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묵은 바람 한 줄기 쓰러져
땅에 눕고
건들개로 부는 바람 따라
일없이 봄뜰에 목련꽃 몇 송이 벌으니
스무살 안팎의 내 사랑이
저러했던가
햇빛 속에 나와 가슴 두근거리며
숨 막히던 부끄러움을 타던
그때 그 사랑의 빛깔이
저러했던가
겨울 눈비로도 쓸리지 못하고
삭은 산천을 떠도는 검은 구름처럼
헤매는 탐욕 앞에선
이제 한낱 목련을 보는 일은 부질없어라
내가 뒤늦게 불알 한쪽을 키우며
진실로 이 땅에서 배운 사랑은
물푸레꽃 물푸레꽃 같은
질퍽한 울음뿐이었느니라
시집 <꿈꾸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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