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중국에 풍수답사를 여러 차례 다녀온바 있다. 풍수이론이 발달한 중국풍수를 현지에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이 풍수에 대한 이론적 연구와 그 결과물인 풍수서적의 집필에 있어 우리보다 크게 앞서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하여 조선시대에는 중국의 풍수에 대해 동경 내지는 신비스럽게 여길 정도였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을 개국하여 도읍을 신도안으로 옮기려 할 때 하륜이 중국 송나라 사람 호순신의 풍수이론을 내세우며 천도불가론을 주장하여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였고 선조임금은 선조비 의인왕후 능지를 정할 때 명나라 풍수 섭정국에게 자문을 구할 정도였다. 또 몇몇 양반 사대부가들은 중국의 풍수가에게 묘 자리를 잡는 것을 의뢰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사대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필자는 중국에 여러 차례 풍수답사를 다니면서 분명하게 느낀 것은 한국의 풍수는 제도권과 재야의 활발한 노력으로 매우 세련되었을 뿐 아니라 도시계획, 부동산, 건축,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중국은 풍수에 사주와 택일 등이 습합되면서 정체성이 모호한 경향이 있다. 즉, 풍수에 인간의 운명을 추리하는 사주팔자 등이 혼합되면서 풍수 본래의 기능인 터의 좋고 나쁨을 판별하는 기능을 상실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에서의 풍수는 더 이상 학문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술법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이유는 1966-1976년까지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풍수가 구시대적 잔재로 분류되어 혹독한 탄압을 받기 때문인데, 이 시기에 중국의 풍수는 대중적 역동성을 잃고 깊은 침체기를 겪게 된다.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의 풍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준비 등 이전보다 활발한 분위기지만, 문화대혁명 이전 중국이 지닌 풍수의 잠재력을 회복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화대혁명 당시 모택동이 풍수를 타파 대상으로 삼은 것은 예로부터 중국의 풍수는 최고위층만을 위한 비밀스런 帝王學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일반 민중들은 접근할 수 없도록 의도적으로 배제하였을 가능성도 있다. 즉 모택동은 풍수를 자신들 권력 연장의 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禁書로 지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마치 당나라 현종이 곽박의 ‘葬書’를 보고난 뒤 왕실만을 위한 秘書(錦囊經)로 삼은 것과 흡사한 경우라 할 수 있다.
물론 몇 차례 답사만으로 중국의 풍수를 단정할 수는 없다. 중국의 거대한 땅덩어리와 인구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 시점 중국풍수에 비해 한국의 풍수는 다양한 전공과 분야에 풍수를 접목하면서 학문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풍수 연구는 대학원을 중심으로 동양학과, 철학과, 한국학과, 경영학과, 부동산학과, 환경보건학과, 지리학과, 건축과, 토목과 등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이 풍수의 최고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30년 간 학자들에 의한 고전의 번역이 이루어지면서 부터다. 그것을 토대로 눈 밝은 장인들은 음택과 양택, 마을과 도시 등에 접목하면서 풍수의 수준이 크게 향상될 수 있었다. 또 학자와 장인 간의 격의 없는 학술발표를 통한 꾸준한 교류도 큰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한국의 풍수에 대해서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만 자긍심이 자만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풍수가 중국보다 현 시점 앞서간다고 해서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체불명의 풍수이론 난립과 수맥이나 기감능력을 빙자한 여러 문제는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중국풍수의 한 단면을 소개해 본다.
필자는 2017년 8월 상하이 인근 주가각(朱家角)을 여행하였다. 주가각은 약 1,700년 전에 촌락이 형성되었으며 상하이에서 가장 오래된 수변마을로 동양의 베니스로 불리는 곳이다.
주가각 여행 중 어느 점포의 간판에는 주역·예측이라는 글이 태극문양과 함께 걸려있다. 주인은 중국 주역협회 회원이며, 楊貴順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있다. 이곳 주인은 50대 초반의 남성으로 희끗희끗한 긴 머리에 수염을 길게 기른 모습으로 마치 도인과 비슷한 풍모를 하고 있다.
주역예측은 대꼬챙이로 된 점대 하나를 뽑으면 짧은 시간에 길흉화복을 알 수 있으며, 맞추지 못하면 돈을 받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
抽签神算(추첨신산) : 대꼬챙이로 점대를 뽑아 정확하게 예측
抽一支签便知吉凶禍福(추일지첨편지길흉화복) : 점대 하나를 뽑으면 짧은 시간에 길흉화복을 알 수 있음
签不准不收钱(첨불준불수전) : 정확하게 맞추지 않으면 돈을 받지 않음
상점의 한쪽 벽면에는 풍수포국, 기명, 풍수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있다. 풍수포국은 실내배치를 말하는 것이고 起名은 작명을 말한다. 起는 오른다는 뜻이 있으니 승승장구하는 작명이라는 뜻이다. 그 외에도 대형 유리창에는 자신이 하는 모든 것을 적어놓았다.
算官运 : 관운(승진운) 예측
算事业 : 사업 예측
算高考 : 대학입학시험 예측
算官司 : 소송(송사) 예측
算财运 : 재운 예측
算婚姻 : 혼인 예측
算寻人 求人 : 사람을 찾는 예측(求人)
測名好坏 : 이름이 좋은지 나쁜지 예측
公司起名 : 회사명 작명
八字豫測 : 팔자 예측
孕測男女 : 태아의 남녀 예측
起名改名 : 작명과 개명
店面起名 : 점포 작명
手相面相 : 손금과 얼굴의 관상
風水布局 : 풍수 배치
이것으로 보아 이곳은 풍수에 주역, 작명, 사주풀이, 관상, 손금까지 풀이하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종합철학관 같은 곳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철학관은 일반적으로 특화된 분야가 있기 마련이다. 대개 사주풀이나 작명, 관상 등 각자의 주종목이 있지만 이곳은 사람의 운명에 대한 토탈서비스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속담에 열 가지 재주 있는 사람이 밥 굶는다는 말이 있다. 업종이 점차 세분화 되어가는 시대에 학자나 장인에게는 박학다식의 폭넓음보다는 깊이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풍수인 중에 사주풀이와 작명, 관상 등을 접목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에 그쳐야 하며 한 분야에 매진해야만 일정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풍수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은 터의 좋고 나쁨을 판별하는 능력이다. 하지만 중국의 풍수는 기본과 기초를 도외시한 체 잔재주에 치중하는데, 필자가 만나본 대부분의 중국풍수인들은 큰 나침반을 들고 외모에 치중하는 등 과시하고 싶은 경향이 다분했다.
빈수레가 요란한 법이니 중국이 본래 지닌 풍수의 잠재력을 회복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의 정교하고 세련된 풍수를 중국에서 가르치는 날도 머지않아 올 것으로 기대한다. 더 나아가 우리의 풍수가 미국이나 유럽 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문화콘테츠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 풍수인들이여 자긍심을 가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