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화사한 뒤에 서글픔이. 찬란함 뒤에 아픔이.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6.01|조회수138 목록 댓글 1

화사함 뒤에 서글픔이. 화려함 뒤에 아픔이

 

 5월이 갔다.
난 가을만 되면 아무리 단풍이 예뻐도 돌아오는 겨울을 두려워하고
그 겨우내 긴 긴시간을 신록을 기다리며 산다.


그만큼 내 생활의 비중은 봄이었다.
나는 가버린 5월을 상심하며 장미꽃 축제 갔다 온 생각을 했다.


장미꽃 축제의 장미꽃은 다른 표현이 없다.
햇살 꽂히는 곳마다 찬란한 빛. 빛. 빛이요 
꽃. 꽃. 꽃이요
무궁무진한 색의 세계다.


꽃 한송이 한송이 화려한 빛깔.
오묘한 생김새.
그윽한 향기.
즐기는 사람들의 황홀한 탄식. 


쓰나미로 몰려온 해일이 빛의 작용으로 빚어내는 출렁이는 꽃물결. 
그 물결 사이 사이에 휩쓸려 사람들이 이리 저리 흐르는 있다.


나는 눈은 부시어 뜰 수가 없고  
어질머리로 걸음이 之자로 걷다 좀 떨어진 숲 그늘에 앉아 숨을 고른다.
옆에는 아주 노쇄한 노인이 앉아 혼자 중얼거린다.


참 예뻤지 
풋내가 풀풀 나도록 싱싱하고 건강했지 
날마다 차에다 가득 가득 싣고 가던 예쁘고도 순한 앳된 청춘들.
그들을 한군데 모아 놓았으면 저런 꽃바다가 됐을꺼야.


난 할머니 무슨 말씀하시냐고 물었지만 할머니는 대답도 안하고 
계속 체머리를 흔들면서 혼자말을 계속했다.


참 예뻤지 
풋내가 풀풀 나도록 싱싱하고 건강했지 
어리고 순박했지. 


우리 집 오빠 둘 다 갔지
내 옆 집 아들도 
온 동네 어린 청년들 씨가 마를 정도로 다 갔어.
어린 난 무서움에 떨며 보았지. 
그리고 그들은 돌아오지 못했어.
그들 덕분에 오늘 내가 살아 있지.


나는 이 이야기를 듣자 
아득히 가물가물한 어릴 때의 기억 한 조각으로 슬픔이 엄습해 왔다.


나는 생각했다. 
이 나라는 늘 백성과 국토를 지키려는 희생자들의 흘린  피를 먹고 여기까지 왔다고.


그 아름다운 장미꽃들은 나라를 위해 적들과 싸우다 땅에 스며든  피가
수십년 후 줄기 줄기 내뿜어 피워낸 샛빨간 핏빛 열정의 장미꽃이라고.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나이에 간 청춘들의 넋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부모 형제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이렇게 장미꽃으로 다시 이승을 찾아왔는지.


난 이웃에 할머니 한분이 남편없이 키운 외아들을 전쟁터로 보내고
늙도록 홀로 살면서 아들 대신 장미꽃을 피워 6월이면
그 향기가 온 동네 가득했던 아스라한 기억을 더듬는다.


5월의 초록빛깔을 바탕으로 한 보색 대비로 선명하게  되살아난 장미꽃.
그들의 순수함이 흰 빛 장미꽃으로
그들의 연정이 노란 빛 장미꽃으로 
그들의 정열이 핏빛 빨간 장미꽃으로 환생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이 꽃들을 보니
화사함 뒤에 서글픔이. 
찬란함 뒤에 아픔이 서리 서리 한서린 꽃잔치였다는 것을...  
                                                                                           
 6. 1일 보훈의 달 첫날  아침 낭만 씀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달님이랑 | 작성시간 24.06.01 아름다운 장미를 보며
    나라를 지키려 목숨 바친
    호국선열을 생각하셨군요
    그분들의 희생을 마음 깊이
    새기며 6월을 맞이합니다
    고운글 잘 읽었어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