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2026년 6월 22일 월요일
선경 정해균의 독서노트
◐ 부모가 먼저 자기 자신을 돌봐야 하는 까닭.
홍서봉(洪瑞鳳)은 조선 인조 때 영의정을 지낸 분입니다. 어려서 홍서봉은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했습니다. 하루는, 홍서봉의 모친이 종을 시켜 고기를 사오게 했더니 상한 고기를 가져왔습니다. 모친은 남은 고기가 얼마나 되는지 종에게 묻고는 비녀를 팔아 모두 사오게 해서 땅에 묻어 버렸습니다. 행여 다른 사람들이 사먹고 병이 날까 걱정해서 였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홍서봉 모친의 처사를 어떻게 받아들일 까요. 만일 우리라면, 가게 주인을 바로 찾아가 거칠게 항의하고 돈을 되돌려 받든지 경찰에 신고를 하든지 했을 것입니다. 아니면 SNS에 올려 ‘혼 줄이 나도록’ 비난하고 망신을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사는 것이 거칠고 힘들어서인지 막무가내로 벌어지는 소동이 많은 세상입니다. 어이가 없고 황당무계한 일들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조금만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소한 상황에서도 일단 목소리부터 높입니다. 누가 이기는 지 해보자, 싶은 기싸움이 어디서나 일어납니다.
홍서봉 모친은 속이 깊은 분입니다. 내 처지가 어렵기는 하나 장사하는 사람이 더 어려울 것이라 짐작하고, 또 일부러 나쁜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믿고는 문제 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모른 척 놔두면 다른 사람들이 탈이 날까 염려하여 그리 한 것입니다. 상한 고기를 판 ‘장사하는 사람과 일면식도 없는 ‘다른 사람을 모두 헤아린 고운 마음 씀씀이’ 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홍서봉은 ‘어머니의 이 마음이 반드시 후손을 번창하게 할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이명학 지음 “부모, 쉼표” 중에서
♣독서노트 註. 위 미담은 조선시대 명인들의 언행을 간추려서 편찬한 ‘해동소학(海東小學)’중 ‘유씨 부인 이야기’에 출전을 두고 있습니다. 유씨 부인은 인조 때 영의 정을 지낸 홍서봉(洪瑞鳳, 1572-1645)의 어머니입니다. 홍서봉과 어머니의 경우를 보면서 주역에서 말하는 적선지가(積善之家) 필유여경(必有餘慶)즉 ‘선을 쌓은 집은 반드시 경사로움이 넘 친다’ 는 예언적 지침이 실존의 세계에서 현실화된듯한 느낌을 갖습니다.
【선경의 독서노트】
다툼으로 영일이 없는 세상에 일침을 가하는 원님재판 이야기 공유합니다.
두사람이 구구단 문제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한사람은 4X7은 27이라고 하고, 또다른 사람은 4X7은 28이라고 하면서 서로 자기가 옳다고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양쪽 주장이 팽팽해 결판이 나지 않자 고을 원님을 찾아가 시비의 자초지종을 애기하며 공정한판정을 부탁했습니다. 두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원님은 ‘이십 칠’ 에게는 집에 돌아가게 했고 ‘이십 팔’ 은 곤장 열대의 벌을 내렸습니다. ‘이십 팔’ 이 자신은 정답을 말했는데 왜 곤장을 맞아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자 원님이 말했습니다. “저런 인간하고 싸우는 네가 더 나쁜 놈” 이야 라고 나무랐다고 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고들 하소연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이유는 주관적인 가치 판단이나 편견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주관적인 가치판단이나 치우친 생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전투성 논쟁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언성을 높여 싸우지만 서로 주파수가 다르니 소통은 되지 않습니다. 원님의 판정은 그럴 바엔 처음부터 언쟁에 말려 들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사 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소득 없는 일에 상대방과 얼굴을 붉히며 괜히 에너지를 소모할 이유가 없습니다.
경주 박물관에 있는 에밀레 종엔 새겨진글(銘文) 원공신체(圓空神體)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에밀레 종에 새겨진 송사(頌詞) 640여자 가운데 있는 말입니다. 원공신체(圓空神體)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둥글고 빈 것이 신의 몸’ 이라는 뜻입니다. 의역하면 ‘원만하면서 속을 비운 상태는 신의 경지’ 란 뜻입니다. 신은 둥글둥글해서 원만하여 누구와 도 다투지 않으며 속이 텅 비어 있어 모든 것을 허물없이 받아들여 하나의 질서로 융합합니다. 신(神)은 그런 초월적인 존재입니다.
원만한 사람은 신의 경지를 닮아 매사에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 약한 사람을 배려하고 포용하여 용서하는 강한 사람의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조선시대 재상을 지낸 홍서범의 어머니의 경우와 같이.
강한 사람과 약한사람의 속성은 매우 대조적입니다. 강한사람과 약한 사람의 속성은 무엇으로도 그 간극을 메울 수 없을 만큼 서로 다릅니다.
◐강한사람의 속성.
강한사람만이 친절을 베풀 수 있습니다. 한 개체가 자신에 대한 신뢰 없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수 없습니다. 통상 약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나 배려를 받지 못하면 불안해하고 산만 해 집니다. 약한 사람은 자신을 추스르는 데 너무나 많은 심리적 에너지를 소진해 버립니다. 그리하여 그에겐 정작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에너지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습니다.
◐ 약한 사람의 속성.
약한 사람은 결코 남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용서란 강한사람이 지닌 속성입니다. 강한사람은 자신에게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의 상태와는 상관없이 그들을 용서하겠다는 용기를 냅니다. 하지만 약한 사람은 그런 용기를 낼 수 없습니다.
약한사람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의 사죄나 반성 없이 그들을 용서하는 것을 결코 생각 할 수 없습니다. 약한 사람에게는 자신이 용기를 내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행동 방식이 더 중요합니다. 그는 타인들의 잘못에 상처입고 분노하느라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용서하겠다는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약한사람의 행태는 당장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들을 추구하는 일상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약한사람은 자신의 범위를 넓혀도, 자신의 기족이나 그들이 속한 정파의 범위를 넘지 못합니다. 결국 이념과 지역, 내편과 네 편으로 나누어 사회를 분열시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약한 사람들이 하는 짓거리 들입니다. 약한사람은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반대인 허장성세 (虛張聲勢)에 능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내면의 약점을 강한 표현으로 위장하려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언행의 불일치로 본의 아니게 자신의 진면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마련입니다. 허장성세(虛張聲勢)에 의존하는 약한 사람들의 경우 한두번은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피 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하늘의 그물망에 걸려들어 자신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여 있습니다.
강한 개체가 상호 이타주의를 신봉하는 철학적 우화입니다.
20년 동안 매년 지역 품평회에서 상을 받은 농부가 있었습니다. 한해는 어떤 기자가 이 농부를 인터뷰하고 나서 어떻게 그렇게 탁월한 작물을 재배했는지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자는 농부가 종자용 옥수수를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매년 이웃들이 품평회에 참가해 경쟁하는데 어떻게 가장 좋은 종자를 나누어 줄 수 가 있었나요? 농부가 대답했습니다. ‘바람이 잘 영근 옥수수의 꽃가루를 훑으며 이 밭 저 밭을 휩쓸고 다니기 때문입이에요. 이웃이 불량 옥수수를 재배하면 교차수분이 일어나면서 제 곡식의 품질이 꾸준히 나빠지겠지요 좋은 옥수수를 기르고 싶으면 이웃들이 좋은 옥수수를 재배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조선시대 홍서봉 재상 어머니 유씨 부인의 마음씨과 농산물 품평회에서 20년동안 상을 받은 농부의 마음씀씀이가 비록 그 접근 방법은 다르지만 나와 남을 묶어서 운명공동체로 여긴다는 관점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도덕은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유지하는 근본원리입니다. 생명체들이 모여서 집단을 이루면 도덕적 행태가 나옵니다. 즉 집단의 다른 구성원을 돕는 것이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원리입니다. 상호적 이타주의는 협력을 통해 개인들이 혼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반대로 도덕적 허무주의 자들은 상호적 이타주의를 외면하거나 부정하면서 당장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들을 독점적으로 차지하기 때문에 협력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이런 현상은 발전되지 못한 경제가 보이는 공통적인 특질입니다.
도덕적 상호주의를 따르는 사람이 다수이면 공동체의 도덕적기본이 서고 모두가 잘 살게 됩니다. 어떤 이유이건 도덕적 허무주의자들이 득세하면 도덕적 상호주의자들의 도덕적 능력은 무력화됩니다. 처음 만난 사람을 보편적 도덕 원리에 의해 믿고 협력하면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누가 도덕을 준수하는 협력을 솔선하겠습니까? 결국 도덕을 무시하고 악랄할수록 잘사는 풍조가 득세하는 세상에 진입하게 됩니다. 도덕적 상호 주의의 희생위에 쌓아 올린 기형적 발전은 내부의 모순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상호 이타주의가 지배하는 체제하에서 경계해야 할 위험한 다섯종류의 사람 유형입니다. 공자의 표현을 빌리면 천하에 도척보다 더 위험한 다섯종류의 사람입니다.
첫째, 아는 것이 많으나 마음이 흉악한자.
둘째, 행실이 좋지 않으면서 고집만 센 자.
셋째, 분명히 거짓말을 하나 변론을 잘하는 자.
넷째, 오로지 추한 것만 기억하고 널리 기록하는 자.
다섯째, 그릇된 일을 따르면서 이를 은덕으로 포장하는 자.
옳고 그름에 대한 극단적 주장이 대립하며 서로 반목하는 요즘 세상풍조에 비추어 명심보감(明心寶鑑) 계성(戒性) 편에 나오는 “옳고 그름은 본래부터 실상이 없어 마침내 모두가 부질없다 네” 라는 말씀에 대한 조성기 작가의 해설을 들어 보십시오. 조성기씨는 1971년에 등단한 원로 소설가이자 동양고전 학자 이십니다.
是非無實相(시비무실상) 究竟摠成空(구경총성공)
“여기서 시비(是非)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얄팍한 머리에서 우러난 주관적인 가치 판단에 의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가치 판단은 대개 편견으로 치우쳐 있고, 그것을 기준으로 삼은 시비는 ‘시(是)’ 라고 해서 시(是)가 아니며 ‘비(非)’ 라고 해서 비(非)가 아니다. 시비를 가린다 하지만 그야말로 실체가 없어 뜬구름을 잡는 격이다. 그런 시비를 놓고 마음에 불을 놓은 듯 화를 내는 것은 어리석고 못 난자가 하는 짓이다. (차라리) 넓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섣불리 좁은 머리로 시비를 가리지 않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이글을 쓰면서 차용한 표현이나 이론에 대해서 논문식으로 일일이 해당 부분에 각주를 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필자가 참고한 책의 저자들에게 존경심이 없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다만 독자들이 글을 읽는데 흐름이 끊어지고 산만해지기 때문에 아래에 참고한 책을 모두 열거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지금까지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선현들의 운명공동체 의식을 참고문헌을 통하여 재조명 봤습니다.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한주를 맞으시기 바랍니다.
♣참고한 도서목록.
이명학 지음 “부모, 쉼표”
복거일 지음 “분노의 절약”
한나 크리츨로우 지음 “초연결 지능”
한근테 지음 “고수의 일침”
이경임 지음 “영혼의 약 상자”
조성기 지음 “성경으로 읽는 명심보감”
추적 엮음, 백선혜 옮김 “명심보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