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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별

작성자낭만|작성시간24.07.12|조회수97 목록 댓글 2

가깝고도 먼 별   /    낭만 

내 어린 시절 밤하늘은 유난이 별이 많았다. 아버지는 늘 나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다니셨다.

나는 봄이면 개나리꽃이 머리를, 가을이면 갈대꽃에 다리를 스쳤다.

 

밤이면 술에 취한 아버지가 흔들거리며 운전을 해 자전거에 앉아있는

나는 별을 보며 별이 저렇게 흔들리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여름에는 멍석을 깐 마당에 아버지 팔을 베고 누운 나는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하며

노래를 불렀고 북두칠성을 찾으면 엄마아버지를 부르며 좋아했다.

 

그리고 마당에서 수박 화채라도 먹는 날이면 화채 그릇 안으로 우수수 별이 떨어져

화채 그릇 속에 별이 얼음에 부딪치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몇 년 후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40살 된 엄마의 통곡소리가 귀에 징~한데 난 방에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본다.

4남매 맏이인 난 엄마와 우리 4남매가 앞으로 어찌 사나 걱정은 안 하고 이제 아버지가 별이 되나?

아기별이 되어 은하수에 발을 담그고 노실까? 생각하며 별을 보았다.

 

당시에 별은 말랑말랑한 빵처럼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에게 그대로 행복의 꿈이었다.

꿈인 별은 한 겨울밤에 찰싹 떡을 파는 소년의 머리에 쓴 월계관을 장식했고 추운 전방에서

보초를 서는 이등병 어깨에 장군의 별로 내려앉았다. 또 한 새벽에 신문을 돌리는 학생이

공부하며 쌓는 상아탑. 그 탑 위를 장식하는 별은 영광의 상징물이다. 그리고 청소부가 손수레에

쓰레기를 가득 싣고 가는데 쓰레기 위에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달빛 물결이 일렁인다.

 

청소부가 하늘을 보니 무수한 별이 반짝인다.

어린 아들이 불렀던 작은 별노래가 아득히 먼 듯 가까이 들린다.

그럴 때면 청소부는 그래 아들을 위해서도 올곧게 열심히 살아야지. 하며 다시 힘차게

한 발짝씩 언덕을 오르며 별을 본다.

청소부가 침을 꼴깍 삼키자 샛별이 목젖을 타고 넘어간다.

가난한 마음을 지탱해 주는 샛별이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어두운 밤이면 아파트의 불빛이 강물에 흐트러져 흔들리는 빛을

별 대신 본다또 야생 동물들의 동그란 눈동자를 닮은 자동차의 불빛이 별처럼 길에 쫙 깔린 것을

보면 정말 무섭다요즘은 오히려 불빛이 없는 숲길을 걸으면서 밤하늘에 별을 볼 수

있던 때를 그리는 것이 더 나은지도 모른다.

 

별 2

그러던 어느 해 늦가을에 며느리가 왔다.

며느리는 거실에 놓인 나무를 보며 상태가 아주 안 좋다고 줄기만 남기고 나뭇잎을 전부 잘랐다.

겨울이다. 어느 날 나무를 보니 줄기마다 깨알 같은 연두빛으로 점. 점이 쫘악 깔렸다.

새로운 생명이다. 나는 가슴에 희열을 느꼈다.

 

점은 이틀 지나니 녹두 알만하다.

이점이 이틀 지나니 작은 잎으로 뾰족뾰족 나온다.

얼마나 예쁘고  귀엽던지...

 

나는 물을 뿌리자 형광등 아래 

잎에 달린 물방울 하나하나가 새벽이슬처럼 청아한 푸름을 머금고 달랑거린다.

어느 하늘의 별이 이보다 더 환상적일까 하는 생각에 나는 넋을 잃고 바라봤다.

 별을 집안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행복했다.

나무는 어린 가지가 자라고 잎들이 나 제법 다시 몸티가 났다.

날마다 행복했다.

그렇게 한겨울이 나날이 어린 별들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이번 겨울은 행복했다.

 

봄이다.

이제는 이른 새벽에 산책을 할 때 길섶의 이슬로 옷자락이 적셔지면 별이 스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별에 대해 살갑고 정겨운 추억들이 그리워 하늘을 본다.

검푸른 밤하늘은 별 한점 보이지 않는다. 언제 한번 시간을 내어 오지에 가서

하늘에 별을 보며 그리운 분들 이름을 불러야지 생각하는데 못 가고 있다.

그나저나 별은 아득히 먼 하늘보다 늘 내 가슴에 있으니 나에게 가깝고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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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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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별꽃 | 작성시간 24.07.13 별에 대한 낭만님의 글 반짝반짝합니다.
    그 많던 별
    오지에 가면 볼 수 있을까요.
    낭만님의 글에서 봅니다.ㅎㅎ
  • 작성자이슬비 | 작성시간 24.07.13 선배님, 감사합니다~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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