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작성자장미하나|작성시간07.03.16|조회수431 목록 댓글 2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처음 본 것은 <강원도의 힘>에서이다. 야~ 영화를 이렇게 만들 수도 있구나. 하고 찜찜해하면서 감탄했었다.그로부터 10년을 넘겼다. 그는 진화했다기 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보면서 최근작 <해변의 여인>이 더욱 가벼워졌음에 대해 약간의 서운함을 느꼈다.실망을 한 것은 아니나, 처음 영화에서 보여준 날익은 리얼리티가 많이 느슨해짐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더 세련되어지고 부드러워졌다.그의 영화는 아무런 판단도 하려 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낯선 공기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공기를 계속해서 마시고 싶어진다.여기에 홍상수영화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인생과 같은 속성을 같다. 그점이 그의 영화를 사랑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초기작에서 보여지는 홍상수적인 것들

인물
열등감을 가진 속좁은 지식인이 주요남자주인공이며-다른 영화에서도 자아는 강하지만 사회적으로 별다른 파워가 없는 남자들이 주인공으로 자주 나온다- 한국사회, 한국사람들의 모순적이면서도 다소 거칠게 그려지는 전형적인 모습들이 다소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인물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버스 좌석 커버의 찍찍이 떼기를 하다가 앞사람의 핀잔을 듣는 등...코믹하면서도 코미디라고 볼 수 없는 것이 홍상수감독의 초기작인 이 영화에선 자주 등장한다.해변의 여인과도 같은 톤이라 볼 수 있다. 멀미하는 사람, 토하는 사람 등이 보여진다.아주 일상적인 것들-백기내리지말고 청기올려같은 오락기 음성녹음, 모닝콜, 등의 일들로 돈을 보는 극장안내원 -에 대한 세밀한 관찰력이 돋보였다. 홍상수감독은 사소한 것들을 모아 붙이는 재주가 있다.

다이얼로그
감수성 높은 다이얼로그는 인위적이지 않은 살아숨쉬는 언어들, 혹은 발효된 듯한 맛이 있는 말들로 내밷어진다. 예를 들면, 사랑해요 라고 말하지 않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당신같은 사람 처음봐요'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미장센
어중간한 것이 예쁘게 보인다는 소견처럼 미장센은 어딘가 좀 딱부러지지 않아보인다. 관리인실과 외부를 분할해 보여준 것과 같은 식으로 말이다.


이야기 구조
홍상수 영화의 단점은 철저히 일관성을 유지하다보니 볼 거리가 적다는 점.. 감독스스로 채택한 방법은 그래서 고현정같은 스캔들을 가진 스타급 배우를 <해변의 여인>에서 캐스팅한 것이라든지 영화가 전반부 후반부가 나뉘어져있어 같은 영화에서 두개의 구조를 가진다는 것, 그러면서도 두 부분은 서로 단절되지 않고 하나의 실로 연결된 듯 서로 들락날락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그는 감각적이라기보다는 직관적이고 본능적이다.스타일이 어중간하다. 고다르처럼 강렬하지도, 왕가위처럼 매혹적이지 않다.단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영화에서만큼은 초기작으로서의 대담한 결말이 재능을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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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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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삼팔꽝 | 작성시간 07.05.16 솔직히 감독이 의도한 것을 읽고 영화를 이해하게 되었어요. 의도와 실제 영화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감독만의 색깔이 보이지 않았던 작품이었습니다.
  • 작성자장미하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7.07.23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다는 것, 작가주의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장점인 것 같습니다. 세밀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삶을 드러내는 것이 홍상수감독작품들이 인정받는 이유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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