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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재지이 (聊齋志異)

001, 考城隍 성황신 시험을 치르다

작성자장다름|작성시간26.06.08|조회수23 목록 댓글 0

予姊丈之祖宋公讳焘邑廪生

제 누나 남편의 할아버지이신 송공(宋公)

(이름)가 도()이며,

고을의 늠생(廪生, 나라에서 장학금을 받는 우수한 선비)이셨습니다.

이 글은 저자 포송령의 매형의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기이한 일화입니다

 

一日病卧见吏人持牒牵白颠马来请赴试

어느 날 송공이 병으로 누워 있는데,

한 관리가 통지서()를 들고 이마가 하얀 말(白颠马)을 끌고

와서 말하기를, "시험을 치르러 가셔야 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公言文宗未临何遽得考

송공이 말하기를, "시험관(文宗)께서 아직 오시지 않았는데

어찌 이리 급하게 시험을 치른단 말이오?" 하자,

 

吏不言但敦促之

관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기를 재촉할 뿐이었습니다.

 

公力疾乘马从去

송공은 아픈 몸을 이끌고 억지로 말에 올라 그를 따라갔습니다.

 

路甚生疏至一城郭如王者都

길은 매우 낯설었는데, 어느 성곽에 이르니

마치 왕이 사는 도성 같았습니다.

 

移时入府廨宫室壮丽

그들은 어느 관청으로 들어가니 궁실이 웅장하고 화려했습니다.

 

上坐十余官都不知何人惟关壮缪可识

단상에는 열댓 명의 관리가 앉아 있었는데

모두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으나,

오직 관우 장군만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檐下设几墩各二先有一秀才坐其末公便与连肩

처마 아래에는 책상과 등받이 없는 의자가 각각 두 개씩

마련되어 있었고, 이미 한 수재(秀才)가 그 끝자리에 앉아 있어

송공은 곧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았습니다.

 

几上各有笔札

책상 위에는 각각 붓과 종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俄题纸飞下视之有八字一人二人有心无心

이윽고 시험 문제를 적은 종이가 날아 내려왔는데,

그것을 보니 여덟 글자가 적혀 있었으니

一人二人有心无心(한 사람 두 사람, 마음이 있고 없고)”

되어 있었습니다.

 

二公文成呈殿上公文中有云

두 사람이 글을 완성하여 윗전에 올렸습니다.

송공의 글 속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었습니다.

 

有心为善虽善不赏无心为恶虽恶不罚

마음을 먹고 착한 일을 하면

비록 그 결과가 좋더라도 반드시 상을 주지 않고,

마음 없이 악한 일을 저지르면

비록 그 결과가 나쁘더라도 벌하지 않는다

 

诸神传赞不已

여러 신들이 돌려보며 칭찬을 마지않았습니다.

 

召公上谕曰河南缺一城隍君称其职

이에 송공을 위로 불러 올리시고 타이르며 말씀하시기를,

"하남 땅에 성황신 자리가 비었으니,

그대가 그 직책에 적합하도다" 하셨습니다.

 

公方悟顿首泣曰

송공은 그제야 화들짝 놀라 거기가 저승이란 사실을 깨닫고,

머리를 조아리며 울면서 말했습니다.

 

辱膺宠命何敢多辞

"과분한 은혜와 명을 받들게 되었으니

어찌 감히 거절하겠습니까?

 

但老母七旬奉养无人请得终其天年惟听录用

다만 늙으신 어머니의 연세가 일흔이신데

봉양할 사람이 없사오니,

어머니께서 천수를 다 마치실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 후에 처분을 따르겠습니다.“

 

上一帝王像者即命稽母寿籍

위쪽에 앉아 계시던 임금의 형상을 한 분이

즉시 송공 모친의 수명 장부를 조사하라고 명하셨습니다.

 

有长须吏捧册翻阅一过有阳算九年

수염이 긴 관리가 책을 받들어 한번 들추어 보더니 말하기를,

"이승의 수명이 9년이나 남아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共踌躇间关帝曰不妨令张生摄篆九年瓜代可也

신들이 모두 머뭇거리며 의논하는 사이에

관우 장군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옆에 앉아 있는 수재 장생으로 하여금 9년 동안 임시로

직무를 대행하게 하고,

기한이 차면 교대하게 하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乃谓公应即赴任今推仁孝之心给假九年及期当复相召

이에 다시 송공에게 말씀하시기를,

"마땅히 즉시 부임해야 하나,

지금 그대의 어질고 효성스러운 마음을 가벼이 여기지 않아

9년의 말미를 주노라. 기한이 되면 마땅히 다시 부를 것이다"

하셨습니다

 

又勉励秀才数语

그리고 관공은 수재에게도 몇 마디 격려의 말을 건넸습니다.

 

二公稽首并下

두 사람은 머리를 조아리고 함께 그곳에서 내려왔습니다.

 

秀才握手送诸郊野自言长山张某

수재가 송공의 손을 잡고 성곽 바깥까지 배웅하며,

자신은 장산현에 사는 장() 아무개라고 신분을 밝혔습니다.

 

以诗赠别都忘其词

中有有花有酒春常在无烛无灯夜自明之句

그러고는 시를 지어 이별을 아쉬워했는데,

송공은 그 시구를 모두 잊어버렸으나

그중에 꽃이 있고 술이 있으니 언제나 봄날이고,

촛불이 없고 등불이 없어도 밤은 저절로 밝기만 하네라는

구절만은 기억하셨습니다.

 

公既骑乃别而去及抵里豁若梦寤

송공은 이내 말에 올라 작별하고 떠났으며,

고향집에 도착하자마자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활짝 눈을 떴습니다.

 

时卒已三日

이때 송공이 숨을 거둔 지 이미 사흘이 지난 뒤였습니다.

 

母闻棺中呻吟扶出半日始能语

송공의 어머니가 관 속에서 나는 신음하는 소리를 듣고

그를 부축해 꺼내어 드렸는데,

반나절이 지나서야 비로소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问之长山果有张生于是日死矣

뒤에 장산현에 사람을 보내 물어보니,

과연 장() 수재라는 사람이 있었고

바로 송공과 같은 날 죽었다고 하였습니다.

 

后九年母果卒

그로부터 9년 뒤, 송공의 어머니는 과연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营葬既毕浣濯入室而殁

송공은 장례를 다 마친 뒤, 몸을 깨끗이 씻고

방으로 들어가 처연히 돌아가셨습니다.

 

其岳家居城中西门里忽见公镂膺朱幩舆马甚众

송공의 장인은 성안의 서문 안쪽에 살고 있었는데,

그날 문득 송공이 말을 타고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말의 가슴팍에는 꽃을 새긴 금속 장식을 달았고,

말재갈 양쪽으로는 붉은 비단끈을 드리웠는데,

그 뒤쪽으로는 수많은 수레와 말들이 따르고 있었습니다.

 

登其堂一拜而行

송공은 대청으로 올라와 장인에게 한 번 절을 하고는

곧바로 떠나갔습니다.

 

相共惊疑不知其为神奔询乡中则已殁矣

집안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의아해했지만

그가 신(성황신)이 된 줄을 알지 못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어 급히 고향 마을로 달려가 물어보니

송공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公有自记小传惜乱后无存此其略耳

송공이 스스로 기록한 짧은 전기가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난리 통에 없어지고 전해지지 않으니,

이것은 그 대략적인 이야기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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