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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방죽

작성자술붕어|작성시간24.01.17|조회수78 목록 댓글 2

안녕하십니까?

술붕어입니다.

 

이번에 다녀 온 계룡산은

유난히 기(가 쌔 점집이 많고

무당들이 이 기()를 받으려 치성을 드리러 오는

영산(靈山)이기도 합니다.

 

치성에 얽힌 일화입니다.

부안 격포 103전경대 도깨비 초소 분대장 시절

당시 막걸리는 옥수수막걸리였는데

규제가 풀려 쌀 막걸리가 나온다는 소식이 듣고

대원들 야간 근무 배치를 끝내고

쌀 막걸리를 마시러 인근 수락동으로 내려갔습니다.

 

누렇고 텁텁한 옥수수 막걸리와는 달리

하얀 쌀 막걸리는 그야말로 목 구녕으로 술술 넘어 갔습니다.

부드러운 이 맛죽인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연거푸 몇 잔을 들이키니

창자가 찌리리 해 왔습니다.

 

마을에서 초소로 돌아오는 길은

산 중턱에 난 비상도로를 따라 멀리 돌아오던가,

계곡을 가로질러 지름길인 도깨비 방죽을 거쳐 오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술에 취했기 때문에 먼 비상도로 대신 도깨비 방죽 길을 택했는데

도깨비 방죽이란?

마을 공동묘지가 있는 계곡의 한 가운데에 있는 우물로,

우리들은 그 물을 길어다 식수로 마셨습니다.

송장 썩은 물을 마신 셈입니다.

 

그 우물 주변에는 물기가 많아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고

물이 흘러 내려가는 입구 부분만 나무들이 없었는데

공동묘지라 좀 무서운 생각은 들었지만 총을 메고 있었고

얼큰히 취한 상태라 콧노래를 부르면서 계곡을 내려 와

우물 앞을 막 지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환한 불빛이 보이면서

흰 옷을 입은 도깨비들이 덮쳐왔습니다.

"으악"

그러나 정작 놀란 건 내가 아닌 도깨비들이었습니다.

"으악"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애 못 낳는 여자들이 도깨비 방죽에서 치성을 드리면

애를 낳는다는 속설이 있어,

그 날도 동내에 시집 온 새댁이 애가 없자

치성을 드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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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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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도시천사 | 작성시간 24.01.17 ㅋㅎㅎ...
    혼비백산 하셨을 모습 눈에 선합니다.
    칼빈 소총을 메셨으면 총검술 한번 해보실걸 그랬쥬?....ㅎㅎ..
    잠시 머물러 웃고 갑니다.
    오늘도 좋은날 되세요!...
  • 답댓글 작성자술붕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1.17 맞습니다
    그때 경찰 지급 화기가 칼빈 소총 이었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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