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뽁뽁이

작성자수줍은하늘|작성시간20.06.25|조회수97 목록 댓글 1

뽁뽁이

          콩트




택배가 왔다. 내용물보다 구겨진 신문지와 뽁뽁이가 더 많다.

택배를 분해하는데 뻔치볼에서 시집 온 김여사가 정색을 한다.

 

" 어! 뽁뽁이다. 창문에 붙이는..."

" 뭔소리야! 얼어죽을...겨울이 다 가고 한여름이구먼..."

" 그래도, 두었다가 겨울에 창문에 붙이면 좋을텐데..."

" 쯔쯧...그러니 뻔치볼 쫌생이라 그러지...아까워 말고 버려~"

 

뻔치볼의 김여사가 주눅든 표정으로 뽁뽁이를 매만진다.

가끔 힘을 주어 무언의 항변처럼 물방울을 터뜨리듯 뽁뽁이를 터뜨린다.

남편의 핀잔에 샐죽하던 뻔치볼 김여사의 입가에서 옅은 미소가 흐른다.

뽁뽁이를 터뜨리는 김여사를 바라보던 남편도 순간 피식거림이 이빨 사이로 새어나온다.

 

" 재밌냐? 뻔치볼~..."

" 치..."

" 아~ 뻔치볼이 뽁뽁이 터뜨리는 모습을 보니... 갑자기...왜...신혼여행 때가 생각나지?...

  물침대가..."

" ㅋㅋㅋ 나두 그 때 생각했는데..."

 

******

뻔치볼을 꼬드겨 결혼에 성공한 안서방과 뻔치볼 김여사의 첫날밤,

결혼식을 마치고 속초 설악산으로 무작정 목적지를 정하고 시외버스를 탔다.

하지만 간이정거장인 홍천도 못미처 뻔치볼의 멀미가 말썽이 됐다.

 

" 나 속이 울렁거려 ... "

" 멀미하는 거야? "

 

순간 안서방은 3개월 전 뻔치볼을 넘어뜨리던 기억이 번개처럼 스쳤다.

혹시 임신? 입덧? 이 아닐까 두개골이 멍을 때리기 시작했다.

멀미던 입덧이던 버스여행은 간이정거장 홍천에서 멈춰야했다.

난생처음 호텔에서 잠을 자보나했는데 해가 떨어진 홍천이라니...

 

한창 물침대가 유행하던 80년대 초였다.

호텔보다야 못하겠지만 물침대가 있으면 그런대로 중상류급의 첫날밤은 보낼 수 있으리...

뻔치볼에서 장급 여관이나마 보았을라고...

 

엉거주춤의 뻔치볼과 안서방,

그나마 색다르고 멋진 신혼 후 첫날밤을 선택한 곳은

홍천의 외곽에 자리잡은 물침대가 있는 장급 여관이었다.

 

****

여기서, 물침대가 터져 첫날밤을 까무러치듯 지새운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하자.

친구들이 아침부터 실없이 웃음을 터뜨리면 상사들에게 잔소리를 들을 것같아 못하겠다.

*****

 

" 요즘도 물침대가 있는 여관이 있을까?"

" 물침대가 있다한들 불안해서 잠이 오겠어? 출렁이는 느낌은 또 어떻고...에이..."

" ㅎㅎㅎㅎ"

 

" 우리 첫날 밤을 생각해서 물침대 대신 뽁뽁이를 깔면 어떨까? ㅋㅋ"

 

" 걸래로 방바닥이나 문대!  ......

  그리고, 엉덩이 문대고 있지 말고 침대나 들여놓게 얼릉 돈이나 벌어와요~~"

  

심쿵 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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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나자영 | 작성시간 20.06.27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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