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마르셀 에메
EBS 월요일 저녁 방영되는 <북다이제스트>란 프로그램이 있다.
책 관련 몇 안되는 TV 프로그램인데,
언젠가 그 프로그램에서 이 책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를 추천해주었다.
수첩에다 적어놓고 있다가 이번에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는 마르셀 에메라고 하는 프랑스 작가의 단편소설이다.
마르셀 에메란 이름은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다.
그는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였다고 한다.
왜 과거형으로 적었냐 하면 그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주로 활동했던 시대는 지난 세기 전반기이다.
그는 1902년에 태어나서 1967년에 세상을 등졌다.
그는 독특한 상상력과 위트로 단편소설을 많이 썼으며,
그런 단편소설로 유명해진 사람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그의 많은 단편소설 중에 다섯편이 실려 있다.
짧은 소설들이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역자의 말대로 긴 여운을 남기는 그런 작품들이다.
1.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이 이야기는 어느 소심한 하급 공무원 뒤티유욀의 이야기다.
그는 독신자 아파트에 살고 있었던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우연히 자신이 벽을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 벽을 통과를 하면 참 편할 것 같다.
이런저런 상상만 할 수 있었던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자신이 그 능력을 잊은 채 살아 갔다.
심지어 자신이 병에 걸린 줄 알고 자신의 증세를 약국에 이야기하고
처방약까지 받아들고 왔다.
하지만, 그는 벽을 통과하는 능력이 쓸모가 없었기 때문에 약도 먹질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날 새로운 상관이 오면서 일이 벌어졌다.
새로 온 상관이 우리의 주인공을 못살게 굴었다.
참다 못한 우리의 주인공은 벽을 통과하는 능력으로
그 상관을 놀려주었다.
그는 자신만의 그 능력을 이용하면 참 재미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그 능력으로 여러 부자집, 은행, 귀금속 집 등을 털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훌륭한 자물쇠도 소용없었다.
그러면서 그 도둑은 유명인사가 되었다.
어느날 우리의 주인공은 회사동료에게 자신이 범인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믿질 않아 그는 현장에서 일부러 잡히게 된다.
감옥에 갇힌 그는 또다시 장난을 부린다.
벽을 통과하여 감옥을 나가는 것이다.
밖에 나가면 또 잡아오고, 또 나가고, 또 잡혀오고, 이를 반복하였다.
이렇게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가진 남자의 일화를 나고 있는 것이 이 소설이다.
이 소설의 끝은 그의 극심한 두통과 함께 시작된다.
그는 어느날 극심한 두통이 찾아오는데,
그는 예전에 벽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을 고치기 위해 처방해 온을
아스피린인 줄 알고 먹었다.
그리고 그 약효가 그가 벽을 통과하고 있을 때 나타나면서,
그는 담벽 속에 꼼짝달싹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소설은 끝나고 있다.
2. 생존 시간 카드
이 소설은 일기 형식을 띠고 있다.
일기를 쓰는 사람의 직업은 작가이고, 그의 이름은 쥘 플레그몽이다.
어느날 국가는 새로운 배급제를 실시하기로 하는데,
그것은 생존시간카드를 배급하는 것이다.
식량, 생필품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계급의 수익 향상을 위해 비생산적인 소비자들
즉 노인, 퇴직자, 금리생활자, 실업자 등의 사람들의 생존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한달 동안 살 수 있는 날 수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생존 시간 카드가 배급되는 것이다.
주인공 쥘 플레그몽도 마찬가지인데 그는 한달에 16장을 배급받게 되었다.
어떤 이는 7일, 어떤 한달 내내...
이 제도가 시작되면서, 플레그몽은 한달이 16일뿐이라서,
그 시간을 충실히 사용하였다. 시간을 아껴쓰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16일이 지나고 그는 생존권이 사라져버렸다.
마치 연기에서 사라지듯 사라졌고, 다음달 1일 다시 그는 나타났다.
그 15일이 그에게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분명 절대적인 시간은 15일이 흘렀지만, 그에게는 단지 순간이었다.
그런 경험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되자, 굳이 시간을 아껴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부작용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생존 시간 카드를 부자들에게 팔기 시작했던 것이다.
심지어 한달 30일 또는 31일을 넘겨 사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인공 쥘 프레그몽은 이런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도 실제로 그런지 생존시간 카드를 한달 날수보다 더 구입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소문을 사실이었다.
그는 6월 31일, 32일, 33일을 계속 살게 된 것이다.
어떤 돈많은 부자는 6월 30일과 7월 1일 사이에 무려 1천9백67일 즉 5년하고도 4개월을 살았다고 한다.
이런 부작용이 생겨나자 4개월만에 이 생존시간카드 제도는 폐지되었다.
거참..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 낼 수 있는지...
3. 속담
자코뱅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드디어 문화훈장에 추천되었다.
그는 이를 가족에게 저녁식사를 마치면 이야기하려고 하였다.
그가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이지만, 가정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전형적인 권위있는, 즉 무서운 아버지의 표상이다.
자녀들의 태도에 늘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아내도 그렇고, 같이 살고 있는 고모님에게도 늘 불만이었다.
그렇다보니, 그가 집에 있는 날 가족들은 그에게 꼬투리 잡히지 않기 위해서 조심하는 편이다.
그러니 그가 동참한 저녁식사 시간이 즐겁겠는가?
침묵을 지킨 채 밥만 먹고 있었다.
자코뱅은 그러다가 막내 뤼시앵에 꼬투리를 잡았다.
뒤이어 자코뱅은 사사건건 그동안 뤼시앵의 행동에 대해 일장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하였다.
뤼시앵의 누나들은 숨죽이고 아무말 못하고,
고모님이 말리려고 했지만, 화가 나 있는 상태의 자코뱅은 고모님에게까지 심한 욕설을 내뱉었다.
늘 그런 식이다.
그러면서 자코뱅은 자신이 늘 옳다고 생각하고,
사회에서 성공했듯이 아버지로서도 성공한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같다.
그는 단지 아이들이 잘 되라고 그런 잔소리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녁식사 시간은 점점 암울의 늪에 빠져들고, 문화훈장 이야기를 꺼낼 분위기는 점점 안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는 언제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하다 일장 잔소리 속에 그 이야기를 같이 끼어 넣었다.
하지만, 아무도 기뻐하지 않았고,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으니 당연하다.
그의 긴 잔소리는 결국 뤼시앵의 숙제에 이어지고 결국 울리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했음을 깨닫고,
뤼시앵의 숙제를 도와주려고 한다.
숙제는 '잰 놈 뜬 놈만 못하다'란 속담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막상 숙제의 논제를 보자, 자코뱅 역시 선뜻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당황을 하였다.
이런 저런 예시를 생각하다가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설명을 찾아 그것을 뤼시앵을 위해 알려 주었다.
뤼시앵은 아버지가 쓴 것을 그대로 베껴서 숙제를 제출했다.
그리고 얼마 후 뤼시앵은 선생님으로부터 숙제가 엉망이라면서 혼을 나고 최저점을 받았다.
자코뱅도 뤼시앵의 숙제 결과에 대해 무척 궁금해 했다.
자신이 늘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뤼시앵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거짓말을 하기로 하였다.
아버지 자코뱅이 해준 숙제가 최저점이 아닌 최고점을 받았다고 이야기하였다.
자코뱅은 앞으로 국어 숙제는 늘 같이 하도록 하자면서 소설은 끝나고 있다.
권위있는 아버지와 생각넚은 아들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자신이 늘 옳다고 생각하고, 자식들 잘되라고 잔소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아버지들이 필독해야할 단편이다.
4. <칠십리 장화>와 <천국에 간 집달리>
그리나 나머지 두편은
편모 아래 자란 아이에 대한 편견을 꼬집어내는 <칩실리 장화>와
진정한 선행은 돈이 아닌 마음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천국에 간 집달리>이다.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줄거리는 생략한다.

책제목 :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지은이 : 마르셀 에매
펴낸곳 : 문학동네
펴낸날 : 2002년 3월 15일
정가 : 8,500
독서기간: 2008.02.25 - 2008.02.26
페이지: 199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