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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진짜 .... 천생연분입니다

작성자도랑|작성시간23.08.09|조회수286 목록 댓글 4

원 제목  <인연>

 

 

 김천생.

당 35세 미혼이며, D이벤트 회사 개발부 직원이다.

 

일류대학 인기학과를 졸업하고 군 생활도 떳떳이 마쳤다.

규모는 비록 크지 않지만 소위 세간에 앞날이 창창하여 상한가를 친다는 D회사 차장이다.

이 쨍쨍한 회사에 몸담은 지도 어느덧 10 여년이 지났다.

 

직장생활 10년을 넘으면 그 회사에서 꽤 중 고참에 속한다.

이 회사 저 회사를 방견(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는 개) 쓰레기통 뒤지듯이 옮겨 다니는 일부 젊은이들과는 사뭇 다르다.

꽃같은 각시가 입혀주는 와이셧츠에 넥타이를 매만지면서 김차장 앞에서 알랑거리는 후배들의 놀림도 면역 된지 이미 오래다.

 

하기야 김차장에게도 여자 친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에 동아리에서도 몇 명 사귀었고, 신입 사원시절에도 몇 명의 여자는 있었다.

 

하지만 결혼이란 게 그리 쉬운 일인가. 신호등 없는 사거리를 통과하는 차보다 더 앞뒤 좌우를 세세히 살펴봐야 하는 일이기에 더더욱 어려웠다.

그리고 나이가 삼십대를 넘기고부터는 이것저것 따지는 것이 어디 한 두개라야지...

 

그런 김차장에게 희대의 소식이 왔다.

아주 좋은 혼처가 있으니 맞선을 한번 보라는 소식이었다.

고향의 형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이다.

 

요즘 세상에 맞선이라니, 생각하면 좀은 쑥스러운 사건이다.

하지만 홀 노모의 염려하시는 모습과 형님의 간곡한 말씀에 한번 만나보기로 했다.

막상 맞선을 본다고 생각하니 신기하다.

어떤 여자일까?를 자꾸 상상해보니 공연히 가슴이 설레며 묘한 감정까지 솟는다.

 

새벽같이 차를 몰고 경부고속도로를 진입했다.

휴일이라지만 일찍 나선 탓에 도로는 그른 데로 훤하게 뚫렸다.

평소에 취미 겸 여행 겸 사용하려고 어렵게 마련한 스피드형 스포츠 카가 오늘은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한다.

 

신나는 음악까지 틀면서 달리니 확실히 새벽 공기는 상쾌하다.

만남의 광장을 지나고부터 이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순간. 뭔가가 이 김차장의 차를 앞질러 달리는 차가 하나있었다.

그도 같은 종류의 차량으로 김차장 보다는 시속 20킬로는 더 빠른 것 같았다.

뭐야 이게............

 

공연히 젊음의 자존심이 상했다.

과속기(엑스레이터)를 지긋이 밟으면 앞질러간 차를 다시 추월하는 순간의 쾌락은 이 김차장 만이 느끼는 쾌감이었다. 이렇게 하여 첫 새벽의 경주는 시작되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서로간의 경쟁 심리가 감정으로 바뀐 것은 천안 휴게소를 지나서부터 일어났다.

 

그러다 급기야 창문을 열고 삿대질까지 서로간에 했는데,

아풀사 그 차량의 운전자는 여자였다.

짧은 스포츠 형 머리 매무새에 짙은 색안경(썬그라스)을 착용했기에 김차장은 망나니 폭주족이려니 생각을 했는데 뜻밖에도 자세히 보니 젊은 아줌마였다.

 

하지만

이미 몇 차례 상스런 욕과 삿대질을 한 탓이었기에 남녀구분이 없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대전을 지나자 두 사람의 악연은 사라졌다.

그 여자가 보이지 않게 김차장 차를 따돌리고 앞으로 사라진 후였다.

 

김차장이 들어선 차선이 공사 관계로 갑자기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꼴이람,

아침부터 여자로부터 욕과 삿대질까지 당하고, 이제는 뒤로 밀리는 아주 불행한 사태를 김차장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당하고 있었다.

분을 삭히려고 금강 휴게소에서 정차를 하는 순간,

김차장은 앞서간 그 여자의 차를 발견했다.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 그녀에게 다짜고짜로 달려가서 언쟁을 일으켰다.

그녀는 보기보다는 호락호락한 성격이 아니었다.

도리어 김차장이 당하는 꼴로 되었다.

 

“쳇, 병신 같은 게- 아침부터 재수없게-”하며, 김차장에게 한마디 퉁명스럽게 내뱉으며 달려나가는 그녀 차 꽁무니를 다시 악으로 따라나섰다.

 

옥천 영동을 지나 황간까지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경주가,

갑자기 그녀의 차가 김차장 차, 아슬아슬한 바로 앞에서 급제동을 했다.

 

김차장도 기겁을 하면서 급제동 장치를 밟고 속도를 줄였다.

아-, 김차장의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 순간,

김차장이 얼버머리는 순간.

그녀의 차는 구름도 자고 간다는 그 추풍령 고개 너머로 약올리듯 아스라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 날 오후.

맞선 장소는 시내 변두리 한적한 레스토랑에서 보기로 했다.

 

김차장의 마음은 며칠 전 맞선얘기가 나올 때 보다 더 흥분되고 있었다.

형과 같이 나간 그 레스토랑 입구에서 김차장의 두 눈은 커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약올리고 욕하며 사라졌던 바로 그 차량이 레스토랑 한쪽에 주차 된 것을 확인하고 난 후였다.

김차장은 갑자기 잊은 듯 삭혀왔던 울분이 다시 폭발했다.

 

“ 아- 이 개 같은 ㅇ, 잘 만났다. 어디 엿 한번 먹어봐라 썅 ~ ”

김차장은 식식되며 말리는 형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 차량바퀴 바람을 빼려고 쭈굴시며 펑퍼지게 앉았다.

 

그때

“ 당신들 뭣 하는 짓거리야” 하는 고함소리에 흠칫 놀라 일어선 김차장.

 

왠걸,

이번에는

그 고함친 상대 쪽이 더 놀라는 표정이다.

두 사람은 한동안 멍하니 서로 바라만 보고 말이 없었다.

 

잠시 후.

“와- 우병장 얼마만 인가!....”

“야- 정말 오랜만이다. 김천생 병장......”

 

제대하고 꼭 십여년 만에 군 동기(더불빽 동기)를 상그럽게 여기서 만나다니... 와 ~~~

 

 

맞선을 보는 그 자리엔 차(茶) 대신

빈 술병들만이 춤을 추는 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야- 우병장.. 아니다. ...... 이제, 처남이라 불러야겠군....

내가 재고 정리 해 줄게.....걱정 마-”

 

33세의 노처녀 S사 과장 우연분.

아줌마로 착각한 이 우연분은 우병장의 바로 밑 여동생이었다.

 

연분이도 그 맞선 자리에서 어쩐일로 죽이 맞아 함께 웃음으로 시끌벅끌 했다.

이것이

바로

만사개유정(萬事皆有定)이라 했던가?

 

그 해 가을.

예식장 앞에 큼직한 글씨

 

신랑 김천생

신부 우연분

 

주례사와 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하객들의 입을 더 크게 벌리게 했다.

“오늘 이 결혼의 당사자들은 진짜 천생 연분입니다.......

 

하하하-.....” 

 

* 만사개유정(萬事皆有定) = 난고 김병연(김삿갓) 시를 인용함....

인생사는 이미 다 정해진 것을 내 어쩌리 ~~~~~(필자 생각)

 

원고분량 : 200자 17매.

 

이 졸필은 00 문학지에 발표한 것입니다.........

 

우리 율동의 미학적 행위 예술을 실천하시는 모든 님들께-,

 

이제    더위가 살짝 수줍어 내려가네요...........

 

오늘 오후

종로 5가,  모 곱창집에서 한잔(소주가 맥주를 다정히 껴안으며......) 진하게 하고서 귀가 후............

 

ㅎㅎ

 

2023년 8월 9일 밤에...

- 도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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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비오 | 작성시간 23.08.10 거참 대단한성격의 소유자들끼리
    짜맞춘듯 드라마같은 작품을 맹그셨네요
    인연이란 참 묘한것인가봅니다~~~^^
    남한테 뒤지고싶잖은 젊은이들의 가상한 폐기가 아마 살아가는 훗날에도 많은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되면서~~~
    악스레더 밟는거봐선
    그아가씨 간뎅이가 총각 간뎅이보담
    조금 큰것만은 틀림없는것 같네요
    잘못 걸리면
    말년에 (속된말로) 대가리 깨질수도 충분히 있을거구만요
    정신병자소릴 듣더래도
    한방 얻어 터지기전에 하이바 쓰고 다니세요
    현 상황도 매우 아슬아슬해 보입니다
    항상 긴장은 해야겠어요
    조금은 걱정스런맘으로~~~
    재밋는글 잘읽고 갑니다
  • 작성자명수니 | 작성시간 23.08.10 태풍이라 무더운 날이
    아니라 시원해서 참 좋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
  • 작성자김민정 | 작성시간 23.08.11 도랑선배님 글 씀씨는 천하에 명품
    이십니다 늘 봐도 감동이며 재미 집니다
    오늘도 건강하심과 건필하소서 ᆢ
  • 작성자복사꽃 | 작성시간 23.08.13 멋진 도랑님 글 재미있게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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