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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첫날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7.02|조회수99 목록 댓글 4

7월의 첫날

(동네의 능소화꽃)


잠깐 내린 비로 적셔진 하루
햇살이 주위를 보송보송 말린다.


나는 장마 져 날이 질적되기 전 
고돌이를 하러 경노당에 간다.
가는 길에 보이는 거대한 나무,
검푸름이 넘치는 나뭇잎들을 감고 주체못할 욕망으로 오르고 또 오르고 한없이 오르는
능소화에게 햇살이 열기를 고봉으로  푹푹 쏟는다. 


내가 드나드는 경노당의 총무는 자잘한 돈에 애착이 심하다.
고리가 적게 떨어지면 심하게 투덜댄다.


작년 겨울의 일이었다.
나는 고돌이를 하다 돈이 떨어져 총무한테 5만원을 바꾼 적이 있다.
총무는 천원짜리 10개를 주고 4만원은 안 주었다. 


난 화투에 미쳐 4만원 생각은 안하고 돈 만원 땄다고 좋아하며 일어섰다.
나중에 계산이 잘못된 것을 알 땐
총무는 그자리에서 계산 다 했다고 딱 잡아뗀다.


같이 놀던 사람들이  안 주었다고 증언을 해도 소용없다.
나는 즉시 챙기지 않은 것이 실수라 생각하고 아쉬운 마음을 접었다.
주위 분들도 어자피 날아간 돈이니 소리 없이 드나들라고 충고를 한다.


한 해가 지난 요즘 총무가 병원에 입원을 했댄다.
총무가 연세가 많아  건강을 걱정하면서도 평소에 총무 위세에 눌려있던 노인들이
도마 위에 총무를 올려 놓고 신나게  난도질을 한다.


오늘은 7월 첫날.
근 한달 가까이 병원에 있던 총무가 튀원했다.
웬일인지 인색한 양반이 과일을 잔뜩 사서 노인들께 인심을 배푼다.


또 나를 부른다.
작년에 돈 4만원 안 준 것이 이제서야 생각났단다.
웬 횡재인가.
나는 줏은 공돈 같아  노인들 떡을 사 드시라고  절반을   떼어 드렸다.  


총무 안색이 유난히 환하다.
창문 틈으로 들어와 길게 누운 볕뉘가 사랑스럽다.
부드러운 분위기로 마음에 연분홍빛 물이 오른 노인들은 시든 꽃이지만 향기는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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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파이프 문 | 작성시간 24.07.03
    낭만님
    4 만원 중에
    아직 남은
    돈이
    있나요 ?,,

    나가 형편이 쬐끔
    어려운디 ?,
  • 작성자이슬비 | 작성시간 24.07.03 선배님, 감사합니다~한 편의 수필같은 잔잔한 글 잘 읽고 갑니다~
  • 작성자귤향기 | 작성시간 24.07.03 잘보고.갑니다.항상건강하세요^^
  • 작성자록키 | 작성시간 24.07.04 new 미소가 저절로 지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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