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 IBK투자증권 리포트
이 보고서는 인구 감소와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한국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진단하며, 과거 외곽 확장 중심의 개발에서 벗어나 도심 내 복합개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합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핵심 입지를 효율적으로 재편하는 재도시화가 핵심 과제로 부상함에 따라, 단순히 건물을 짓는 시공 능력을 넘어 공간을 장기간 운영하며 집객력을 확보하는 운영형 디벨로퍼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특히 풍부한 유휴 부지와 유통 노하우를 보유한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일본의 성공 사례처럼 도시 플랫폼 산업을 이끄는 새로운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합니다. 결과적으로 미래의 부동산 경쟁력은 주택 공급량보다 핵심 거점의 복합적 기능 통합과 지속 가능한 운영 역량에 의해 결정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유통 기업들이 미래 도시 개발의 새로운 주체로 부각되는 이유
유통 기업들이 미래 도시 개발의 새로운 주체로 부각되는 이유는 도시 개발의 패러다임이 외곽 확장 및 단순 시공 중심에서 도심 재편과 공간의 장기적인 운영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 복합개발의 핵심은 주요 입지에 사람을 모으고 오래 머물게 만드는 능력에 달려 있으며, 유통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핵심 경쟁력을 통해 새로운 디벨로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첫째, 대형 부지 및 핵심 입지 자산을 이미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통 기업들은 과거부터 백화점, 쇼핑몰, 대형마트 등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주요 거점의 핵심 입지 자산을 다수 확보해 왔습니다. 미래 복합개발은 단기적인 분양이 아닌 장기적인 운영 수익이 기반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핵심 입지 선점은 개발 주체로서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 됩니다.
둘째, 브랜드와 콘텐츠를 활용한 압도적인 트래픽(집객) 유입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유통 기업들은 상업 공간을 운영하며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트래픽 설계 경험을 폭넓게 축적해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차별화된 MD(상품기획) 구성력, 수천 개의 협력사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우수 테넌트 유치 능력, 오랜 기간 축적된 소비자 운영 데이터, 그룹사 중심의 앵커테넌트 유치 역량 등을 보유하고 있어 복합개발의 성패를 가르는 외부 트래픽 확보에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셋째, 공간 운영 및 경험 관리 역량이 탁월합니다. 앞으로의 부동산 개발은 단순히 건물을 지어 공급하는 시공 능력이 아니라, 복합적인 공간을 장기간 운영하며 지속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역량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통 기업들은 기존의 리테일 매장 운영을 통해 이러한 공간 관리 역량을 이미 내재화하고 있으므로, 개발 산업의 중심에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결과적으로 신세계, 이마트, 롯데그룹과 같은 대형 유통 기반 기업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다수의 핵심 입지 자산과 검증된 트래픽 설계 및 리테일 운영 역량을 융합하여, 이미 단순한 리테일 업체를 넘어 복합개발을 주도하는 새로운 도시 개발 주체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 시대에도 서울 핵심 권역의 가치가 상승하는 이유
인구 감소가 곧바로 도시 수요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수요가 서울과 수도권의 핵심 권역으로 더욱 압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서울 핵심 권역의 가치가 상승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개발 수요의 기본 단위가 '인구수'가 아닌 '가구 수'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인구 총량이 둔화하더라도 1~2인 가구의 확대, 고령화, 핵가족화, 세대 분리 등이 맞물리면서 필요한 주택의 수와 수요 단위는 오히려 더 작아지고 많아지고 있습니다.
둘째, 서울이 경기·인천과 거대한 광역 생활권 및 통근권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 대비 2045년까지 경기 지역은 약 127만 가구, 인천은 약 31만 가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은 수도권의 고용, 교통, 교육, 문화, 소비 기능이 집중된 핵심 거점이므로, 수도권 전체의 가구 증가는 결국 서울 도심 및 주요 거점에 대한 장기적인 잠재 수요로 이어집니다,.
셋째, 고령 인구 증가로 인해 인프라 '접근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 시대에 과거처럼 외곽으로 뻗어나가는 방식은 공실 증가와 공급 과잉 위험을 초래합니다. 반면 고령층 비중이 높아질수록 생활 인프라와 교통 접근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므로, 기존 도심을 재생하여 밀집도를 높이는 것이 수요를 창출하는 핵심 요인이 됩니다,.
넷째, 직주근접 선호와 복합개발(Compact City) 니즈의 증가입니다,. 과거에는 부족한 주택 해결을 위해 외곽에 대규모 택지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이미 형성된 도시 안에서 주거·업무·상업·문화·교통 기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결합하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일과 주거, 여가를 한 공간에서 해결하려는 성향이 짙어지면서 복합 기능이 집약된 핵심 권역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인구 감소 시대에는 외곽 빈 땅을 넓히는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며, 교통망(GTX 등)이 결절되고 기존 도시 인프라가 축적된 서울 내부의 저이용 자산을 고밀도 복합공간으로 재편하는 '재도시화' 현상이 핵심 권역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아자부다이 힐즈와 같은 복합개발 사례가 주는 시사점
일본의 아자부다이 힐즈(Azabudai Hills) 복합개발 사례는 한국의 도시 개발 시장에 '단순 분양 중심의 단기 개발'에서 '장기적인 권역(지역) 운영'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함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아자부다이 힐즈 사례와 이것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건물이 아닌 '권역(Area) 운영'으로의 진화 아자부다이 힐즈를 개발한 모리빌딩은 이 프로젝트를 개별 건물 단위가 아닌, 권역 전체의 기능을 재편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접근했습니다. 완성된 건물을 분양해 단기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자산을 장기적으로 보유·운영하면서 권역 전체의 트래픽, 임대료, 상업 활성도, 지역 브랜드 가치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운영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2. 도심 내 노후지를 '고밀 복합 생활권'으로 통합 아자부다이 힐즈는 지형이 복잡하고 노후된 주택이 밀집해 토지 이용 효율이 낮았던 도심 부지를 통합하여 개발되었습니다. 오피스, 고급 주거, 상업시설뿐만 아니라 호텔, 국제학교, 문화시설, 대규모 녹지와 의료·웰니스 기능까지 하나의 권역 안에 압축적으로 융합하여 '도심 안의 작은 도시'를 구현해 냈습니다.
3. 장기적인 이해관계 조정의 중요성 이 프로젝트는 1989년 재개발 협의회 설립부터 2023년 준공까지 약 34년이 걸렸으며, 약 300명에 달하는 권리자들과의 논의를 거쳤습니다. 대규모 도심 복합개발의 본질은 단순히 땅을 파서 건물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권리관계와 이해관계를 장기간에 걸쳐 조율하고 도시 기능을 재구성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에 주는 핵심 시사점 및 과제
한국의 도시 개발은 그동안 외곽 택지 개발과 선분양을 통한 빠른 공급 및 자금 회수 중심의 단기 모델에 최적화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구 증가가 둔화되고 도심 내 자산의 효율적 재편이 중요해지는 재도시화 국면에서는 아자부다이 힐즈처럼 장기적으로 공간을 운영하는 복합개발 역량이 필수적입니다.
한국이 이러한 권역 개발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보고서가 제안하는 핵심 솔루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 참가조합원 제도 도입 검토: 일본처럼 토지를 보유하지 않은 민간 사업자(전문 디벨로퍼 등)라도 자본력과 장기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정비사업 초기부터 참여하여, 개발 완료 후 분양 수익이 아닌 운영 자산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통로가 필요합니다.
- 프로젝트리츠(Project REITs) 활성화: 도심의 흩어진 기업 자산이나 유휴 부지를 효율적으로 묶어내기 위해 프로젝트리츠를 활용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토지 소유자는 토지를 직접 장기 보유하거나 매각하지 않고도 자산을 현물출자하여, 개발 이후 안정적인 임대 배당수익과 자산 가치 상승을 지속해서 공유할 수 있는 자본시장형 개발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