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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칼럼

거! 아무것도 모르면 잠자코나 있으쇼(숙종임금과 갈처사)

작성자지종학|작성시간26.01.01|조회수77 목록 댓글 2

조선 19대 임금 숙종은 궁궐을 나와 민간 시찰을 자주 했다. 조선왕조 중 왕권이 가장 강력한 임금이었지만, 민심을 살피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도 평복을 한 체 지금의 수원 지역으로 암행을 나갔을 때의 일화다. 숙종이 수원성 인근 냇가를 지나는데, 웬 시골 총각이 관을 옆에 놓고 슬피 울면서 물이 나는 냇가에다 묘자리를 파고 있는 것이다.

수원 화성

숙종이 생각하기에 아무리 가난하고 몰라도 유분수지 어떻게 물이 나는 곳에 묘를 쓰려고 하는지 이상했다.
왕실에서도 묘자리에 물이 나는 곳을 정한 지관은 가차 없이 처단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묻기를

"여보게 젊은이, 여기 있는 관은 누구 것인가?”

"제 어머님 시신이 든 관입니다."

"그런데 개울가는 왜 파는가?" 하고 물으니

"이곳에 어머니 묘를 쓰려고 합니다."

숙종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보게 어떻게 물이 나는 냇가에 어머니 묘를 쓰려고 하는가?"하고 물으니 그 젊은이는

"저도 영문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어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갈처사라는 노인이 찾 아와 절 보고 불쌍하다고 하시면서 저를 이리로 데리고 오셨습니다.

그러면서 이곳이 명당이니 반드시 이곳에 묘를 쓰라고 단단히 일러 주고 가셨습니다.

그분은 유명한 지관이기 때문에 명당을 잡아주셨다고 하니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물이 나는 것을 보니 제가 불효를 하는 것은 아닌 가 하는 생각에 울고 있는 겁니다.“

숙종이 가만히 들어보니 갈 처사라는 지관이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아니 천하에 고얀 놈일세. 어떻게 물구덩이에 어미의 묘를 쓰라고 한단 말인가?”

알아보니 그 젊은이는 가진 것 하나 없는 처지였기에 장사 치를 형편도 마땅치 않았다. 숙종은 궁리 끝에 지필묵을 꺼내어 몇 자 적은 다음 땅을 파던 젊은이에게 주었다.

"이보게 여기는 내가 지키고 있을 터이니 당장 이 서찰을 수원부로 가져가 보여주게"

젊은이는 아침부터 이상한 일이 연속되면서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아침에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때마침 유명한 지관이 와서 냇가에 묘를 쓰라고 했다. 그리고 물이 나는 땅에 묘를 쓰려는 자신을 한탄하면서 울고 있는데, 이번에는 웬 선비가 나타나 당장 수원부로 가서 서찰을 전하라는 것이다. 젊은이는 알 수 없는 위압감에 눌려 서찰을 들고 수원부로 달려갔는데, 서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어명! 수원부사는 이 젊은이에게 당장 쌀 삼백 가마를 하사하고 좋은 묘자리를 구해서 어미의 묘를 쓸 수 있도록 속히 조치하라."

임금의 서찰을 받은 수원부사는 화들짝 놀라 어명대로 젊은이에게 쌀 3백석을 주고 급히 수소문하여 양지바른 명당에 묘를 쓰도록 했다.

그제서야 시골 젊은이는 서찰을 준 선비가 상감마마라는 것을 알고 그분이 사라진 방향을 보고 큰절을 올리는 것이다.

상감마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저같이 미천한 시골 촌놈에게 이렇듯 큰 은혜를 베풀어주시니 황송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부디 옥체 만강하옵소서.“

한편 숙종은 젊은 총각이 수원부로 떠난 뒤 갈처사를 단단히 혼내줄 생각으로 그가 산다는 집으로 향했다. 산마루에 있는 갈처사의 초막은 다 쓰러져 가는 볼품없는 집이었다.

숙종은 집 앞에서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하고 주인을 불렀다.

한참 뒤 "게 뉘시오?"하면서 방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은 행색이 초라하기 짝이 없는 늙은이였다.

숙종이 그 늙은이에게 묻기를

"나는 한양 사는 선비인데 그대가 갈 처사 맞는가?"

"그렇소만 무슨 연유로 예까지 나를 찾아 왔소?"

"당신이 오늘 아침 저 아래 상을 당한 총각에게 냇가에 묘를 쓰라고 일러준 사람이요?"

"그러하오만"

"듣자니 당신이 자리를 좀 본다는 지관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물구덩이 에 묘를 쓰라고 했단 말이요.

그러고도 당신이 지관이란 말이요?”

숙종은 격해진 감정으로 노인을 나무라는 것이다.

갈처사 또한 낯선 사람이 느닷없이 찾아와 다짜고짜 자신에게 따지듯 말하니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선비양반 거 아무것도 모르면 잠자코나 있으쇼.

내가 냇가에 잡아준 그 땅은 명당 중의 명당이란 말이오.“

그러자 숙종이 화가 나서 대꾸하기를

아니 물이 펑펑 나는 땅에다가 비가 오면 묘가 떠내려갈 판인데, 어떻 게 그런 곳이 명당이 될 수 있단 말이오?

거 무슨 청개구리 같은 고약한 심보요

그 말에 갈처사도 화가 나서 말하기를

거참 뭣도 모르면 가만히나 있을 일이지.

그 땅은 하관을 하기도 전에 쌀 3백 가마를 받고 진짜 명당을 찾아 들어가는 명당 중의 명당이란 말이요.

그 가난한 젊은이가 효자이기 때문에 팔자를 고쳐주려고 내가 일부러 금시발복하는 묘터를 잡아준 것이오.

뭐가 잘못 되었소?“

당당한 노인의 말에 숙종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노인의 말대로 젊은 총각은 하관을 하기도 전에 쌀 3백석을 받았을 뿐 아니라 양지바른 명당을 찾아 어미의 묘를 썼으니 노인의 말이 한마디도 틀림이 없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숙종은 초라한 노인이 예사 지관이 아닌 것을 알고 정중히 사과를 한다.

내가 땅을 보는 안목이 없어 노인장께 큰 실례를 범했구려.

내가 사과하리다.

용서하시오

그런데 뛰어난 재주를 가진 노인장이 어째서 이렇듯 초라한 초막에 살고 계시오?

노인장 같은 실력이면 얼마든지 떵떵거리며 살 수 있지 않겠소?“

그러자 노인이 말하기를

제 아무리 재산이 많고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서 산들 무슨 소용이 있소?

죽으면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하면서...

그리고 이 집은 장차 임금님이 찾아올 자리니 시골 사는 노인에게 이 보다 큰 광영이 있을 수 없을 거요.“

그 말에 숙종은 깜짝 놀라며, 아니 이토록 귀신같은 지관이 있다니 어찌 내가 올 것을 진즉에 알았단 말인가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노인에게 재차 묻기를

그러면 임금님이 언제 오는지도 알 수 있소?“하고 물으니

잠시 기다려 보시오. 내가 2년 전에 이곳에 집을 지을 때 날을 잡아 적어둔 것이 있으니 찾아보리다.”

그러면서 방안에 들어가 문서를 찾더니 그만 대경실색하고 만다.

그 즉시 마당에 서 있는 선비에게 달려가 큰절을 올리며 벌벌 떠는 것이었다. 문서에 적어둔 임금이 온다는 날짜가 바로 오늘이었던 것이다.

주상전하미천한 늙은이가 감히 몰라 뵙고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러자 숙종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여보시오 갈처사 그만 일어나시오.

내 여지껏 이토록 신묘한 지관을 본 적이 없오.

가난한 백성을 위해 큰 덕을 베푼 갈처사는 조선 최고의 명지관이 아닐 수 없오.

이참에 내 갈처사에게 부탁하나 하겠오.

가엾은 총각에게 어미의 묘자리를 잡아주었듯이 내 묘자리도 하나 잡 아주지 않겠소?

내 갈처사께 부탁하리다.“

그러자 갈처사가 말하기를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거역하겠습니까?

반드시 주상전하께 왕실이 편안한 자리를 찾아 받치겠나이다.“

그리하여 갈처사가 잡아준 땅이 지금의 서오릉에 있는 명릉이다. 그 후 숙종대왕은 갈 처사에게 3천 냥을 하사했으나 노자로 30냥만 받고 홀연히 어디론가 떠나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숙조임금, 명릉

서오릉은 북한산에서 이어진 산줄기가 구파발을 지나 부드러운 야산을 이룬 앵봉산(235m)이 주산이다. 앵봉산이란 이름은 예로부터 이 산에 꾀꼬리가 많아서 붙여진 것인데, 지금도 봄여름에는 꾀꼬리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앵봉산에서 이어진 산줄기가 편안히 멈춘 곳에 명릉이 자리했는데, 초등학교 시절 소풍을 와서 미끄럼을 타던 곳이기도 하다.

명릉은 남서향으로 자리하였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조선왕릉 중 보기 드물게 뛰어난 곳이다. 그래서인지 숙종의 명릉 이후 100년간 조선 500년 중 가장 안정적인 시기를 맞이하면서 조선의 르네상스시대로 불리기도 한다.

명릉은 숙종과 첫째 왕비 인현왕후가 함께 있는 쌍릉과 둘째 왕비 인원왕후가 바로 옆에 있는 동원이강 형태다.

그 외에도 숙종의 후궁이었던 장희빈의 대빈묘도 있어 숙종의 여인들이 함께 있는 곳이다.

참고로 서오릉 안에는 조용한 둘레길이 있어 여유롭게 힐링하기 좋은 곳이다. 소나무 향기 가득한 둘레길을 돌고 나면 인근 맛집에서 소주 한잔 곁들이면 멋진 여행이 된다.

서오릉 둘레길

https://youtu.be/zOJsB5aAo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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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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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팔자평론가 | 작성시간 26.01.09 오랜만에 마음이 훈훈해지는 좋은 이야기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청담성 | 작성시간 26.01.11 갈 처사는 신안의 경지에 오른 지관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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