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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행사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5.14|조회수129 목록 댓글 3

 내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하루 전, 오늘

하늘은 푸르고

들은 초록빛으로 부드럽고

햇살은 영롱하다. 

 

담마다 출렁이는 둥글둥글 주먹만한 줄장미 꽃송이 송이는 그대로 빨간 보석이다.

 

철철철 흐르는 냇물에 백로 두마리 서로 사랑을 한다.

흙 한줌에 자리한 딱 참깨알만한 가녀린 풀꽃들이 살랑대는 바람에 몸을 맡긴다.

 

활보하는 아가씨들의 허여멀겋게 내 놓은 무다리들이 풋풋하다 못해 싱그럽다.

모든 것이 밝고 맑으니 내 혈맥도  빨라져 마음에 새로 나온 풋것으로 입안이 새콤하다.

 

어제 오후엔 시청 마당에서 절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행사를 벌인다.

나는 종교가 없으니 어느 곳을 참석하든 마음에 꺼리낌이 없다.

이것도 마음의 커다란 자유요

일종의 해탈이리라.

만들어 온 커다란 에밀레 종에 타종을 했다.

종소리가 산 속이 아닌 시청 광장에서 은은히 퍼져 서서이 어두워지는 갈피로 스며든다.

 

음식도 많고 사람들도 꽉찼다.

불교에 대한 예의로 두 손을 모은다. 이어 행사가 시작됐다.

 

우리나라 문화는 불교 문화가 많다.

문화중 하나인 화려하고도 신비스런  부처님의 미소 띤 모습의 탱화 2점 정도

걸었으면 좋아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승무다.

바라춤을 추는 숙연한 얼굴

바람에 날리는 가사의 옷자락의 흐름이 곱고 부드러워 어두운 주위를  살갑게 감는다.

 

간간이 바라가 울릴 때마다

우리가 잘 듣지 못한 색다른 음율로 마음에 신비로 다가온다.

 

나비 춤? (승무?)

나는 아버지 어머니를 절에서 천도제를 지내드렸다.

흰 장삼에 붉은 가사를 어깨에 걸치고 고운 무늬에 고깔을 쓰고 추는 승무를 보았다.

 

조지훈의 시가 생각난다.

'얇을샤 하얀 고깔은 고이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시상과 시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학생 때 배운 시가 지금껏 긴 여유으로 가슴에 남아있다.

 

그리고  남편의 49재 때 새파랗게 젊은 여승이 나비춤을 추면서

고운 목소리로 불렀던 나옹선사의 찬불가인  '청산가' 노래가  생각이 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수백년 전부터 불이어 왔던 절의 이 노래가  어느 좋은 경전의 글귀보다 먼저 

우리 가슴에 와 안기는 노랫말이다. 

 

물같이 구름같이 흘러가는 세월

비우고 버리면 살아야하는 것을...

말없이 티없이 살게 되면 이 세상이 극락인 것을... 

난 지금도 이 찬불가를 적으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이어 축제는 무르익어 시 낭송으로 아름다운 목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서정으로 물들게 하고  

가수가 초청되어 흥이 크라이 막스로 오르니

어쿠!  깜짝 출연한 주민 하나가 손수 만들어 입은 특이한 패션을 하고  넓은 마당이 좁다하고

춤을 얼마나  멋떨어지게 추는지 우리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이 때 남자 한 분이 뛰어 같이 춤을 추자

우리는 모두 깔깔대며 웃음 꽃이 만발하였으며

주위의 나무도 배꼽을 잡고 

일년 12달 묵묵히 앉아 있는 돌이 환하게 웃는 모습도 처음 보았다.

이밤 행사의 열기는 후끈 달아 올랐다.

 

마지막으로 초대된 가수의 창으로 흥은 절정에 닿았고 가수가

마당을 한바퀴 돌면서 마당놀이가 되어  주민과 함께 떼창으로 아리랑을 불러  

5월의 허공이 즐거움으로 들썩였다.

 

고독에 잠겨 있는 서양, 로댕의 '사색하는 사람' 동상도 

늘 사유에 잠겨 고요하고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그윽한 '금동미륵보살반가유상'도

이 날 밤만은 환하게 웃는 목소리를 들을 것도 같은 5월의 밤이다.

 

아! 신나고 아름다운 5월의 밤이다.    

                                                                    5월 14일 밤 낭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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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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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우린 | 작성시간 24.05.14 낭만님
    참 글을 잘 쓰십니다
    존경스럽습니다
  • 작성자이슬비 | 작성시간 24.05.15 선배님, 감사합니다~고운 글 잘 읽고 갑니다~건강하게 잘 지내시고, 정모에서 뵙겠습니다~
  • 작성자미아리 | 작성시간 24.05.16 좋은 구경 하셨네요 멋갈난 글 덕분에 저도 가서 본듯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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