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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필요하신 분>
본격적인 장마다.
외출 시 비가 내리면 일단은 좀 귀찮다.
우산을 챙겨야 하니
집은 나설 때 다정히 함께 데리고 나온 그 우산이
모든 일을 다 마치고 귀가한 후에 보면 없고, 나만 집에 와있다.
우산에 나도 모르게 차인 게? 분명하다.
어디서 차였는가?
전철에서인가?
아님
술집에서인가?
아니면
마을버스인가?
도무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내 정신머리도 알쏭달쏭하다.
정모날
본격적인 장마가 온 나라를 휘 접고 다니다 내가 사는 천당 아래 분당에도 왔다.
몇 년 전
계룡산 동학사를 가기 위해 대전 유성온천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나서려는데
비가 내린다….
같이 간 친구랑 똑같은 접이식 작은 우산을 2개 사서 한 개를 펴 주었다.
그 오래된 추억의 우산,
신기하게도 날 배신하지 않고 여태 함께 따라 다닌다….
그놈도 몇 년의 빗방울과 눈보라(겨울 등산 시 눈 올 때도 사용)에 낡았다.
그래서 이제는 살도 빠지고 뼈도 다 휘어져 표피도 쭈굴쭈굴하다.......
버릴까도 생각했다.
야탑에서 영등포 정모 장소까지 가려면
선정릉역에서 환승을한다.
이 역은 일반 열차와 급행이 교대로 온다….
나는 늘 급행만 이용한다….
선정릉역에 오니 바로 일반 열차가 막 떠나고 빈 의자가 날 기다린다….
다음이 급행
한데
의자 아래 아주 작은 우산 하나가 날 빤히 쳐다보질 않는가?(아래 사진 참조)
방금 떠난 어느 분이 깜빡 잊고 두고 간 게 분명하다.
그것을 들고 이리저리 살폈지만 허사다,
혹 주인이 나타나면 되돌려주려고…….
의자에 앉아 그 작은 우산을 펴보니,
아주 작지만 이쁘고 내가 가지고 온 것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싱싱하다, 거기에 색깔까지도 좋다.
순간.
이참에 내 우산 바꾸면 어떨까, 이 낡은 것 버리고 좋고 이쁜 이것으로 말이다….
급행을 타고 노량진에 내려 다시 신길역 화장실까지 왔다…….
두 개의 우산을 들고 때아닌 고민에 빠졌다.
그 순간
내가 사준 똑같은 그 우산을.....
어느 비 오는 날,
친구도 그날 내가 사 펼쳐준 그 우산을 쓰고 나왔더라고…….
편의점에 가서 작은 메모지 한 장 얻어와,
신길역 화장실 세면대 구석에
그날 주운 이쁜 그 우산을 놓았다.
그리고 우산 옆에….
“우산 필요하신 분 가져가세요.”라는 메모지를 얹어두고는 슬그머니 화장실 계단을 내려왔다.
버스정류장 쪽으로 가려는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인생에 있어.
한번 인연을 맺었으면
절대 가볍게 버리지 말아야 해~~~
빗방울이 만든 방울방울이 아스팔트를 두드리며, 왜 이런 소릴 나에게 들려주는가?.........
2023년 7월 00 일 금요일
정모날 신길역에서......
- 도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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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김민정 작성시간 23.07.19 도랑선배님 글을보면 늘 온화한 분위기
따스함이 묻어 납니다 존경의 마음
두손모아 드립니다 -
작성자비오 작성시간 23.07.19 선배님글이 언제 또 올라오시려나
지달렸었는데 드뎌 뜨셨네요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 이야기가
가장 재밋고 포근하게도 안정감을 주지요
사진속의 우산을
지하철서 화장실까지 옮겨놓으시느라
애쓰셨네요
그런데 하필 왜 남자화장실엘 갔다놓으셨는지~여자는 사람아닌가요~?
그렇지만
아마도 염라대왕 치부책
선행란에는 올라가 있을거라 예상되며
지옥보다 극락쪽으로
인쎈티브가 쪼끔 추가되리라
판단됩니다
참잘하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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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명수니 작성시간 23.07.21 와 ~
우리 도랑선배님의 선행에 감탄했습니다 ~ ㅎㅎ -
작성자가람 작성시간 23.07.21 와~~
대단하십니다.
멋쟁이, 짱이십니다. -
작성자청담골 작성시간 23.07.23 도랑 선배님
역시나 입니다
멋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