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낙오자(21)
‘로즈’는 좁은 골목 끝 쪽에 있었지만 두 번 물어서 찾았을 만큼 찾기 쉬웠다.
해산물 전문 식당이었는데 현관에 들어선 이영준이 종업원에게 미미 이름을 댔더니 복도 안쪽의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복도에는 붉은색 양탄자가 깔렸고 벽도, 천정도 붉은 색, 글씨는 금박을 입혔다. 방 안으로 들어선 이영준은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는 미미를 보았다. 미미는 진주색 투피스 정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목에는 진주 목걸이를 했고 가슴이 깊게 파여져서 젖가슴의 깊은 선까지 선명하게 드러났다. 원탁에 마주 보고 앉았을 때 미미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제가 해산물 요리하고 술 시켰어요. 괜찮죠?” “아, 물론이죠.”
방의 벽도 붉은색이어서 분위기가 은근하다. 붉은색은 식욕뿐만이 아니라 성욕도 돋우는 것 같다. 미미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다시 묻는다.
“미스터 리. 결혼 하셨어요?” “안 했습니다. 미미 씨는?” “저두 미혼입니다.”
두 손을 깍지 껴서 턱 밑에 붙인 미미가 지긋이 이영준을 보았다.
“이번 사건 조사에 성과는 있나요?” “없어요.” 머리까지 저었던 이영준이 똑바로 미미를 보았다. “하나 있네요.” “뭔데요?” “내가 미미 씨를 만난 것.”
그리고는 이제 이영준이 얼굴에다 성적 욕망 80에 호감 20의 표정을 만들어 보였더니 미미가 또 웃으며 묻는다.
“미스터 리는 성격이 급하시죠?” “예. 그런 편이죠.” “여자 친구는 많아요?” “그렇습니다.”
이때 본사의 정수현 얼굴이 떠오르는 건 무슨 조화 속일까? 그때 문이 열리더니 음식이 날라져 왔으므로 둘은 말을 그쳤다. 음식은 푸짐했다.
팔뚝만한 고기를 통째로 삶아 내놓았고 튀김 요리에다 게는 냄비 뚜껑만 했다. 그리고 술은 백주(白酒)로 알코올 돗수를 보았더니 50도다.
“취하겠군.” 소주병 크기만한 백주 병을 손에 쥔 이영준이 말했더니 미미가 술잔을 내밀었다. “같이 마셔요. 미스터 리.”
안주가 푸짐한데다 맛도 있었지만 이영준은 많이 먹지 않았다. 대신 백주 두 병을 마셨다. 미미가 마신 양은 다섯 잔. 찔끔 대면서 마시는 시늉만 한다. 이윽고 마지막 잔을 비운 이영준이 흐린 눈으로 미미를 보았다.
“미미. 다음 순서는?” “술 취했어요?” 대답대신 미미가 묻자 이영준은 머리를 저었다. “몸 기능은 정상이야. 미미.” “그럼 우리 집에 갈까요?”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이영준이 눈을 더 가늘게 떴다. “좋지. 미미, 근데 집에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삼촌까지 다 있는 건 아니지?” 그러자 미미가 눈웃음을 쳤다.
“나 혼자 있어요. 리.” “그럼 당장 가야지.” 하고 이영준이 벌떡 일어서다가 옷자락에 걸린 젓가락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밤 10시 반이다. 따라 일어선 미미가 앞장을 서면서 물었다.
“리, 정말 괜찮아요?” “아, 글쎄. 그거 하는 건 지장이 없다니까 그러네.”
그러자 미미가 눈을 흘기더니 손을 뻗어 이영준의 팔을 꼬집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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