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딜리아니는 왜 목이 긴 여인을 그렸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는
혼자 있는 인물과 누워 있는 나체 여인을 자주 그렸습니다.
모딜리아니는 화가들 중에서 최고의
꽃미남이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잘생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몸이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모딜리아니는 병 때문에 학교를 그만 둔 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모딜리아니는 우리에게 목이 길고 눈동자가 없는 초상화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가 하고 싶었던 것은 조각이었습니다.
아프리카 조각에서 양감을 얻은 그는 길쭉하게 늘인 얼굴과 코가 인상적인 두상 조각을 제작했습니다.
모딜리아니는 평생 단 한 번의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누드화가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전시회는 제대로 열리지도 못한 채 바로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지만
오늘날 그가 남긴 초상화들은 부드러운 선과 색,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형태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모딜리아니의 영원한 여인 잔느
영화 모딜리아니
여기, 서로 다른 여인을 그린 두 점의 초상화가 있습니다.
모드 아브랑트의 초상 (1908년, 헥트 미술관 )
앉아 있는 잔느 에뷔테른느 (1918년, 이스라엘미술관)
한 눈에 봐도 전혀 다른 화풍의 두 그림은 놀랍게도 같은 작가의 작품입니다.
첫 번째는 이탈리아의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가 1908년 그린 '모드 아브랑트',
두 번째는 같은 작가의 1918년 작품인
'앉아 있는 잔느 에뷔테른느'입니다.
첫 번째 그림의 주인공 모드는
모딜리아니가 화가의 꿈을 안고 파리에 정착한 뒤
처음 만난 '첫 번째 연인'이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의 주인공 잔느는
서른다섯 살로 요절한 모딜리아니의 '마지막 연인'이었습니다.
모드는 모딜리아니에게 배신의 상처를 안긴 뒤
냉정하게 떠났고,
잔느는 모딜리아니가 병으로 사망한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연인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두 작품 가운데 우리에게 친숙한 '모딜리아니스러운' 그림은 역시 두 번째 작품입니다.
기형적으로 긴 목과 길게 과장된 코,
둥글게 처진 어깨, 눈동자 없이 텅 빈 아몬드 형 눈.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살짝 기울어진 머리.
앉아 있는 갈색 머리의 어린 소녀 (1918년, 피카소미술관)
●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여인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노천명 '사슴'
인체의 비례가 완전히 무너지고,
어찌 보면 다소 괴기스러운 느낌마저 드는 '모딜리아니스러운' 특징들은 글로 써 놓고 보면
무척 비정상적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실제 그림으로 만나면
모딜리아니의 여인들은 하나같이 참 아름답습니다.
미인대회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움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런데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뭐랄까,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하는 먹먹한 아름다움이라고나 할까요?
입술을 꼭 다물고 관람객을 쳐다보는 여인들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깊은 슬픔이 느껴지는 건,
아마도 '비운의 천재화가'로 불리는
작가의 삶이 그림 속에 스며 있기 때문일 겁니다.
노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