을 헷갈려 하고 있는 그 엔딩을 원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얼핏 든다.

<원초적 본능>의 캐서린은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보며, 오랜 시간을 공들여 사건을 꾸밀 만큼의 용의 주도함과 인내력을 가지고 있는 보기드문 당찬(?) 범죄자이다. 그 퍼즐처럼 꿰어맞춰지는 것들에 대한 쾌감이 92년 당시 첨 접해본 화려한 정사씬으로 인해 더더욱 뇌리에 파파박 박히며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것 같다. 오죽 했으면 디비디로 다시 구입했으랴..

다시 <텔미썸딩>으로 돌아와서, 이 시나리오의 중간부분 혹은 마지막 엔딩의 거의 끝부분 전 혹은 채수연의 범행사실을 깨닫게 된 조형사 장면이 나오기 전까진, 상당히 흥미롭게 읽혀진다. 문제는 채수연이 범인인데 라고 시나리오상에서 보여지는 순간, 아, 그럼 그것들은 뭐야? 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제일 구차하고 사족같은 것이 후에 이러저러해서 일케절케 되어 채수연이 범인이지만, 승민이도 함께 범행을 한거쥐. 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물론, 시나리오 상에는 그것을 넣지 않았다. 추측하도록 만든 것인데, 그건 너무 한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마지막 폴라로이드 사진 속 피해자들 자축하는 듯한 모습은 채화백을 공동으로 죽인 뒤 가진 기념파티라는 설이 있었고, 분명 그럴 가능성이 보인다. 살인 동기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죽은 인물들과 채수연의 관계, 그리고 채수연의 살인을 대신해줄 수 있을 정도의 승민의 모습들 혹은 사주를 받았다는 듯한 모습들이 조금은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의사들 술집모임에서의 승민은 몇 씬전 채수연이 조형사에게 말한 대사를 그대로 반복한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힘든 거라는.. 그걸 놓지 못한다는 말 말이다. 승민의 그 대사와 이후 보여진 장면들에서 유추해 보건대, 채수연이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는 어떤 것들을 승민이 대신 해주었다는 비아냥 혹은 책망처럼 들리기도 한다.

물론 혹은 승민이 채수연의 범행사실을 모두 미행으로 알고 있다고 추리해볼수도 있지만, 바쁜 레지던트가 수연의 일거수일투족을 미행할만큼 시간이 많은지도 의문이고.... 마지막 오형사의 죽음은 분명히 승민이 저지른 일이니까 단순히 수연의 범행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그런데, 마지막 승민이 수연을 만나러가기전 자기 집에 혈액을 뿌린 이유는 무엇인가? 수연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대신 죄를 덮어쓰려고 했던 것일까? 그래서 공개된 장소에서 수연의 목숨을 빼앗음으로해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일까?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그것으로 끝이다. 도대체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정신분석 공부를 무진장 열심히 공부를 한 뒤, 마치 <H>의 조승우처럼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고 움직이는 능력을 기른 것인가?

범인 혹은 각각의 범행을 저지른 사람들이 각기 다를 수도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게 하는, 어찌보면 기연도 살인 한 건에 가담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오만하게 CCTV를 쳐다보는 모습 등에서 말이다. 범인이 아니라면, 김기연의 그 상황설정이 오버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때문에 용의자로 굳혀지기도 하지만...



스릴러의 중요한 점은 이것인 것 같다.

단순한 사건은 분명 재미 없다. 하지만 그 단순한 사건에도 여러 인물들이 여러 정황을 가지고 얽히는 것은 재미있다. 하지만, 그 얽힘이 마지막에 가서도 얽힌 상태에 머물고 있다면 화나는 일일 것이다.
복잡한 사건, 많은 복선과 단서들을 깔아두는 시나리오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그도 마찬가지로 그 복선이 마지막에 하나로 꿰어지는 맛이 없다면 말짱 꽝이다. 물론, 그렇게 해놓고 결론은 관객에게 맡기겠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만 그게 맞는 선택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도 맘에 안들었지만, 시나리오 읽으면서도 조형사 부분은 정말 마음에 안든다. 조형사가 채수연에게 마음을 여는 계기, 오형사가 머물곳을 정해주겠다고 했는데 조형사가 자기 집으로 채수연을 데리고 온 계기, 왠지 미심쩍은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그녀를 보호하는 이유들.. 워낙 미모가 출중하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빠졌을 수도 있겠지만, 시나리오상에는 채수연에게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은 없다. 산소호흡기 제거에 사인하고 엄마를 땅에 묻은 지 얼마 안된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무표정한 한 남자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채수연의 너무나 바른 정숙모드 태도가 좀 거슬렸다. 물론 연약한 척 강한 여자가 무섭기도 하겠지만, 뭔가 둘 사이에 더 끈끈한 공기가 흘러야 '같이 프랑스에 가시겠냐'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아무튼 오랫만에 다시 읽어보니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난다.
이 영화 보고 얼마나 많이 한석규를 씹었던가,
오형사의 땅콩은 뭐할라꼬 저렇게 자주 보여주나 했던 것이 흡연자 딸래미와의 약속을 지키기위한 금연노력임을 알게 되니 좀 수그러들기도 했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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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자유인 | 작성시간 04.01.10 당시 어느 식자의 영화평이 생각나내요. "아이큐 150 이상인 사람들만 이 영화를 보게하라!" "대학원 졸업이상 관람가 등급의 영화"라고....아, 해골아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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