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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이하는 삼모녀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3.06|조회수124 목록 댓글 3

봄을 맞이하는 삼모녀

인터넷 펌 
바람이 몹씨 불어 모든 것이 흔들린다.

날씨가 차다.
이 추운 날 딸과 외손녀가 왔다.
시청에 볼일이 있는 모녀가 시청 근처에 사는 에미를 보러 들린 것이다.

"너희들 어인 행차냐?"

"엄마. 바람이 몹씨 불어요."
"할머니 저 바람에 쓰러지는줄 알았어요. 할머니 나가시면 큰일나요"

사실 지금 그럴 때다.
하늘의별도  땅도 구름도 산도 강물도 나무도 다 바람에 엎어지고 뒤집히고 한다.

응결되고 고착된, 얼고 굳은 대지를 풀려면 고운 바람으로 될 일이 아니다.
날마다 하루에 수천번 거센 바람이 휘몰아쳐야 봄이 들어설 자리가 생길 것이다.

사람이라고 다른 것이 뭐 있을까
예전에 내 딸이 첫발을 떼어 놓는데 며칠을 두고 따로를 시키면
며칠 내내 하루 종일 엉덩방아를 찧던 일이 생각난다.


손녀 딸도  마찬가지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한쪽에 커피 탁자에 한 손을 짚고  서 있었다.
그리고 2시간 이상을 바들 바들 떨며  쓸어질듯 쓸어질듯 하다 드디어 두손을 놓고 서서 
장한듯이 나를 보던 일이 있었다.


난 그때 오! 신이시여.
하며 자연 섭리에 신기함으로 온 몸에 전율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하물며 봄이 오는데 그 징조가 어찌 없을 수가 있을까.
어쩜 모든 사물들을 새로운 봄이 되기 위해 아부락삭스 신에게 날아가고픈 새처럼
자기 세계를 깨느라고 스스로 흔들고 때리고 부수며 몸부림을 친다.

이 기미를 알아차린 우주는  깨끗하고 정화된 새로운 세상을  위해
啐啄同機로 아주 강한 바람을 보내는 것 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눈부시고 화려하고 황홀한 봄은 이렇게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니 지금 세상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작업으로 정신이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은 바람부는 대로 순응하여 숨만 죽이면 된다.




지금 내 방은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찻잔을 앞에 놓은 어린 모녀가 쏟아 놓는 이야기의 열기로 따끈 따끈하다. 

딸은 밤 늦게 술먹고 들어온 제 남편을 웬수라 칭하며 흉보는라 정신이 없고
사회 초년생은 여러 윗분들이 있는 사무실의 분위기를 이야기 하며 힘들다고 한다.

나는 이 모녀의 얼굴 표정을 보는 것이  곱게 그려진 한편의 수채화를 보고
목가적인 분위기에 젖어 흐믓한 미소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모녀는 서로 번갈아 엄마 할머니를 부르며
조근 조근 이야기 하고 때론  흥분되어 격앙된 목소리로  변한다
그러다 웃으면서 잔잔하게 이야기가 흐르면  나는 악기가 연주하는 듣기 좋은 음악 같다.
글 벗의 작


너무 웃기는 일이 있어 셋이서 같이 깔깔대며 웃을 때는 푸른 하늘에 잎도 채 나오지 못한
버드나무 가지 가지 들이 휘영청 하늘을 휘감는 것이 연상된다.  
정스런 마음에 싱그럽고 경쾌하고 따뜻한 바람이 주위를 맴돌며 살랑거린다.


아이들 만류에도 불구하고  셋이서 산책했다.
나무 곁에 서서 주위와 함께 나도 얘들도 바람에 흔들렸다.


저장소인 두뇌에 뿌리를 둔 미덕의  봄이 
마음에 꽃피게 하려면 나 역시 빛과 바람이 필요할 것이다.


구불 구불  누운 외길이 바람에 흔들려 뱀이 스르르 움직이는 것으로 착각이 든다.
냇물이 출렁인다.
일렁이는 우리의 가슴에도 봄을 맞는 편지를 담은 작은 배 하나씩
마음에 흐르는 냇물에 띄운다.


다음에 모인 삼모녀는 꽃으로 눈이 부시고 장글장글 고물고물 어린 연두빛 잎에
환장할 것 같은 탄성을 지를 것이다.                       
                                                     24년 3월 4일 아침에 씀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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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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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슬비 | 작성시간 24.03.06 선배님과 따님 그리고 외손녀까지 삼대의 행복이 넘치는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글을 너무 잘 쓰셔서 정감이 넘치는 그 분위기에 나도 같이 있는듯한 느낌이 들어요~늘 그렇게 행복하시길~
  • 작성자사랑해 | 작성시간 24.03.07 낭만선배님 아름다운글 잘보고갑니다
  • 작성자로제 | 작성시간 24.03.08 너무 행복해 보이네요
    축하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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