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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려 가는 소 / 글 조병화

작성자용오름|작성시간24.08.11|조회수47 목록 댓글 0






팔려가는 소



팔려가는 소
팔려가는 소보다 쓸쓸한 풍경이
또 있으랴

시골 버스 창 너머로 줄지어 보이는
장터로 가는 소들
나는 그 눈들을 볼 수가 없다

강을 끼고 도는
어느 읍내 가까운 긴 장길

자동차 나팔 소리에 놀라며 피하며
두리번두리번 끌려가는 소들

그 순종에 젖은 한국의 눈들을
어찌 차마 볼 수 있으리
눈을 감으면 어렴풋이 보이는
먼 부처님 미소
죽음을 철학해 왔지만

나는 아직
죽어서 가는 길을 모른다

미련을 덜어내며 이쯤 살아온 길
소망이 있다면 고통 없는 죽음뿐

팔려가는 소의 가슴으로, 오늘은
내가 내게 팔려간다.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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