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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필요하신 분....

작성자도랑|작성시간23.07.19|조회수346 목록 댓글 5

<우산 필요하신 분>

 

본격적인 장마다.

외출 시 비가 내리면 일단은 좀 귀찮다.

우산을 챙겨야 하니

 

집은 나설 때 다정히 함께 데리고 나온 그 우산이

모든 일을 다 마치고 귀가한 후에 보면 없고, 나만 집에 와있다.

 

우산에 나도 모르게 차인 게? 분명하다.

어디서 차였는가?

 

전철에서인가?

아님

술집에서인가?

아니면

마을버스인가?

 

도무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내 정신머리도 알쏭달쏭하다.

 

정모날

본격적인 장마가 온 나라를 휘 접고 다니다 내가 사는 천당 아래 분당에도 왔다.

 

몇 년 전

계룡산 동학사를 가기 위해 대전 유성온천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나서려는데

비가 내린다.

같이 간 친구랑 똑같은 접이식 작은 우산을 2개 사서 한 개를 펴 주었다.

 

그 오래된 추억의 우산,

신기하게도 날 배신하지 않고 여태 함께 따라 다닌다.

 

그놈도 몇 년의 빗방울과 눈보라(겨울 등산 시 눈 올 때도 사용)에 낡았다.

그래서 이제는 살도 빠지고 뼈도 다 휘어져 표피도 쭈굴쭈굴하다.......

버릴까도 생각했다.

 

야탑에서 영등포 정모 장소까지 가려면

선정릉역에서 환승을한다.

 

이 역은 일반 열차와 급행이 교대로 온다.

나는 늘 급행만 이용한다.

선정릉역에 오니 바로 일반 열차가 막 떠나고 빈 의자가 날 기다린다.

다음이 급행

 

한데

의자 아래 아주 작은 우산 하나가 날 빤히 쳐다보질 않는가?(아래 사진 참조)

방금 떠난 어느 분이 깜빡 잊고 두고 간 게 분명하다.

 

그것을 들고 이리저리 살폈지만 허사다,

혹 주인이 나타나면 되돌려주려고…….

 

의자에 앉아 그 작은 우산을 펴보니,

아주 작지만 이쁘고 내가 가지고 온 것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싱싱하다,  거기에 색깔까지도 좋다.

 

순간.

이참에 내 우산 바꾸면 어떨까,  이 낡은 것 버리고 좋고 이쁜 이것으로 말이다.

급행을 타고 노량진에 내려 다시 신길역 화장실까지 왔다…….

 

두 개의 우산을 들고 때아닌 고민에 빠졌다.

 

그 순간

내가 사준 똑같은 그 우산을.....

 

어느 비 오는 날,

친구도 그날 내가 사 펼쳐준 그 우산을 쓰고 나왔더라고…….

 

편의점에 가서 작은 메모지 한 장 얻어와,

신길역 화장실 세면대 구석에

그날 주운 이쁜 그 우산을 놓았다.

 

그리고 우산 옆에.

우산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라는 메모지를 얹어두고는  슬그머니 화장실 계단을 내려왔다.

 

버스정류장 쪽으로 가려는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인생에 있어.

한번 인연을 맺었으면

절대 가볍게 버리지 말아야 해~~~

 

빗방울이 만든 방울방울이 아스팔트를  두드리며,  왜 이런 소릴 나에게 들려주는가?.........

 

2023700 일 금요일

정모날 신길역에서......

 

- 도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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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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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민정 | 작성시간 23.07.19 도랑선배님 글을보면 늘 온화한 분위기
    따스함이 묻어 납니다 존경의 마음
    두손모아 드립니다
  • 작성자비오 | 작성시간 23.07.19 선배님글이 언제 또 올라오시려나
    지달렸었는데 드뎌 뜨셨네요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 이야기가
    가장 재밋고 포근하게도 안정감을 주지요
    사진속의 우산을
    지하철서 화장실까지 옮겨놓으시느라
    애쓰셨네요
    그런데 하필 왜 남자화장실엘 갔다놓으셨는지~여자는 사람아닌가요~?
    그렇지만
    아마도 염라대왕 치부책
    선행란에는 올라가 있을거라 예상되며
    지옥보다 극락쪽으로
    인쎈티브가 쪼끔 추가되리라
    판단됩니다
    참잘하셨읍니다
  • 작성자명수니 | 작성시간 23.07.21 와 ~
    우리 도랑선배님의 선행에 감탄했습니다 ~ ㅎㅎ
  • 작성자가람 | 작성시간 23.07.21 와~~
    대단하십니다.
    멋쟁이, 짱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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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청담골 | 작성시간 23.07.23 도랑 선배님
    역시나 입니다
    멋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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