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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탑역 앞에서 만난 여자

작성자도랑|작성시간23.06.17|조회수270 목록 댓글 7

야탑역 앞에서 만난 여자.

 

친구랑 종로5가역 부근

곱창골목(신진시장 앞 여러 곱창집이 있다)에서 한잔 찐하게 마셨다.

 

정신은 멀쩡한 것 같은데

그넘의 다리가 자유분망하다.

 

왕십리역에서 출발하는 분당선

당당히 자리잡고 희망에찬 야탑역으로 무사히....

 

역 출입구에서 한 여인이 쪼그리고 앉아서 빈바구니만 쳐다본다.

그릇 속에는 근엄한 노인분 몇분만이 앉아있다(백원짜리 동전 몇개)

 

얼른 지갑속을 보니

세종대왕 한분과 퇴계선생님 초상화가...

임금님을 불러내기가 좀 뭣해서 퇴계선생님 두장을 주고,  마을버스를 탓다.

우리 나이와 엇비슷하게 보이는 여자분이 얼마나 급했으면

오늘밤 재난지원금?을 거출하시다니.......

 

오늘.

빛나는 율동의 미학적 행위 예술인들의 모임(댄방 정모)을 즐겁고도 무사히 마치고

귀가본능에 의해

다시  야탑역으로.....

 

역 밖에서 한 여인이 호박잎을 팔고 있다.

그릇 세 개에 나지런히 담아 놓고서.....

한 그릇에 2,000원이란다.

“여사님. 세게 다 사면 얼마요?” 하고 물었다

세 개면 6,000원인데 5,000원에 드릴께요“

”이 봐요 다 싸줘요“ 하고 그 값을 지불하면서 마지막 한 개를 도로 주고싶었다.

하지만

그냥 주면 그녀는 다시 딴 손님에게 팔 것 같아..

그중 몇 잎을 빼 담으면서

이 나머지는 여사님께서 팔지 마시고 꼭 잡수어보시라고 하며 남겨드렸다.

 

사기 전

내가 물었다.

호박잎사귀 잡수어 보셨나고? ...

'한닢이라도 더 팔아야지 언제 먹어보겠냐고요?'라는 그녀 대답 땜에 그랬다.

 

70여년 전.

난 6,25동란 후 산골에 사시던 외할머니댁에서 살았다.

초가아래 호롱불빛

가마솥 꽁닥보리밥,

그기에 호박과 감자를 쓸어넣어 숯불에 끓인 조선된장국.

그 된장  한 숱가락에 밥을 호박잎에 싸서 내 빈 주둥이가 배고프지 말라고

억지로 먹여주던

내 외할머니......

 

그 생각에 오늘 밤,  이 호박잎을 몽땅삿다.

 

된장국을 진하게 끓이고 호박잎을 쪄서 먹으려는데

왜?

 

왜?

눈물이 자꾸 나는가

 

그 옛날,

나 배고파 죽을까봐,  내 주둥이에 이 호박잎을 싸서 넣어주시던

외할머니는,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

 

 

 

2023년 6월 16일 금요일

정모를 마치고..........

 

- 도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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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명수니 | 작성시간 23.06.18 여름에 별미 호박잎
    된장에 밥 한 그릇 뚝딱 싸 먹었지요 ㅎ

    날씨가 많이 덥네요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 작성자김민정 | 작성시간 23.06.18 옛 일을 그리워하고 추억에 서서
    엇님을 생각하면 우리가 늙어간다는
    증거이라지요 ᆢ 오늘도 호박잎 싸먹을
    강된장 같은 구수하고 맛갈진 글사위에
    머물다 갑니다


  • 작성자비오 | 작성시간 23.06.25 아--아~~~~~~~~~~~
    손주입에 꽁보리밥을 호박닢에 싸서
    꾸역꾸역 넣어주시던 할머니라~~~^^
    글만 읽어도 그시절이 그립고
    눈물이 납니다
    글구
    그할머니가 그립습니다
  • 작성자가람 | 작성시간 23.07.08 😭
  • 작성자가람 | 작성시간 23.07.08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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