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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찾아 보네요.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2.19|조회수135 목록 댓글 5

오랫만에 제 방을 찾아 봅니다.

후배님들 그 동안 잘 계셨으리라 믿습니다.늘 건강하십시요

 

봄비.

 

비가 조용히 내린다.
며칠 전 비에 얼음이 "빠그락" 마지막 운명을 달리 했으니 
이제 오는 비는 온전히 봄비다.

나는 일요일이라 침대에 누워 빗소리를 듣는데 아련히 꿈속에서 들리듯
어디선가 '구슬비' 노래소리가 들린다.

"송알 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 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나는 여리고도 고운 소리에  귀가 번쩍 띄어 일어나 보니 
봄비가 방울 방울 서로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내려오는 것이다.

이 노래는 축복의 언어로
대지에 구석 구석 빈데없이 구르다 스며든다.

비 한 방울마다 거룩하고 고결한 마음으로 이 세상에 내린 것이라 생각하니 
그냥 있을 수가 없다. 나는 비를 맞으며 비와 같이 노래를 부른다. 

"대롱 대롱 풀잎마다 총총총
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송송"

그랬더니 나무들이 두팔을 흔들며 좋다고 따라 부른다.

"고이 고이 오색실에 꿰어서
달빛새는 창문가에 두라고"

어머나!
나중에는 나무  들 바위도 냇물도 다 함께 합창을 한다.

 "포실 포실 구슬비는 종일
예쁜 구슬 맺히면서 솔솔솔"

이 노랫소리는 하늘에 먼산에 메아리되어
길게 때로는 짧게 이어지는 것이다.

노래는 비 갠 뒤에 수정 같이 맑은,
화사하고도 눈부신  세상을 만드는 주술같다. 

이 가는 빗소리가 온 세상을 뒤흔들어
잠을 깨 놓다니 얼마나 대단한가. 

나는 봄비가 너무 예뻐 글을 몇자 남긴다.

봄비야 예쁘다  /   낭만

먼 산의 능선들 몽실 몽실 구름처럼 부풀어 예쁘고
대지는 마술이 풀려 원초적 심연의 태동이 있어 예쁘고
나무는 두 팔 벌려 절절이 기도하는 모습이 예쁘고
낮은 庭園樹 말없는 정적 속에 수줍음이 예쁘고
오가는 사람들 "봄이구나"  안도의 표정이 밝아 예쁘다.

믿음과 신뢰를 노래하며 내리는  봄비
메마른 이 땅에  
옥색 실 같은 가는 빗줄기의 노랫소리로
세상은 아름다운 꿈의 약속이 흘러 넘칠 것이니
봄비야 예쁘고도 예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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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이슬비 | 작성시간 24.02.19 오랫만에 선배님의 글을 대하니 넘 반갑네요~고운 글 감사드리며, 잘 읽고 갑니다~
  • 작성자사랑해 | 작성시간 24.02.19 맑고 예쁜 봄비~거미줄에 옥구슬~ 우리마음에도 총총총~~ 새삼 선배님 글을통해 구슬되어 내리는 비와의 행복을 느껴봅니다
    고맙습니다
  • 작성자포그니 | 작성시간 24.02.19 마음밭이 봄을
    모셔온듯합니다~^^
  • 작성자로제 | 작성시간 24.02.19 포근히 내 마음을 일깨워주는
    추억의 한자락같은
    보석같이 아름다운글
    기쁨으로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잘 지키고
    고은글 많이 올려 주세요
  • 작성자백동백 | 작성시간 24.02.20 낭만언니!
    오랜만이지요
    남편분 건강은 어떠신지요
    언니가 사랑으로 돌보던 모습이 떠올 라요
    건강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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