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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심부름

작성자수줍은하늘|작성시간20.06.20|조회수130 목록 댓글 1

누나의 심부름

            / 수줍은 하늘



누나의 어색한 모습으로 봐선 또 생리대 심부름을 시킬 것이 뻔했다.

지난 달에도 상민이의 눈치를 살피며 초록색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했었다.

누나는 쟈크를 세번 왕복하고서야 상민에게 고개를 돌렸다.

 

" 상민아~ 약국에 가서......"

" 저번에 그 거? 에이..."

 

상민은 누나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생리대라는 것을 알아챘다. 

저번의 그 것은 상민에게 쇼킹한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니나'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심부름을 갔다가 싸이즈를 묻는 여약사의 질문에

홍당무가 되어서 돌아온 적이 있었다. 

재차 중형을 기억하며 약국을 갔을 때는 무엇이 재미있는지

여약사가 연실 웃음을 흘리며 신기한듯 상민을 요모 조모 살폈었다.

그 것이 생리대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쪽이 팔려

약국 앞을 지나다닐 수가 없게 되어버린 상민이,

내심 생리대가 아니길 바랬지만 누나의 심부름은 저번의 그 것으로 낙점이 되고말았다.

 

" 니나...중형 하나만 사다줄래? "

" 누나가 가면 안돼? "

" 난 네 옷도 빨라야하고 하던 찌게도 끓여야하고..."

" 알았어! 에이..."

 

약국에 가면 얄쌉하게 생겨먹은 그 때 그 여약사가 질소(질질미소)를 보낼 것이 분명할 터,

지레 겁을 먹은 상민은 '약'자 앞에서 엉덩이를 뒤로 뺀 채 안을 들여다본다.

얄쌉한 여약사가 책상을 정리하고있지만, 상민이가 들어가면 미소가 폭발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상민은 순간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앗싸!! 바로 그것이다.

 

다시 집으로 들어가 누나 앞에 볼펜과 메모지를 던지는 상민이,

누나에게 명령조로 일침을 가한다.

 

" 누나! 여기다 적어줘! '니나 중형'이라고..."

 

뻣뻣이 약국을 들어가는 상민이,

체면이고 불편이고 다 팽개쳤다. 쪽지와 돈을 내미는 상민이,

한달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지 얄쌉한 여약사가 공손히 손님을 맞는다.

 

" 이 거 안보이게 싸달라던데요?"

 

상민은 이렇게 사회와 이성과 사랑이라는 복합구조에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 니나: 70년대 유행하던 생리대의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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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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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나자영 | 작성시간 20.06.23 옛 추억의 기억을 더듬다
    보면 많은 일들이 소설이
    되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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