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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를 샀다.
모란장.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삶을 이어가는 가
진짜 거룩한 터전이다.
장돌뱅이도 아닌 내가 영하의 날씨(오전 –6도)에도 버스 50번을 탓다.
어제본
내 냉장고 과일통이 아주 시원하게 비워져있었다.
그래서
세월에 삭은 이 나이가 이렇게 적었다.
청양고추, 양파, 감자, 알배기, 콩나물, 그리고 작은글씨로 소주 와 맥주,
그기에다 먹고싶은 안주이름을....
춥지만
대부분의 장꾼들이
늙고, 삭아, 지치고,
그기에다 몸 중심까지 쳐져 불안하게 흔들리는 그런 육신들이 마지막 용기를 내어나왔다...
그래서
모란장은 그런대로 복잡하다.
주 목적인 술 안주를 찾는데....
(메모지에 적은 것들도 다 산뒤)
생선파는 한곁 길가에서 이런 소리가
“오늘 꽃게 죽이는 것 갔고 왔어요.... 1kg에 35,000원이지만
새해 특별가격으로 30,000원에.....
이 최고 꽃게, 백프로 알이 꽉꽉 찾으니 절대 후회없어요~ ” 하는
그 용감하고도 신나게 폭발하는 희망찬 울림소리가 날 죽였다.
오늘(1월 29일) 안주는 꽃게로 한잔하자.....
지난 설날.
아들과 며느리, 딸이 새배하고 전해준 새뱃돈이 허기진 내 빈 지갑에 들어가니 지갑이 놀라 까무러친다.
그기에다
시집간
외손녀까지
그 내외가 지넘들처럼 빳빳한 지페 50,000원권 두장을
새배하고는
내게 정중히 건네 준,
참나무 나이테 보다 더 옹팍스레 옹졸져 더 마딘 그 돈도 합해지니.............
그 것들로
이 요란한? 꽃게 1kg을....
집에 와
엄청 길고도 지루한 꽃게를 열탕으로 찐다...............
소주와 맥주가 희망찬 눈빛을 날리며 날 연신 쳐다보더니 힐쭉이며 웃는다....
허공처럼 날씬하여 더 가벼운 빈 꽃게들에게
“야- 괜찮아~ 알과 살이 꽉 찾을 땐, 잡지 말라고 <금어기>란 게 있잖아, 그지?~~~~~”
꽃게 파는 그 사람이 무슨 죄가 있으리오.....
먹잘 것없이
빈 껍데기만 수북한 쟁반을 쳐다 보며 이렇게 말했다.
모란 장날에는,
술 맛나는 포근한 인생 이야기도 가끔은 들리는 듯, 들려온다오.........
2023년 1월 29일. 일요일.
모란장터를 다녀와.
야탑천이 보이는 내 작은 창가에서 ~~~
- 도랑 -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명수니 작성시간 23.01.29 예전에 시골 장날에 가면 어머니 손잡고 행여나 손 놓칠새라 두리번 거리며 따라다녔던 시절이
지금은 아련한 추억속에
뭍혀 버렸어요..
모란장날의 모습에 지난 시절이 떠오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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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가영 작성시간 23.01.29 우리의 연륜은 어지간한 것은 다 삭힐 수 있지요.
"꽃게 파는 그 사람이 무슨 죄가 있으리오..."
허나,
수북한 껍데기 치우실때 추~욱 쳐지셨을 어깨는 누가 다독일꼬..... -
작성자흔적 작성시간 23.01.31 거하게 한잔 하셨습니까?
ㅎㅎ -
작성자봉네 작성시간 23.02.02 장날 풍경이 그립게 눈에 선히 그려
집니다
인터넷 세상이 깔끔
넘 스마트해서 주고 받는
잔정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