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산재] 평소 고혈압을 앓던 망인이 생산량 실적압박에 따른 과로, 스트레스와 당일 육체적 강도가 좀더 높은 작업에 차출된 결과 뇌지주막하출혈로 사망하였다는 이유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판결(2019구합59691)
서 울 행 정 법 원
제 3 부
판 결
사 건 2019구합59691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 고
피 고 근로복지공단
변 론 종 결 2021. 2. 26.
판 결 선 고 2021. 3. 12.
주 문
1. 피고가 2019. 1. 7.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배우자 C(1958. *. **.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1998. 주식회사 D(E.,
LTD, 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2013. 12.까지 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후, 2014년부터 위 회사와 사이에 1년 단위로 촉탁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근무하였다. 망인은 이 사건 회사의 창원 소재 공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서 생산 *팀에 소속되어 참치 캔 제조 공정 중 참치 살코기 분리작업을 수행하였다.
나. 망인은 2018. 1. 3. 근무를 마치고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던 중 쓰러져 동료에 의
해 발견되었다. 망인은 창원 H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으나, 2018. 1. 3. 18:58 사망하
였다. 위 병원에서 작성된 사망진단서에 망인의 사인은 ‘미상’으로 기재되어 있다.
다. 원고는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19. 1. 7.
아래와 같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결과 등을 종합하여 원고의 위 신청에 대하여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〇 망인의 연령, 신체조건, 유족급여 청구 경위, 경력, 작업환경, 작업 종사기간 및 근무시간, 작업내용, 과거 병력, 진료기록, 청구인 및 사업주의 진술 내용 등을 조사하여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심의한 결과,
- 망인은 1998년 입사하여 정년퇴직 후, 2014년부터 매년 1년 단위 촉탁직으로 근무해 왔으며, 작업량 체크 및 공개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일부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오랜 재직경력 및 촉탁직 근무 경력으로 판단할 때, 일시적인 강한 스트레스로 발병을 초래할 만큼의 충격이나 정신적 부담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업무적 돌발 상황 및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 역시 확인되지 않으며,
- 일상 업무 대비 발병 전 1주일 간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30% 이상 증가한 사실이 없고 발병전 4주, 12주 간의 1주 평균 근무시간으로 판단하여 볼 때, 단기, 만성 과로는 인정되지 않으며, 기타 휴일 부족, 유해한 작업환경, 예측이 곤란한 업무, 책임감 등의 업무부담 가중 요인도 없어,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위원들 공통의 의견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 의한 업무상 질병으로 불인정한다는 판정결과입니다.
〇 이상의 사실관계 및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결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때, 원고가 청구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 의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부득이 부지급 결정함을 알려드립니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6호증 및 을 제1호증의 1, 제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사업장은 매일 근로자들의 작업량을 확인하고 이를 공개하여 망인은 이
로 인하여 실적에 대한 압박을 받았으며, 특히 망인은 촉탁직 근로자였으므로 재계약
을 위해 실적 압박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에 있었다. 망인은 삶
아진 참치에서 나오는 증기 및 열기 등으로 유해한 작업환경에서 근무하였고, 근로시
간 중 휴게시간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였으며, 무거운 참치를 손으로 잡아 돌려가며
살코기를 발라내는 작업을 수행하였으므로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를 수행하였다. 한
편 망인의 약간의 고혈압 증세가 있어 약을 복용하고 있었지만 혈압관리를 정상적으로
해오고 있었으며 그 복용량은 노바스크 5mg과 아스피린 100mg로 경미한 고혈압 증세
에 보편적으로 처방되는 수준에 불과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만
성적으로 과중한 업무에 의해 심신이 쇠약해졌고, 사망 당일 갑작스런 보직 변경으로
업무상 부담이 급증하여 샤워 도중 뇌출혈로 사망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
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
되어야 한다.
나. 인정사실
1) 근무 내용 및 환경
가) 망인이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 체결한 촉탁 근로계약에 의하면, 망인의 근로
시간은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08:00부터 17:00까지 1일 8시간이며, 휴식시간은 1일 4
시간 근로의 경우 30분, 8시간 근로의 경우 1시간이 부여된다(갑 제8호증).
나) 망인은 통근버스를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였으며, 자택에서 06:30 무렵 통근
버스를 타고 07:00 무렵 이 사건 사업장에 도착하여 07:10 무렵 출근 인증을 하였고,
업무량에 따라서 17:00 또는 연장근무 후 18:00 퇴근하였다(을 제1호증의 2).
다) 망인이 소속한 생산 *팀은 삶아진 참치의 살코기를 분리하는 공정을 담당하
였다. 먼저 통상 6명으로 구성되는 1차 작업자가 삶아진 참치의 생선껍질과 비늘을 제
거하여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으면, 약 14명으로 구성되는 2차 작업자가 이동되는 참
치를 손으로 잡아 칼로 살을 발라내는 작업을 하였다. 망인은 입사 이래 2차 작업에
주로 종사하여 왔다.
라) 이 사건 사업장에서 1차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에는 식지 않은 참치에서 증기가 올라오지만, 2차 작업이 이루어지는 곳에는 증기가 거의 없고 온도는 21.8℃ 정도이다.
2) 망인의 평소 건강상태
가) 망인은 일반건강검진 결과, 2014년에는 정상 판정을, 2015년 및 2016년에는
고혈압유질환자로 각 정상B 판정을, 2017년에는 당뇨질환 의심(공복혈당장애) 및 고혈
압유질환자로 정상B 판정을 각 받았다. 2017년 일반건강검진 당시 혈압은 수축기 혈압
128mmH참치, 이완기 혈압 80mmHg로 측정되었다(갑 제14호증, 을 제4호증의 1, 을
제5호증).
나) 망인은 1958. *. **.생으로 사망 당시 만 59세였다. 2008. 10. 17. ~ 2018.
1. 3.의 기간동안 망인의 건강보험수진내역에 의하면, 망인은 2008. 10. 27. 이래로 ‘본
태성(원발성) 고혈압’을, 2009. 6. 13. 이래로 ‘상세불명의 고지혈증’을 각 지속적으로
치료받아 왔다. 또한 망인은 위 수진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허리, 무릎, 어깨, 손의 관절
내지 근육 통증으로 치료를 받아 왔다(갑 제11호증, 을 제3호증의 1,2). 망인은 평소
흡연을 하지 않았다.
다) 대한산업보건협회 N에서 2017년에 실시한 뇌·심혈관질환 발병위험도 평가조
사표에 의하면, 망인은 ‘중등도 위험군’으로 ‘생활습관개선, 약물치료 또는 근무시간 제
한 등의 조건하에서 현재의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음’이라는 판정을 받았다(갑 제15호
증). 또한 위 기관에서 같은 무렵 망인에 대하여 실시한 직무스트레스 조사 결과는 아
래와 같다(갑 제12호증).
3) 사망 무렵의 경과 및 부검 결과
가) 망인은 2017. 12. 30. ~ 2018. 1. 1. 휴무하였다. 망인은 2018. 1. 2. 07:10
출근하여 18:10 퇴근하였다.
나) 망인은 2018. 1. 3. 07:09 출근하였고, 1차 작업자에 결원이 발생하여 1차
작업자로 차출되어 근무하였으며, 연장근무를 1시간 하였다.
다) 국립수사과학연구원이 망인에 대하여 실시한 부검결과, 망인의 사인은 뇌바
닥을 중심으로 발생한 뇌지주막하출혈으로 판단되었으며, 위 출혈은 비외상성으로 추
정되었다.
4) 의학적 소견
이 법원의 P대학교 Q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결과, 위 병원 소속 신경
외과 전문의 R(이하 ‘법원 감정의’라 한다)는 뇌지주막하출혈의 가장 흔한 원인이 뇌동
맥류 파열이라고 보면서, 유해한 작업환경,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 갑작스런 업무 환경의 변화 및 업무부담 증가로 인하여 발생한 스트레스 등
이 뇌동맥류 발생에 위험인자는 아니지만 급격한 혈압 상승이 기왕 발생된 뇌동맥류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의 유발 요인이 될 수 있고, 위 요인들에 의해 급격한 혈
압상승이 있었다면 뇌지주막하출혈이 유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감정하였다. 또한
법원 감정의는 망인의 뇌지주막하출혈과 업무 사이에 관여도를 25%로 추정하면서, 위
출혈의 원인은 망인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 요인인 고혈압이 더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
로 추정되나 업무상 과로 또는 스트레스 등에 의한 급격한 혈압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
는 관련 법령 등의 기준에 따라 관련성이 판단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판단하였
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내지 16호증 및 을 제1 내지 8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의 각 기재, 이 법원의 P대
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그리고 이때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두23764 판결, 대법원 2020. 5. 28. 선고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갑 제7, 1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망인의 사망원인이 된뇌지주막하출혈은 업무로 인한 과로 및 스트레스에 사망 무렵의 업무 강도 및 환경 등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하였거나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망인의 고혈압을 악화시킨 결과라고 봄이 타당하다.
가) 망인은 사망 전 2017. 12. 30. ~ 2018. 1. 1.의 기간동안 휴무한 후 2018. 1. 2.부터 출근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다. 망인이 본래 담당하던 직무는 2차 작업으로 칼을 이용하여 의 살코기를 발라내는 작업이었는데, 사망 당일 망인은 1차 작업에 차출
되었다. 1차 작업은 2차 작업 전 단계의 공정으로서 삶아진 참치의 생선껍질과 비늘을
제거하여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 놓는 작업이다. 1차 작업에는 2차 작업에 비하여 적은
인원이 투입되며, 참치 등에서 뜨거운 증기가 배출되는 환경에서 비교적 큰 중량의 삶
아진 참치를 대상으로 수작업을 수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1차 작업은 2차 작업에 비해
망인의 체구(키 148cm, 56kg)까지 감안할 때 육체적인 노동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았
을 것으로 보인다. 1차 작업자에 결원이 발생한 경우 망인이 1차 작업으로 차출되었던
일이 간혹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와 같이 사망 당일 1차 작업으로 차출된
사정은 망인의 업무 내용이나 강도, 환경이 갑작스럽게 변화하였다고 볼 사정에 속한
다. 망인의 동료인 S 역시 ‘2차 작업자가 1차 작업을 하게 되면 무척 힘이 든다, 1차
작업자로 차출되는 것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라서 무조건 받아
들이고 해야 하는 것이 관행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나) 망인은 평소 07:10 무렵 출근하였고, 근로계약상 근무시간은 08:00이지만 실적 압박 등으로 통상 07:20부터 작업을 시작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을 제1호증의 2의기재에 의하면 사망 전 12주간 1시간 연장근무를 35일 하는 등 연장근무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다) 망인이 위와 같이 근로시간 전부터 작업을 하거나 연장근무를 하였던 배경에는 매일 당일의 작업량을 확인하여 이를 공개하여 작업량 실적을 압박하였던 이 사건 회사의 관행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망인의 동료 T는 ‘17:00 퇴근을 자주하면 생산실적을 맞출 수가 없다’고 진술하였다. 그리고 위와 같은 관행은 촉탁직 근로자였던 망인에게도 스트레스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는 망인이 숙련된 근로자에 해당하여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망인에 대한 직무스트레스 진단표(갑 제12호증 및 을 제4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망인은 이 사건 회사의 근무환경에 대하여 직무자율성이 낮고 관계갈등이 높으며, 조직이 체계적이지 않고, 보상체계가 부적절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는바, 망인이 위와 같은 관행에 대하여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망인은 뇌·심혈관질환 발병위험도 조사평가(을 제4호증의 2)에서도 중등도 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약물치료나 근무시간 제한의 조건에서 현재의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망인은 약물치료를 받고 있기는 하였으나, 위와 같은 평가결과는 현재의 부서에서 업무의 변화 내지 증가가 망인의 뇌·심혈관질환 발병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 이 법원의 감정의는 뇌지주막하출혈의 발병에 업무의 기여도가 25% 가량된다고 판단하면서 망인의 고혈압이 더 큰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망인은 고혈압 유질환자로서 고혈압에 대한 치료를 받아 왔고 그밖에 생전에 망인에게 사망을 야기할 정도의 중한 질환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에 대한 부검결과 뇌동맥류의 발생이 확인되지도 않았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고혈압이 뇌지주막하출혈의 발병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 업무상 요인으로 급격하게 혈압이 상승하여 망인의 고혈압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바) 피고는 구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2017. 12. 29.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7-117호,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에 따라 업무환경의 변화 및 과로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보이나, 이 사건 고시는 행정규칙으로서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는 점(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39297 판결 등 참조)을 고려할때 위 고시에서 정하고 있는 일정 기간 내 업무량 증가 및 업무시간 요건은 업무상 환경의 변화나 과로 여부를 판단하는데 하나의 고려요소일 뿐 절대적인 판단기준은 될 수 없다.
3.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