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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기에 접어든 멸치 아가씨

작성자행성|작성시간18.08.16|조회수111 목록 댓글 8

평소 부모님의 말씀이라면 단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던 멸치아가씨는

부모님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 말도 못하고 커다란 눈만 껌벅였고,

먹물만 있고 뼈대 없는 집안의 장손 오징어총각도 선뜻 나서질 못하고

여덟 개의 다리를 번갈아 가며 살랑살랑 흔들기만 있었다.


양가 부모님의 상견례가 있은 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멸치아가씨의 눈에는

매끈한 피부와 우람한 체격의  오징어총각 모습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멸치 아가씨는

‘남자가 뭐 이래, 용기 있는 남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나처럼 뼈대 있는 집안에

반짝이는 비늘을 가진  미인을 얻으려면 용기가 있어야지.’

하며 오징어총각이 연락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오징어총각한테 전화는 커녕 문자 한 통 오지 않았다.

멸치아가씨는 용기를 내어 오징어총각에게 전화를 하기로 결심하였다.

몇 달 전 삼성 갤럭시9+ 완전 방수 스마트폰을 구입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여보세요. 아니. 남~ 남보세요.”

육지에서는 남녀 구분없이 여보세요. 라고 부르지만 물 속에서는 남자한테는 남보세요.

여자한테는 여보세요. 라고 불러야 교양 있는 집안 소리를 듣는다.

“여보세요. 먹물 있는 집안 오징어총각입니다.”

‘흥, 뼈대도 없는 주제에 시커먼 먹물이 뭐 자랑이라고 먹물 먹물.’

멸치아가씨는 혼자말로  속삭였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혹시 저 기억하시겠어요? 뼈대 있고 비늘도 있는 집안 멸치아가씨요.”

‘그 놈의 뼈대, 비늘. 아니꼽고 더럽고 치사하다. 치사해.’

오징어총각 역시 멸치아가씨가 뼈대와 비늘을 강조하는 말에 거부감이 생겼지만,

선비를 배출하는 먹통이 있는 집안 아닌가? 체통을 지켜야지 다짐하며,

"뼈대 있고 비늘 있는 집안 아리따운 멸치아가씨를 잊을리가 있겠습니까? 기억하다마다요."

"기억하다 말았다고요?"

“아니 그게 아니고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저를 보고 싶지는 않으셨구요?”

“아, 네. 요즈음 먹물로 공부하느라 바빠서, 두 달 뒤에 과거 시험이 있거든요.”

"아, 과거 시험을 앞두고 계시군요. 죄송해요. 공부 방해해서....

그럼 이만 삼성 갤럭시9+ 완전 방수 스마트폰 끊을께요.“

“괜찮습니다. 마침 공부도 안 되고 바람도 쐬고 싶었는데~~

 5670 아름다운 동행 물레방앗간에서 내일밤 9시에 만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오징어 총각의 프러포즈에 당황하였지만, 멸치 아가씨는 시치미를 떼고 차분한 목소리로

“저희 집은 늦어도 밤 8시까지는 집에 들어가야 해요. 안 그러면 아빠한테 다리몽댕이 부러져요.”

“네? 다리몽댕이 부러지신다고요? 다리는 없는 걸로 아는데.”

“ 아이참, 내가 왜 이래. 내가 다리가 어디 있다고, 다리 부러지는게 아니고 비늘 베껴져요.”

“그럼 밤에 만나는 건 힘들겠군요. 아니예요. 만나려면 밤에 만나야죠.

그래야 운치도 있고 남에 시선도 피할 수 있고......”

‘제법인데. 하긴 30대 후반 노처녀 되기까지 5670 아름다운 동행 물레방앗간을

한번도 이용 안 했다면 그것도 바람직한 인간상은 아니지, 아니 바람직한 물고기상이 아니지.’

멸치처녀와 오징어총각은 다음날 밤 9시 수많은 선남선녀들의 추억이 깃든  5670 아름다운

동행 물레방앗간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다음날 밤

먹물 있는 오징어 총각과 뼈대 있고 비늘 있는 멸치 아가씨의 사랑을 축복이라도 하듯이

남쪽 하늘에 쟁반같은 보름달이 커다란 분홍빛 하트를 그리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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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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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행성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08.17 뭔 소릴해서 죄송합니다.
    난생 처음 카페란 곳에 이야기 글을 써 봤네요.
    주제와 방향성을 가지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간단하면서도 의미있는 꽁트를 써 보고 싶었는데
    처음 경험이라 그런지 쉽지가 않네요.
    그래서 글쓰기를 제 2의 창조 행위라 하지 않았나 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먼 소리는 하지 않고 가까운 소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ㅎㅎ 관심 고맙습니다.
  • 작성자화이어 | 작성시간 18.08.17 멸치아가씨가 우리 동행방 물레방아간에서 만나네요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행성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08.17 멸치아가씨와 오징어총각의 달빛 아래
    아름다운 사랑이 이루지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방울꽃 | 작성시간 18.08.17 ㅎ ㅎ. 기발합니디.
  • 답댓글 작성자행성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8.08.17 아이고~
    응원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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