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책에서◀

정약용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작성자insmile|작성시간06.07.09|조회수59 목록 댓글 0

72)
<주자전서>에 이르기를 "큰 바위를 뽑아내려면 반드시 뿌리째 뽑아야 한다. 바위의 표면만 약

간 깎아낸다면 무슨 일이 이루어지겠느냐"라고 했다면 이것도 반드시 혁구습 편에 넣어야 한다

.
"학문을 하는 것은 꼭 물 위로 배가 저어 올라가는 일과 같다. 물이 평탄한 곳에서는 그대로 가

도 괜찮지만, 세찬 여울의 급류를 만나면 사공은 잠시라도 삿대를 느슨하게 잡아서는 안된다.

또는 힘을 주어 한 발짝도 늦추어도 안되고 조금이라도 물러나면 배는 올라가지 못한다."하고

하였는데 이 조항은 마땅히 입지 편에 넣어야 한다.


91)
내가 몇년 전부터 독서에 대하여 깨달은 바가 무척 많은데 마구잡이로 그냥 읽어내리기만 한다

면 하루에 백번 천번을 읽어도 읽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무릇 독서하는 도중에 의미를

모르는 글자를 만나면 그때마다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하여 그 근본 뿌리를 파헤쳐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날마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는다면 수백 가지의 책을 함께 보는

것이 된다. 이렇게 읽어야 읽은 책의 의리를 훤히 꿰뚫어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니 이 점 깊이 명

심해라.


94)
 참으로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 소 물 마시듯 마시는 사람들은 입술이나 혀에는 적시

지도 않고 곧장 목구멍에다 탁 털어넣는데 그들이 무슨 맛을 알겠느냐? 술을 마시는 정취는 살

짝 취하는 데 있는 것이지 얼굴빛이 홍당무처럼 붉어지고 구토를 해대고 잠에 곯아떨어져 버린

다면 무슨 술 마시는 정취가 있겠는냐? 요컨대 술 마시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병에 걸리기만 하

면 폭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독이 오장육부에 배어들어가 하루아침에 썩어 물크러지면 온몸

이 무너지고 만다. 이거야말로 크게 두려워할 일이다.

150)
 지식인이 책을 펴내 세상에 전하려고 하는 것은 단 한 사람만이라도 그 책의 진자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서이다. 나머지 욕하는 사람들이야 관계할 바 없다. 만약 내 책을 정말 알아

주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이면 너희들은 아버지처럼 섬기고, 적대시하던 사

람이라도 너희는 그와 결의형제라도 맺도록 하는 것이 좋으리라.


152)
 세상의 옷이나 음식, 재물 등은 부질없는 것이고 가치없는 것이다. 옷이란 입으면 닳게 마련이

고 음식은 먹으면 썩고 만다. 자손에게 전해준다 해도 끝내는 탕진되고 만다. 다만 몰락한 진척

이나 가난한 벗에게 나누어준다면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자시 재물을 사용해버리는 것은 형태를 사용하는 것이고,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주는

것은 정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된다. 물질로써 물질적인 향락을 누린다면 닳고 없어질 수밖에

없고 형태없는 것으로 정신적인 향락을 누린다면 변하거나 없어질 이유가 없다.


156~7)
 거듭 당부하는 건 말조심하는 일이다. 전제적으로 완전해도 구멍 하나만 새면 깨진 항아리와

같듯이, 모든 말을 다 미덥게 하다가 한마디만 거짓말을 해도 도깨비처럼 되는 것이니 너희는

정말로 조심하라. 말을 실속없이 과장되게 하는 사람은 남이 믿어주질 않으며, 더구나 가난하

고 천한 사람은 더욱 마땅히 말을 적게 해야 한다. 우리 집안은 선조 때부터 붕당에 관계한 적

이 없다. 더구나 곤궁하게 되어 괴로움을 당하는 요즘이야 옛날부터 친하던 친구들조차도 연못

으로 밀어넣고 돌이라도 던지려 하는 판이니 너희들은 가슴속에 새기고 당파를 짓는 사신을 일

체 씻어버리도록 하여라.

229)
 무릇 하늘을 섬기지 않는 사람은 감히 점을 치지 않는데 저는 지금 하늘을 섬긴다 하더라도 점

을 치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이런 뜻에 매우 엄격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주역>이란 주나

라 사람들의 예법이 들어 있는 것이어서 유자라면 그 깊이 있는 말과 오묘한 뜻을 발휘하여 밝

히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257)
 그러나 독서 한가지 일만은, 위로는 성현을 뒤따라가야 짝할 수 있고, 아래로는 수많은 백성들

을 길이 깨우칠 수 있으며, 어두운 면에서는 귀신의 정상을 통달하고 밝은 면에서는 왕도와 패

도의 정책을 도울 수 있어, 짐승과 벌레의 부류에서 초월하여 큰 우주도 지탱할 수 있으니, 이

것이야말로 우리 인간이 해야 할 본분인 것이다.
 
285)
 세상의 여러가지 사물은 대개 변화하는 것이 많다. 풀과 나무 가운데 작약은 바야흐로 그 꽃이

활짝 핀 시기에는 어찌 아름답고 좋지 않으리요마는, 그것이 말라 시들어버리면 정말로 환물일

뿐이다. 비록 소나무와 잣나무가 오래 산다고 해도 수백년을 넘기지 못하고, 쪼개져서 불에 타

지 않으면 또한 바람에 꺾이고 좀이 먹어 없어지게 된다. 사물이 그러하다는 것을 사리에 통달

한 선비는 안다. 그러나 유독 논과 밭의 변환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세속에서

밭을 사며 집을 마련하는 자를 가리텨 분박하고 진실하며 든든하다고 한다. 사람들은 논과 밭

이라는 것이 바람이 날려버릴 수도 없고 불이 태울 수도 없고 도둑이 훔칠 수도 없어, 백년 천

년이 지나도록 파괴하거나 손상될 우려가 없다고 생각하므로 이러한 논과 밭을 가지고 있는 자

를 사람들은 실팍하다고 한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