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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가 술을 마신다.

작성자도랑|작성시간23.01.29|조회수164 목록 댓글 4

꽃게를 샀다.

 

모란장.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삶을 이어가는 가

진짜  거룩한 터전이다.

 

장돌뱅이도 아닌 내가 영하의 날씨(오전 –6도)에도 버스 50번을 탓다.

 

어제본

내 냉장고 과일통이 아주 시원하게 비워져있었다.

 

그래서

세월에 삭은 이 나이가 이렇게 적었다.

 

청양고추, 양파, 감자, 알배기, 콩나물, 그리고 작은글씨로  소주 와 맥주,

그기에다  먹고싶은 안주이름을....

 

춥지만

대부분의 장꾼들이

늙고, 삭아,  지치고,

그기에다  몸 중심까지 쳐져 불안하게  흔들리는  그런 육신들이 마지막 용기를 내어나왔다...

 

그래서

모란장은 그런대로 복잡하다.

 

주 목적인 술 안주를 찾는데....
(메모지에 적은 것들도 다 산뒤)

 

생선파는 한곁 길가에서 이런 소리가

“오늘 꽃게 죽이는 것 갔고 왔어요.... 1kg에 35,000원이지만

새해 특별가격으로 30,000원에.....

이 최고 꽃게, 백프로 알이 꽉꽉 찾으니 절대 후회없어요~ ” 하는

 

그 용감하고도 신나게 폭발하는 희망찬 울림소리가 날 죽였다.

 

오늘(1월 29일) 안주는 꽃게로 한잔하자.....

 

지난 설날.

아들과 며느리, 딸이 새배하고 전해준 새뱃돈이 허기진 내 빈 지갑에 들어가니 지갑이 놀라 까무러친다.

 

그기에다

시집간

외손녀까지

 

그 내외가 지넘들처럼 빳빳한 지페 50,000원권 두장을

새배하고는

내게 정중히 건네 준,

참나무 나이테 보다 더 옹팍스레 옹졸져 더 마딘 그 돈도 합해지니.............

 

그 것들로

이 요란한? 꽃게 1kg을....

 

 

집에 와

엄청 길고도 지루한 꽃게를 열탕으로 찐다...............

 

소주와 맥주가 희망찬 눈빛을 날리며 날 연신 쳐다보더니 힐쭉이며 웃는다....

 

허공처럼 날씬하여 더 가벼운 빈 꽃게들에게

“야- 괜찮아~ 알과 살이 꽉 찾을 땐,  잡지 말라고 <금어기>란 게 있잖아, 그지?~~~~~”

 

꽃게 파는 그 사람이 무슨 죄가 있으리오.....

 

먹잘  것없이 

빈 껍데기만 수북한 쟁반을 쳐다 보며 이렇게 말했다.

 

모란 장날에는,

술 맛나는 포근한  인생 이야기도 가끔은 들리는 듯,  들려온다오.........

 

 

2023년 1월 29일. 일요일.

모란장터를 다녀와.

 

야탑천이 보이는 내 작은 창가에서 ~~~

 

            - 도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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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명수니 | 작성시간 23.01.29 예전에 시골 장날에 가면 어머니 손잡고 행여나 손 놓칠새라 두리번 거리며 따라다녔던 시절이
    지금은 아련한 추억속에
    뭍혀 버렸어요..

    모란장날의 모습에 지난 시절이 떠오릅니다 ~^^

  • 작성자가영 | 작성시간 23.01.29 우리의 연륜은 어지간한 것은 다 삭힐 수 있지요.
    "꽃게 파는 그 사람이 무슨 죄가 있으리오..."
    허나,
    수북한 껍데기 치우실때 추~욱 쳐지셨을 어깨는 누가 다독일꼬.....
  • 작성자흔적 | 작성시간 23.01.31 거하게 한잔 하셨습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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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봉네 | 작성시간 23.02.02 장날 풍경이 그립게 눈에 선히 그려
    집니다
    인터넷 세상이 깔끔
    넘 스마트해서 주고 받는
    잔정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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